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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스토리] 금호터미널 실사보고서 위조 사건아시아나항공, 실사보고서 없이 매각절차 진행했나
[271호] 2018년 01월 09일 (화) 08:37:13
이윤찬 기자 chan4877@thescoop.co.kr

2016년 박삼구 회장 측에 매각된 금호터미널의 ‘실사보고서’가 위조됐다는 주장이 사정기관의 수사과정에서 나왔다. 흥미롭게도 ‘실사보고서 위조’를 주장한 곳은 금호터미널의 가치를 실사한 것으로 알려진 삼덕회계법인이다. 금호터미널의 실사주체가 ‘자신들의 명의로 만들어진 실사보고서가 위조됐다’고 따지고 있는 셈이다. 납득하기 힘든 이 사건은 검찰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단독 취재했다.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도왔다.  

▲ 박삼구 회장은 금호터미널을 인수한 금호기업(금호홀딩스의 전신)을 축으로 그룹 재건 작업을 시작했다. [사진=뉴시스]

# 때늦은 ‘수’

2006년 대우건설을 삼켰다. ‘리먼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08년 3월엔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몸집을 키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라이벌 한진그룹을 따돌리고 재계 9위(당시)에 깃발을 꽂았다.

벌크업의 대가는 혹독했다. 2009년 그룹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승자의 저주’에 시달렸다. 박 회장은 부랴부랴 대우건설을 팔았지만(2009년 6월), 때늦은 ‘수手’에 불과했다. 그룹의 돈맥경화는 갈수록 심해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형제의 난’이 불거지면서 기둥뿌리가 흔들렸다.

일부 계열사는 매물로 나왔다. 워크아웃(금호산업ㆍ금호타이어), 자율협약(아시아나항공ㆍ금호석화)을 체결해야 하는 계열사도 수두룩했다. 박 회장과 그의 사람들은 침묵에 빠졌다.

# 박삼구의 기지개

그로부터 6년 후인 2015년 중순. KDB산업은행이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산업을 매물로 내놓자 침묵하던 박 회장이 움직였다. 그해 10월 아들 세창(현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씨 등과 함께 특수목적법인(SPC) 금호기업을 설립한 그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활용해 금호산업 발행주식 46. 51%를 취득, 최대주주에 올랐다.

박 회장은 멈추지 않았다. SPC 금호기업을 중심으로 ‘세勢’를 빠르게 불려나갔다. 속도전戰이었다. 금호기업은 2016년 4월 29일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였던 금호터미널을 2700억원에 인수했고,  그로부터 5일 후 금호터미널을 역합병해 새로운 ‘지주사’의 틀을 만들었다. 이게 지금의 금호홀딩스다. 박 회장이 쏘아올린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신호탄이었다.

# 속도전과 의혹

문제는 ‘박삼구식 속도전’이 숱한 의혹을 쏟아냈다는 점이었다. 핵심은 금호터미널 헐값매각 의혹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자산가치가 최소 8000억원에 이르는 알짜 자회사 금호터미널을 (박 회장 측에) 헐값(2700억원)에 판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아니면 말고’ 식 의혹이 아니었다. 구체적인 근거가 있었다. 금호터미널의 현금성 자산은 2600억원(2015년 말 기준)에 달했다. 매각 직전인 2016년 4월엔 계열사 금호리조트의 주식을 팔아 406억원의 현금을 추가 확보했다.

현물성 자산도 많았다. 금호터미널이 소유하고 있던 광주고속버스터미널 등 전국 14개 고속버스터미널 부지의 규모는 17만6319㎡(약 5만3430평ㆍ2015년 말 기준). 이들의 토지ㆍ건물 장부가치는 4121억원, 시장가치는 8000억~1조원으로 추정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시장가치가 부풀려졌다”고 반박했지만, 알짜 자회사 금호터미널를 일개 SPC(금호기업)에 빼앗긴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은 “헐값 매각이 아니면 뭔가”라면서 공세를 펼쳤다.

그중엔 아시아나항공 2대주주(12.61%ㆍ2015년 말 기준) 금호석화도 있었다. 이 회사는 2016년 7월 14일 ‘금호터미널을 싸게 팔아서 아시아나항공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박 회장(아시아나항공 이사) 등을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특경법상 배임 혐의를 묻겠다는 거였다.

▲ 박삼구 회장과 그의 장남 박세창 사장은 2015년 특수목적법인 금호기업을 설립했다. 이 기업은 금호홀딩스의 전신이다. [사진=뉴시스]

사실 이 소송을 판가름 짓는 방법은 간단했다. ‘금호터미널의 매각대금 2700억원이 적정한 가격인가’를 따져보면 끝이었다. 당연히 ‘금호터미널의 가치를 누가 실사했는가’가 이슈로 떠올랐고, 삼덕회계법인이 실사를 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 뜻밖의 소송과 두개의 길

돌발변수가 나타났다. 어찌된 영문인지 금호터미널의 실사주체 삼덕회계법인이 (관련 실사보고서를 작성한) 자사 회계사 A씨를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2016년 7월 18일 추정). 혐의는 사문서 위조였다.

이 고소의 의미를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가 (삼덕회계법인의) 직인을 도용해 실사보고서를 작성했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 제공했다. 삼덕회계법인은 금호터미널의 가치를 실사하지 않았다. A씨가 실사보고서(사문서)를 위조한 것이다.”

이제 소송의 줄기는 ▲금호석화 고소건(배임죄ㆍ남부지검) ▲삼덕회계법인 고소건(사문서 위조ㆍ종로경찰서) 두개가 됐다. 금호터미널 헐값매각 의혹은 그렇게 확전擴戰 양상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소송전이 달궈지던 2016년 8월 11일. 느닷없는 소식이 전해졌다. “금호석화가 박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를 취하했다.” 사실이었다. 덩달아 삼덕회계법인이 제기한 ‘사문서 위조 사건’도 세간에서 잊혔다. 금호터미널 헐값매각 의혹이 땅 밑으로 가라앉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또 1년. 박 회장은 논란의 불쏘시개였던 ‘금호홀딩스’를 축으로 그룹 재건의 꿈을 이루고 있다. 2017년 6월 금호홀딩스가 금호고속을 인수하면서 ‘박삼구 회장→금호홀딩스(금호기업+금호터미널+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박 회장은 2017년 11월 28일 긴급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그룹은 금호고속, 터미널, 건설, 항공을 중심으로 운영해 나갈 생각이다. 이 분야에 우리가 갖고 있는 역량을 총투입해 건강한 그룹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

# 물밑 수사와 기소 의견

하지만 박 회장을 둘러싼 모든 의혹이 ‘한바탕 봄꿈’처럼 사라진 건 아니었다. 세상이 잊었을 뿐, 몇몇 의혹은 수사가 진행됐다. 삼덕회계법인이 제기했던 ‘사문서 위조 사건’은 그중 하나였다. 더스쿠프(The SCOOP)의 단독 취재 결과, 서울 종로경찰서는 2017년 3월 31일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를 사문서 위조 혐의(기소의견)로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를 담당했던 종로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금호터미널 M&A 실사보고서가 위조됐다는 고소사건을 수사해 보니 심상치 않았다. 금호터미널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 과정에서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꼼꼼하게 수사를 진행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를 불러 참고인 조사도 했다. 그 결과, 회계사 A씨에게 ‘사문서 위조’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삼덕회계법인 측이 A회계사를 처벌하겠다는 의지도 무척 단단했다.”

금호터미널 헐값매각 의혹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더구나 검찰이 경찰의 기소의견을 뒤집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동주 변호사의 주장을 들어보자. “사문서 위조는 진위를 첨예하게 다툴 필요가 없다. 위법 조건이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이다. 작성 권한이 없는 자가 권한이 있는 자의 명의로 문서를 작성하면 위법이다. 고소인이 수사 도중 말을 바꾸지 않는 이상, 검찰은 불기소처분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 불기소처분과 불복

검찰의 판단은 180도 달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B검사는 예상을 깨고 경찰의 기소의견을 뒤집었다(불기소처분). B검사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언급할 수 없다”면서 입을 닫았다.

이동주 변호사의 지적처럼 고소인(삼덕회계법인)이 말을 바꾼 것도 아니었다. 삼덕회계법인은 검찰의 처분에 불복, 2017년 12월 29일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헐값으로 팔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금호터미널의 실사주체(삼덕회계법인)가 “우리는 공식적으로 실사를 한 적 없고, 관련 실사보고서는 위조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 금호기업에 헐값에 팔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금호터미널은 현물성 자산이 많은 알짜기업이었다.[사진=뉴시스]

사실이라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에 힘을 쏟고 있는 박 회장에게 유쾌한 소식이 아니다. 삼덕회계법인의 주장대로 “실사보고서가 위조됐다”면 금호터미널의 헐값매각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박 회장 역시 ‘업무상 배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의문도 숱하게 많아진다. 무엇보다 공식 실사보고서도 없이 금호터미널의 매각절차를 진행했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회계사 A씨가 누구의 지시를 받고 삼덕회계법인의 직인을 도용했는지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김종보 변호사(법무법인 휴먼)는 “M&A 과정에서 매물의 실사를 제3자 외부기관인 회계법인에 맡기는 건 거래의 신뢰를 담보하기 위해서다”면서 “그런 회계법인이 자신들의 명의로 작성된 실사보고서를 부정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실사보고서가 위조됐다면 금호터미널의 헐값매각 의혹도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금호터미널 헐값매각 의혹,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 회장 의혹도 살아있다.
이윤찬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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