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같이읽다

[EU, AI 규제법 합의]
AI 목에 방울 달 수 있을까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을 규제하는 법안에 합의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유럽의회, EU 27개국 대표는 37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AI 규제법(AI Act)’을 큰 틀에서 합의했다.  

AI 규제법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EU는 AI 기술 위험에 따라 분류하고 등급별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규정을 어긴 기업엔 최대 3500만 유로(약 500억원) 또는 세계 매출 7%에 해당하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가령, AI 규제법은 개발자가 안면 인식 데이터를 모으고 분류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민감한 특성이 담긴 생체 정보인 만큼 악용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자율주행차나 의료장비와 같은 고위험 기술을 선보이는 기업 역시 데이터를 공개하고 엄격한 테스트를 수행해야 한다. 오픈AI의 챗GPT, 구글 바드와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도 규제 대상이 됐다. 그러면서도 국가 안보와 법 집행을 위해 활용하는 AI에는 광범위한 예외 조항을 두기로 했다.

법안은 유럽 의회와 회원국의 공식 승인을 거쳐야 한다. 승인 후 완전히 발효하기까진 2년이 걸릴 예정이다. 다만, 이 법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갈등과 논쟁거리가 여전히 많아서다. 뉴욕타임스는 “EU의 법이 규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긴 했지만, 그 효과에는 의문이 남아있다”면서 “앞으로 최대 2년간은 법을 시행할 수 없는 데다 협상 마지막 순간까지 각 회원국과 EU 정책 입안자는 내용을 두고 다퉜다”고 지적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中 CPI 갈수록 둔화]
중국에 드리운 디플레 그림자

중국이 디플레이션 우려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CNN비즈니스는 10일(현지시간) 중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5%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2020년 11월 -0.5% 이후 3년 만에 기록한 가장 큰 하락폭으로 시장의 전망치(-0.1%)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중국은 디플레이션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거다. 

중국의 CPI는 갈수록 둔화하고 있다. 지난 7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하며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8월 0.1%로 상승했지만 지난 10월(-0.2%)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CPI가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셈이다. 

시장에선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지급준비율과 정책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 8일 중국 정부가 침체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재정ㆍ통화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10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식품 가격, 국제유가 조정, 수요 약화라는 삼중고로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며 “가격 약세 조짐이 이제 상품에서 서비스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11월 CPI에서 식품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2% 하락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1월 –3.0%를 기록하며 14개월 연속 하락했다. 씨티그룹은 “디플레이션 몰고 올 악순환을 막기 위해 정책을 주저할 시간이 없다”며 “투자자들은 12월 열릴 중앙경제공작회의(CEWC)에서 내년 경제 정책의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하락세 멈춘 식량가격]
곡물 떨어지고 설탕 올랐다

떨어지던 세계식량 가격이 멈췄다. 식품별 가격 변화가 엇갈린 결과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ㆍFood and Agr 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의 11월 식량가격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식량가격지수는 120.4포인트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7월 124.1포인트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는 끝났지만 가격 반등은 없었다.

FAO는 2014~2016년 평균값을 100으로 놓는다. 식품가격지수는 변화가 없었지만 품목별로는 편차가 컸다. 곡물과 육류는 가격이 내려갔다. 곡물가격지수는 11월 121.0포인트로 전달보다 3.0% 떨어졌고 육류가격지수는 111.8포인트로 10월보다 0.4% 하락했다. 아르헨티나의 곡물 공급이 활발해지면서 가격에 영향을 미쳤고 육류 역시 브라질에서 공급이 늘며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반대로 유제품과 설탕은 가격이 올랐다. 11월  유제품가격지수는 114.2포인트로 전월 대비 2.2% 상승했고, 161.4포인트를 기록한 설탕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1.4% 올랐다. 유제품 가격은 동북아 시장의 버터ㆍ탈지분유 수요 증가, 크리스마스를 앞둔 서유럽의 내부 수요 증가를 반영해 상승했다. 설탕 가격은 기후 위기에 영향을 받았다. 엘니뇨 현상으로 건조 기후가 강해지면서 주요 수출국인 태국, 인도의 생산 전망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아르헨 고강도 경제 개혁 예고]
이대로 두면 인플레 1만5000%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뼈를 깎는 고강도 경제 개혁을 예고했다. 경제학자 출신이자 방송인 출신인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11월 19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55.9% 득표율로 당선됐다.

취임식은 1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의회에서 거행됐다. 밀레이 대통령은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은 거대하다”면서 “편안한 거짓말보단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가 말한 불편한 진실은 자국의 경제 상황이다. 

아르헨티나의 올해 인플레이션은 200%에 달하고,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임금 탓에 인구의 40%가 빈곤층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지 않으면 연간 1만5000%에 달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이빨과 손톱으로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대안도 없고 시간도 많지 않다”고 덧붙인 그는 지출을 빠른 속도로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진 않았지만 공공부문 삭감을 통해 국내총생산(GDP) 5%에 해당하는 재정을 조정하는 방안이 주요 조치에 포함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취임식 후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이자 정부 청사인 카사 로사다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눈 밀레이 대통령은   “비록 힘든 시기를 견뎌야 하지만 우린 다시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