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선고 그 이후 …] 헤지펀드 엘리엇 ‘제2의 난’ 일으킬까
[유죄 선고 그 이후 …] 헤지펀드 엘리엇 ‘제2의 난’ 일으킬까
  • 김정덕 기자
  • 호수 252
  • 승인 2017.08.25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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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에 제소될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2015년 헤지펀드 엘리엇은 ‘난亂’을 일으켰다.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주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이 삼성의 손을 들어주자 엘리엇은 줄곧 침묵했다. 2016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연금에 합병 관련 영향력을 행사해 삼성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과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을 받은 상황에서도 계속 침묵을 유지할까.

▲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은 이미 2년 전에 끝났지만 그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사진은 당시 삼성물산 주주총회를 주재한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오른쪽).[사진=뉴시스]

2015년 삼성물산ㆍ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주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합병을 반대하다가 삼성에 패하고 물러섰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엘리엇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를 필두로 ‘다음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는 대가성 뇌물공여 인정→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 합병 찬반 의사결정 과정에 청와대의 개입 인정→삼성물산 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부회장이 실형을 받았다는 사실은 당시 국민연금의 ‘비상식적인 결정(세계 1ㆍ2위의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를 권고하고, 국민연금 역시 삼성물산 주식가치가 낮게 책정돼 손실이 예상된다는 걸 알면서도 합병에 찬성한 것)’이 정경유착에 의해 이뤄졌다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번의 ‘주주총회 결의금지와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조정 소송’까지 삼성에 3연패를 당한 엘리엇으로선 역공을 노려볼 만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실형을 받는다면 엘리엇이 투자자ㆍ국가 소송(ISD)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원한 M&A 전문 변호사는 “이 부회장이 유죄를 받았다는 건 정부가 삼성물산 합병에 영향을 미쳤고, 합병 비율이 공정하게 산정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엘리엇이 ISD를 제기한다면 분명히 엘리엇에 유리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ISD 가능성, 엘리엇 아니라도…

국내에서만 나오는 반응이 아니다. 미국 월가의 금융전문가 존 버넷은 지난 6월 26일(현지시간) 허핑턴포스트 칼럼을 통해 “투자자들은 이 부회장이 유죄로 판명날 경우 (삼성그룹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가장 반길 쪽은 미국 투자자와 경쟁업체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어느 정도의 변화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행동주의 투자자의 활동 방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론도 있다. 엘리엇이 ISD 소송 등 행동을 시작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엘리엇은 2016년 12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연금에 합병 관련 영향력을 행사해 삼성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에도 ISD에 나서지 않았다. 되레 엘리엇은 “삼성의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한다”면서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에 명분을 달아줬다.

익명의 M&A 전문가는 엘리엇의 행동을 이렇게 유추했다. “엘리엇은 세번의 패배를 겪으면서 ‘한국=삼성공화국’이라는 걸 크게 실감했을 거다. 법원의 비상식적인 판결에 실망도 컸을 거다. 게다가 엘리엇의 운용 자금 규모(약 60조원)에 비하면 삼성물산에 투입된 자금(1조원대)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ISD를 통해 얻는 이익이 굉장히 크다면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다른 곳에 자원을 투입해 수익을 내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지 않겠는가. 또한 엘리엇이 삼성에 반기를 들면서 엘리엇에 투자했던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자금도 싹 빠졌다. 엘리엇은 그런 것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는가. ISD 제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ISD를 통한 제소만이 엘리엇의 이익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ISD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 외국계 펀드들은 대부분 합병에 반대했다. 그게 투자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거였기 때문이다. 전면에 나선 게 엘리엇이었을 뿐이다. 엘리엇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ISD를 제소할 가능성은 계속 열려 있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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