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연루돼도 철밥통 80%는 ‘경징계’
재난에 연루돼도 철밥통 80%는 ‘경징계’
  • 강서구 기자
  • 호수 253
  • 승인 2017.08.31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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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지나친 솜방망이 처벌

굵직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관계부처 공무원은 무얼 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그러면 정부는 부랴부랴 실태조사에 나서고 관련자를 중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하지만 실상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2011년 정전사태, 2014년 구제역 ‘물백신’ 논란,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에 연루됐던 공무원들의 징계 현황을 살펴봤다.

▲ 국가적 사건에 책임이 있는 공무원의 징계가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공무원은 평생 편안하게 신분을 보장받고 사는 좋은 직장이라는 사고가 팽배한 것은 옳지 않다. 공직자가 철저한 봉사정신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21세기의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것이다(이명박(MB) 전 대통령ㆍ2008년 1월 공무원 조직 개혁을 준비하면서).”

“관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심정으로 공직사회 개혁에 임하겠다(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무사안일주의, 보신주의…. 공무원 집단을 향한 비판이다. 어떤 정부든 철밥통 같은 공무원 조직을 혁신하고 싶어 했다. 특히 집권 초기나 큰 사건ㆍ사고가 발생하면 혁신 의지를 날카롭게 다졌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은 흔들리지 않았다.

 

2011년 9ㆍ15 정전사태, 2014년 구제역 ‘물백신’ 논란 등 무수히 많은 국가적 재난을 겪었음에도 철밥통은 약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에 있다. 무사안일주의 → 사고 발생 → 책임 논란 → 감사 → 솜방망이 처벌 → 주요 요직 근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조직의 기계적 행태와 무책임이 위기 상황에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2011년~2015년 터진 4개의 국가적 재난 사건(2011년 9ㆍ15 정전사태, 2014년 세월호 참사, 2014년 구제역 논란,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관련 공무원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조사해봤다. 그 결과, 징계 대상 100명 중 중징계(정직ㆍ강등ㆍ해임ㆍ파면)를 받은 공무원은 12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82명은 견책ㆍ경고ㆍ감봉 등의 가벼운 징계를 받는데 그쳤다.

하나씩 살펴보자. 2011년 9월 15일 갑작스러운 대정전이 발생했다. 656만 가구가 정전으로 불편을 겪어야 했다. 2905명의 시민이 승강기에 갇혀 암흑 속에서 구조를 기다려야 했고, 16개 산업단지에 입주한 5775개 기업이 정전으로 생산 차질을 겪었다. 그 결과, 628억원 규모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 모든 게 5시간이나 이어진 ‘예고 없는 전력공급 중단’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무사안일이 부른 인재들

정전 사태 이후 한국전력공사,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전력거래소 등의 책임론이 일었고 정부는 관련자 17명을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징계는 강하지 않았다. 전력거래소 이사장과 운영본부장, 한국전력공사 부사장이 면직ㆍ해임 처분을 받았다. 지경부 징계 대상 4명은 경징계를 받는데 그쳤다.

중징계가 예고된 전력과장은 견책으로 하향조정됐고 그나마도 소송을 통해 징계취소 결정을 받아냈다. 특히 중징계를 받은 한전 직원은 포상 공적으로 견책처분을 받았고 이후 사회봉사 실적을 근거로 경고를 받는 데 그쳤다. 징계 수위가 두 단계나 낮아진 것이다.

 

2014~2015년 20만7803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면서 ‘물백신’ 논란을 일으킨 구제역 사건이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감사를 실시해 백신 선정~공급~검정 과정에서 보고와 업무를 소홀히 한 관련 공무원 32명을 징계했다. 이번에도 징계 수위는 높지 않았다. 구제역으로 700억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했지만 모두 경징계를 받았다. 중징계가 예고됐던 공무원도 감봉 1개월의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2014년 세월호 참사, 38명의 사망자를 낳았던 2015년 메르스 사태의 관련자 처벌 수준도 다르지 않았다. 메르스를 먼저 살펴보자. 정부는 사전대비ㆍ초동대응 부실, 정보공개 지연 등의 이유로 보건복지부ㆍ질병관리본부ㆍ보건소에 근무하는 16명을 징계대상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중 9명이 중징계 대상이었다. 하지만 징계 절차가 진행되면서 처벌 수위가 낮아졌다. 해임 처분이 예상된 핵심 인사는 정직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또한 정직 처분을 받은 7명은 감봉으로, 강등 처분을 받은 1명은 경고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결국 징계대상 16명 중 15명이 경징계를 받았다.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 261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사태에 관련된 공부원의 처벌 수위는 분노를 느끼게 할 정도다. 세월호 사태의 책임으로 폐지됐다가 3년 만에 부활한 해양경찰청의 징계 대상 21명 중 17명의 징계 수위가 감경됐다. 과거 훈장과 표창을 받았다는 점이 징계감경 이유로 작용했다.

솜방망이 처벌 계속돼

해양수산부, 한국선급 등에서도 중징계를 받은 관련자는 5명에 불과했다. 그 결과, 총 징계대상 35명 중 중징계 처분을 받은 건 12건에 불과했다. 세월호 침몰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관련 공무원들은 ‘솜방망이 처벌’만 받은 셈이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실장은 “사건ㆍ사고에 연관된 공무원들이 소청심사제도, 내부인물로 채워진 인사위원회, 징계감경제도 등을 활용해 징계를 낮춰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면서 “상호견제, 외부감시가 제대로 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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