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IT 언더라인
바람 잘 날 없는 빅테크 카카오
아플 만큼 아팠는데 또 악재
SM엔터 M&A 시세조종 의혹
핵심 경영진 금감원·검찰 조사
임원들의 카르텔 폭로전까지
김범수 “이름 바꿀 각오로 쇄신”
다만 곤두박질치던 주가는 상승
외인·기관 순매수로 저점 시그널
주가상승세 언제까지 이어질까

카카오가 위태롭다. 골목상권 침탈, 경영진 모럴 해저드, 시세조종 의혹 등 다양한 이유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창업주가 강도 높은 쇄신 작업을 예고했지만 기대치가 높진 않다. 과거에도 쇄신책을 펼쳤지만 그 결과가 지금의 ‘창사 이래 최대 위기’였다. 이런 최악의 국면에서 카카오의 주가는 ‘상승 랠리’에 올라탔다. 이유가 뭘까. 

카카오 주가가 우상향하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사진=카카오 제공]
카카오 주가가 우상향하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사진=카카오 제공]

카카오의 올겨울은 유독 춥다. 연일 악재가 터지면서 눈만 감았다 뜨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란 말이 흘러나온다. 위기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핵심 경영진이 구속된 지난 10월 본격화했다. 이후 카카오는 검찰ㆍ금감원ㆍ공정위의 전방위적인 수사 대상에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쇄신을 위해 구원투수로 데려온 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이 최근 카카오의 내부 문제를 SNS에 공개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임직원들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하면서 폭로전으로 번졌다. 카카오 노조 역시 사내 시위를 벌이다가 사측과 갈등을 빚었다. 

이런 카카오의 위기는 ‘성장통’으로 보기 어렵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사업을 개척해 ‘대세 빅테크’로 등극한 카카오는 이미 ‘밉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2021년부터 골목시장 침탈 논란에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 논란, 공정거래법 위반, 카카오 먹통 사태 등으로 몇번씩이나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다. 

그사이 컨트롤타워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를 신설하고 김범수 창업주가 의장직을 사임하는 등 나름의 쇄신책을 꺼냈지만 ‘최대 위기’는 또 찾아왔다.  

혼란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다시 창업주가 나섰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 11일 카카오 본사에서 직원 간담회를 열었다. 창업주가 임직원과 대담한 건 2년 10개월 만의 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과거 10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면서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회사의 상징인 ‘카카오’를 버릴 각오로 강력한 쇄신책을 꺼내겠단 건데, 그만큼 카카오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당장 대표 최고경영진 교체라는 카드를 꺼내 인적 쇄신에 나섰다. 새 대표는 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다.

그런데 이런 최악의 국면에서 카카오의 주가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11월 한달간 이 회사 주가는 33.60% 상승했다(3만7800원→5만500원). 12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13일 종가 기준 0.79% 올랐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가 촉발한 10월만 하더라도 악재를 만난 기업답게 13.99% 하락했다. 그런데 위기가 악화하던 11월엔 되레 올랐다. 그사이 카카오가 발표한 실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카카오의 올해 3분기 매출은 2조16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 늘어났지만 영업이익(1403억원)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6.7% 감소했다. 

카카오는 갖가지 악재가 터지면서 혼란에 휩싸였다.[사진=뉴시스]
카카오는 갖가지 악재가 터지면서 혼란에 휩싸였다.[사진=뉴시스]

수많은 악재에 휩싸인 카카오의 주가를 밀어 올린 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였다. 각각 2066억원, 1062억원을 순매수하면서 개인투자자의 매도물량(3048억원)을 받아냈다. 올해 들어 10월 말까진 카카오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팔던 기관과 외국인이었는데, 11월부터 태도를 바꿨다. 12월 들어선 외국인투자자의 매수 강도가 더 세졌다(11일 기준). 7거래일 중 하루를 빼곤 모조리 카카오 주식을 순매수했고, 그 금액이 625억원에 달했다. 

주가 반등을 견인한 주체가 외국인투자자란 점에서 카카오의 추세적인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제 카카오는 무리한 확장 없이도 성장이 가능할 만큼 비용 통제가 효율적으로 진행 중이고 적자 자회사도 실적을 개선하고 있다”면서 “대내외적인 악재는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고, 이젠 이슈보다 실적과 성장성을 봐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다만 주가가 올랐다고 기업가치가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라고 보긴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 카카오는 아직 수익성 악화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갖가지 리스크를 겪는 상황에서 수익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강도 높은 쇄신책의 결과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다면 주가는 언제든 다시 곤두박질칠 수 있다. 카카오의 역설적 주가 상승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려면 험난한 길이 남았다는 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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