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기대와 우려

‘핀테크의 꽃’이라 불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4월 출범한 케이뱅크에 이어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흥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두 은행 모두 해결해야 할 문제를 떠안고 있는데다 인터넷은행 성장의 발목을 잡을 만한 변수도 숱해서다. 세상에 지지 않는 꽃은 드물다. 핀테크의 꽃은 이 냉정한 섭리를 거스를 수 있을까.

▲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은행업계에 등장한 두마리 ‘메기’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핀테크의 꽃’으로 불리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다. 첫 포문을 연 건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란 타이틀을 거머쥔 케이뱅크(4월 3일 출범)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출범 한달 만에 가입자수 25만명을 돌파했다. 출범 100일을 맞은 7월 11일에는 가입자수 40만명, 예·적금 등 수신금액 6500억원 대출금액 6100억원을 넘어섰다. 출범 당시 목표로 내세운 여수신 규모(예금 5000억원·대출 4000억원)를 훌쩍 뛰어넘은 실적이었다.

7월 27일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초반 돌풍은 시장의 예상을 넘어섰다. 7월 29일 가입자 수 47만명을 기록하며 케이뱅크가 100일에 걸쳐 세운 기록을 이틀 만에 갈아치웠다. 출범 한달째인 8월 27일에는 가입자 수 307만명, 수신금액 1조9580억원, 여신금액 1조4090억원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이뤘다. 쉬운 계좌 개설·공인인증서 없는 거래·카카오톡과 연계한 서비스 등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김장렬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센터장은 “카카오뱅크의 1인당 평균 예치금액은 180만원가량”이라며 “미국 인터넷은행의 사례에 비춰 볼 때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해선 250만원 이상 예금돼 있는 계좌 180만좌가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1인당 예치금과 비교하면 아직 모자란 수준”이라면서도 “출범한 지 한달밖에 안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서운 성장세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두 인터넷뱅킹 중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한 카카오뱅크가 우위를 선점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뱅크는 42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은행과 핀테크를 넘어서는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카카오톡에 기반을 둔 확장성과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해 플랫폼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두 은행 모두 주요 서비스인 신용대출에서 문제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부족한 실탄이 발목을 잡았고 카카오뱅크는 시스템 불안을 겪고 있다.

케이뱅크의 ‘직장인K 신용대출’은 지난 7월 1일을 기점으로 신용대출이 중단됐다. 대출수요가 몰리면서 두달 만에 자본금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000억원의 유상증가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어느 정도의 출자를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흥행몰이 성공한 ‘인·전’

케이뱅크는 19개의 기업이 주식을 나눠 갖고 있다. 이중 10여개의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만 35%를 웃돌고 있다. 소액주주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 출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자금이 부족한 일부 소액주주가 유상증자로 배당받은 신주인수권을 포기하는 실권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1000억원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10월부터 신용대출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증자가 이뤄지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벌써부터 실권주를 발생 가능성을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발표한 것처럼 올해 말이나 내년 초 1500억원의 추가 증자도 준비하고 있다”며 “주주들 사이에서도 증자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시스템이 문제다. 주요 대출상품인 ‘마이너스 통장 대출’과 ‘신용대출’이 어렵다는 고객의 불만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실제로 출범 이틀 만에 제기된 대출 먹통 논란은 출범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신청자가 몰리면서 신용정보사의 신용등급 조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런 문제가 한달째 이어지고 있다는 게 더 골칫거리다. ‘카카오뱅크가 일부러 대출을 막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미흡 시스템과 부족한 자본

그럼에도 카카오뱅크는 “현대 대출 신청자가 너무 많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라는 안내 문구를 “앞서 접수한 고객님의 대출 신청이 진행중입니다.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으니 잠시 후에 시도해주세요”로 바꾼 게 전부다. 켜켜이 쌓인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체의 67%에 달하는 깡통계좌(계좌 잔액 0원), 체크카드 발급 지연, 10%대에 불과한 고객 응대율 등 시스템 미흡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대출 가능 금액을 알아보려는 사용자와 대출액 부족을 우려하는 사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원활한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증자와 함께 실수요자 중심의 신청이 이뤄지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 향상하기 위해 서버를 확충하고 다른 신용평가사와의 제휴를 알아보는 등 보완에 나서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다른 문제점도 시스템이 안정화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반 흥행몰이가 ‘실적’으로 이어질지도 아직은 장담하기 어렵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예상 손익분기점을 ‘3년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해소되지 않았다.

집권여당의 당론이 ‘은산분리 완화 반대’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만 은산분리 규제를 덜어주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기존은행과의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은산분리 완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인터넷전문은행과 기존 은행을 구분하는 투트랙 방안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흥행성 면에서는 검증을 받은 카카오뱅크는 서비스 안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5000억원의 증자와 함께 고객센터 확충에 나서고 있다”며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주주사와의 시너지 높이는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전국 1만개가 넘는 GS25 편의점, KT 대리점 등 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해 주주사와 시너지를 강화할 것”이라며 “은행거래와 함께 실질적인 결제가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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