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배당금 중 75.1%, 대기업ㆍ외인이 ‘꿀꺽’

대기업 30곳 배당률 분석해보니…

2014년 최경환 경제팀은 주식 배당금을 확대해 내수경제를 살리겠다는 정책을 폈다. 고배당 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도 선물했다.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상장사의 배당금 규모는 분명히 증가했다. 하지만 배당의 과실 상당수는 외국인과 대기업의 배 속으로 들어갔다. 더스쿠프(The SCOOP) 취재 결과, 전체 배당금의 32.99%는 외국인, 42.08%는 대기업에 돌아갔다.

▲ 상장사들의 배당금 공시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 1.5%, 현대차 2.1%, LG디스플레이 1.6%…. 상장 기업들의 배당률 공시가 이어지고 있다. 배당금은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만큼 현물이나 주식 등을 지급하는 주주 환원 정책의 일환이다. 투자자들에겐 매매차익 외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주식 투자의 묘미 중 하나로 꼽힌다.

배당률을 눈여겨보는 건 투자자만이 아니다. 정부도 주식 배당률을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기업의 잉여자금이 얼마만큼 가계로 환원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서다. 2014년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소득 환류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로 대표되는 상장사 배당금 확대 정책을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주주 환원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상장사들의 2016년 결산 배당금의 수준은 어떨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배당률을 공시한 30곳(시가총액 기준)을 살펴봤다. 지난 3년간(2013~2015년) 코스피 상장기업의 평균 시가배당률인 1.75%를 기준으로 놓고 보자. 올해 30개 기업의 평균 시가배당률은 약 1.67%로 기준에 조금 못 미쳤다. 1.75%를 넘는 기업은 14개로 절반가량이다.

그 중 3%대의 통큰 시가배당률을 기록한 기업은 삼성카드, KT&G, ㈜LG, LG유플러스 등 4개. 특히 삼성카드의 시가배당률은 3.6%로, 지난 3년간의 평균치를 두배 이상 웃돌았다. 배당금 총액은 1644억원. 지난해 당기순이익 전망치가 350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익의 절반가량을 주주에 환원하는 셈이다. 두 번째로 시가배당률이 높은 KT&G(3.4%)의 배당금 총액은 4546억원으로 당기순이익 전망치의 43%에 이른다. ㈜LG, LG유플러스는 각각 3%의 배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 4기업이 ‘부의 재분배’를 선도하고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삼성카드의 주주현황을 살펴보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 지분율은 71.87%다. 배당금 총액 1644억원 중 1182억원은 삼성생명으로 흘러들어가는 셈이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에게 배당될 187억원(11.37%)을 빼고 나면 일반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건 275여억원에 불과하다.

다른 기업도 다르지 않다. KT&G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가 53.44%다. 국민연금과 기업은행 등 대주주의 몫까지 제외하면 4546억원 중 1248억원이 남는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이 “배당금을 확대할수록 국부가 유출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는 이유다. 과한 지적이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1년 11조485억원이었던 국내 주식시장 배당금 총액은 2015년 19조4593억원으로 늘었다.

공교롭게도 외국인 배당금의 비율도 같은 기간 34.9%에서 38%로 치솟았다. 배당금 등 주주 환원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이렇다 할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배당률을 올리면 소액주주의 배당액이 커진다”면서도 “하지만 더 큰 인센티브가 대기업, 기관투자자 등에 쏠린다는 게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