개인의 자유 침해하는 정신보건법

▲ 정신병원에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구금생활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평범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킬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보호의무자와 전문의의 동의만 있으면 가능하다. 그래서 강제입원 관련 범죄는 끊이지 않고 벌어진다. 올해 법 개정으로 ‘입원의 필요성’, ‘자해自害ㆍ타해他害의 위험성’ 등이 요건으로 추가됐지만 이를 통해 강제입원 관련 범죄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A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직장에서 20년 이상을 근무했다. 그런데 회사 사장과 연락이 갑자기 닿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하긴 했지만 건강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A씨가 사정을 알아보니, 뜻밖에도 사장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수상히 여긴 A씨는 자초지종을 알아봤고, 이상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사장에게는 사업에 실패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아들이 하나 있었다. 매몰찬 성격의 아버지는 아들의 금전적 도움 요청을 번번이 거절했다. 그러자 아들은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버렸다. 근거는 정신보건법 제24조였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의 장長은 정신질환자를 보호하는 자(보호의무자)가 동의를 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 보호의무자와 의사의 의견이 있으면 누구든 강제 입원시킬 수 있다는 거다. 더구나 입원을 하면 최소 6개월을 있어야 하고, 그 후 심사를 통해 연장이 가능하다. 정신병원에 한번 들어가면 10년이든 20년이든 갇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항을 악용해 평범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사례는 수없이 많다. 과거 TV시사프로에서 방영된 사건을 보자. 꽤 오래전 협의이혼을 한 부부에겐 장성한 두 아들이 있었다. 그중 큰아들은 약 5년간 어머니와 연락 없이 지냈다. 그런데 어느날 나타난 큰아들은 응급환자 이송단의 직원을 시켜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버렸다.

이혼 후 아버지의 새로운 재산이 발견되자 어머니가 재산분할소송을 제기했는데, 그 이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어머니는 구출됐고, 큰아들과 관련자들은 형사처벌을 받았다. 피해자가 구출된 이 사건은 세간에 널리 알려졌지만 대부분의 유사 사건은 땅에 묻혔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구금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입원 요건 강화 ‘실효성은 의문’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자 올해 관련 법률이 개정됐다. 개정법은 ‘입원의 필요성’, ‘자해自害.타해他害의 위험성’ 등으로 그 요건을 강화했다. 입원 기간도 최초 입원을 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로 제한해 기존보다 3개월 단축했다. 하지만 개정법이 그동안의 문제점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여기 다른 사례를 보자. B씨는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에 한동안 아버지가 타던 휠체어를 싣고 다녔다. 최근 돌아가신 아버지가 마지막에 불편한 몸을 의지했던 휠체어다. 비록 아버지는 세상에 없지만 휠체어에 아버지의 체취가 남아 있는 것 같아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식도 이렇게 다른 걸 보면 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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