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G5와 포켓몬고는 왜 시시해졌나
LG G5와 포켓몬고는 왜 시시해졌나
  • 김다린 기자
  • 호수 236
  • 승인 2017.04.2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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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쥐덫의 오류

혁신. 모든 기업의 관심사다. 특히 트렌드가 급변하고 경쟁이 치열한 요즘에는 기업 생존과 직결된 이슈다. 많은 기업이 차별화를 시도하는 이유다. 이렇게 나온 제품은 출시 초반 시장의 관심을 받는다. 문제는 그 이후다. ‘Next’가 없다면 참담한 성적표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LG전자 G5, ISA, 허니버터칩, 포켓몬고 …. 반면교사로 삼을 사례도 많다.

▲ 올해 초 많은 사람들이 즐기던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의 인기가 주춤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독특한 콘셉트였다. ‘모듈형 스마트폰’은 일체형 스마트폰에 익숙한 소비자의 시선을 단숨에 끌어당겼다. 부속품(모듈)만 교체하면 고성능 카메라가 되고 스피커로도 변신하니 오죽 호기심을 끌었겠는가. 스마트폰을 확장 가능한 기기로 새롭게 정의한 전략은 획기적이었다. 다른 기업과 연계해 여러 모듈을 출시, ‘스마트폰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호평을 받았다. 시장은 이 스마트폰에 ‘혁신’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줬고, 소비자는 응답했다. 모듈형 스마트폰이 론칭 초기 하루 1만대 이상 개통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다 차츰 판매량이 줄어 들었다. 소비자와 시장이 급작스럽게 이 제품을 외면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회사 스마트폰 사업부는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연간 성적표로 받아들었다. 제품개발을 주도한 CEO는 ‘결과적으로 실패’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지난해 확장 모듈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음에도 흥행에는 실패한 LG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G5’의 얘기다.

초반에 기세등등하다 금세 약발이 빠진 제품은 G5만이 아니다. 해태제과의 과자 ‘허니버터칩’도 비슷한 사례다. 허니버터칩은 2014년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중고 거래사이트에서는 원래 가격의 10배가 넘는 1만5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해태제과가 이 제품만으로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까진 채 3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감자칩은 짠맛’이라는 기존 공식을 무너뜨린 게 ‘빅히트’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현재 실적은 신통치 않다. 지난해 해태제과의 영업이익은 352억원으로 전년 대비 24.6% 감소했다. ‘품절’이 기본이던 허니버터칩의 위용은 사라진지 오래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출시 초반의 품절 열풍이 사라진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꾸준한 판매량으로 스테디셀러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비슷한 흐름이다. 금융권은 ISA를 “예금ㆍ펀드ㆍ주식ㆍ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관리하면서 운용하는 혁신적인 자산관리형 금융상품”이라고 홍보했다. ISA만 있으면 모든 재테크 관리를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200만원의 수익까지는 비과세, 200만원 초과 수익은 9.9%의 낮은 세율을 매긴다는 혜택도 있었다. ‘국민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초반 인기는 굉장했다. 출시 보름 만에 120만명이 넘는 가입자 수를 기록했을 정도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금, ISA의 열기는 온데간데없다. 올해 1월 기준 은행과 증권, 보험사를 합산한 ISA 전체 가입자수는 236만명을 조금 넘는다. 지난해 11월 24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두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가입이 떨어지는 와중에 중도해지자도 늘고 있다. 출시 초기 모든 금융권이 마케팅 경쟁을 벌였던 모습과는 상반되는 실적이다.

올해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을 휩쓴 ‘포켓몬고’도 마찬가지다. 이 게임은 스마트폰의 증강현실(AR) 기능과 위치 기반 서비스(LBS)를 활용해 우리 실생활에 살고 있는 포켓몬을 잡는다는 소재로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초기에는 스마트폰 액정 화면에 손가락을 튕기며 걷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4월 첫째주 이 게임의 실사용자 수는 193만명으로 줄었다. 인기몰이를 하고 있던 당시 실사용자 698만명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G5, ISA, 허니버터칩, 포켓몬고…. 대단한 초반 기세를 잇지 못한 제품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새롭고 낯설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는 것이다. 제품을 만든 기업들은 이를 혁신이라고 자평했지만 이건 전부가 아니었고, 약점도 많았다. ‘새롭다’는 속성 자체가 불확실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 그다음 콘텐트가 중요

경영학에서는 이런 리스크를 ‘더 좋은 쥐덫의 오류’라고 설명한다. 1928년 미국의 쥐덫을 만드는 회사 애니멀트랩은 ‘리틀챔프’라는 쥐덫을 출시했다. 기존의 쥐덫이 목재 소재였던 것과 달리 리틀챔프는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깔끔한 디자인으로도 주목받았다. 혁신이었다.

하지만 이 쥐덫은 곧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기존 쥐덫은 잡힌 쥐와 함께 버리면 됐다. 하지만 리틀챔프는 기존 제품보다 비싸고 디자인이 좋아서 그냥 버리기엔 아깝고, 그렇다고 잡힌 쥐만 버리고 쥐덫을 다시 쓰기도 곤란했기 때문이다. 혁신만 강조하는 접근은 시장 안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G5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모듈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생태계 조성에 실패했다. 포켓몬고는 후속 콘텐트가 나오지 않고 반복되는 식상한 게임 내용 탓에 유저가 줄었다. ISA 역시 ‘만능 통장’이라는 설명과 달리 일반 예ㆍ적금 상품과 수익률에서 별반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이제호 서울대(경영학) 교수는 “혁신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함으로 바뀌고 소비자의 시선에서 멀어진다”면서 “출시 초반 시장의 기대만큼의 콘텐트가 없다면 외면을 받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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