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대통령 작심 비판 후 개편 발표
20%에 이르는 수수료 체계
3% 이하 신규 상품으로 개편
가맹택시 몰아주는 배차문제
매칭 알고리즘 단순화하기로
단편적 개편이란 지적 숱해
혁신에 준하는 변화 필요해

택시호출앱 서비스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개편안을 발표했다. “매우 부도덕하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작심 비판 이후 내놓은 일종의 쇄신안이다. 수수료를 3%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공정 배차를 위해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는 그들의 약속은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

끊이지 않는 논란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수료 인하 등 개편안을 내놨다.[사진=연합뉴스]
끊이지 않는 논란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수료 인하 등 개편안을 내놨다.[사진=연합뉴스]

“카카오택시의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 “아주 낮은 가격으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리는 부도덕한 행태는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

지난 11월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택시호출앱 서비스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부산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고 있다는 참석자가 털어놓은 “카카오택시의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심하다” “수수료를 카드수수료 수준인 1%대로 낮춰줬으면 좋겠다”는 고충을 듣고 난 직후였다.

윤 대통령의 발언 6일 후인 같은 달 7일 카카오모빌리티가 입장을 발표했다. 회사는 “공공재적 성격이 있는 택시 특수성을 감안해 현행 20%인 수수료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플랫폼도 전면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첫걸음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13일 택시업계 4단체(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가맹택시 업계 대표(한국티블루협의회) 등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개편안도 발표했는데, 내용을 보면 크게 ‘수수료 인하’ ‘공정 배차’ 두가지다. 수수료를 3%대로 낮추고, 공정 배차를 위해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거다. 그렇다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이 다짐은 실현 가능할까.

■ 수수료 인하 = 카카오T의 수수료는 그동안 논쟁의 대상에 자주 오르내렸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사업은 두가지로 나뉜다. 기사나 택시회사가 운임의 20%를 카카오모빌리티에 수수료로 납부하는 ‘가맹계약’, 회사가 운임의 15~17%를 택시기사나 법인택시에 돌려주는 ‘제휴계약’ 등이다.

20%를 받고 15~17%는 돌려주는 셈인데, 이렇게 따지면 실질적인 수수료는 3~5%다. 택시기사들이 “경쟁업체들보다 비싸다”며 수수료 인하를 요구해온 이유다.[※참고: 타다·우티 등 다른 가맹택시 수수료는 2.0~ 2.5% 수준이다.]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상대적으로 비싼 수수료를 거둬들인 덕에 빠르게 성장해왔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실적을 보자. 2021년 5465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7915억원으로 44.8%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126억원에서 195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7336억원의 매출액과 216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3분기 만에 매출액은 지난해에 가까워졌고, 영업이익은 일찌감치 넘어섰다.

하지만 높은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개편안에서 “택시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가맹수수료 3% 이하의 신규 상품 출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건 ‘3%’가 아니라 ‘신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지속된 논란으로 가맹택시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현재 5만명의 기사가 참여해 구축한 시스템 체계를 일괄 변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저렴한 수수료를 적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신속하게 마련하는 것이 가맹 지사 부담을 가장 빠르게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면서 기존 가맹택시 참여자들도 신규 가맹택시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하면, 수수료를 전체적으로 3%로 인하하는 게 아니라 신규 사업자에 한해 선택적으로 내리겠다는 거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카카오T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는 결국 사업자만 배 불리는 구조”라면서 “수수료도 당연히 인하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생계형으로 일하는 택시기사들을 위해 상생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호통에 단편적으로 ‘수수료 인하’라는 개편안을 내놓을 게 아니라 선제적인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거다.

■ 불공정 배차 =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불공정 배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중형택시를 부르는 ‘일반호출’과 ‘카카오T블루’라는 가맹택시를 부르는 ‘블루호출’이 있다. 그중 일반호출은 가맹기사와 비가맹기사에 동등하게 적용한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가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가맹기사에게 콜을 몰아주는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며 공정위는 지난 2월 카카오모빌리티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를 늘리기 위해 카카오T앱 일반호출에서 가맹기사를 우선 배차하거나 유리하게 배차했다. 2분, 4분 거리에 비가맹기사가 있어도 6분 거리에 있는 가맹기사를 호출하는 식이었다. 호출 수락률이 높은 가맹기사가 비가맹기사보다 더 많은 배차를 받기도 했다. 이 역시 비가맹기사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설계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올해 안에 새로운 가맹서비스와 택시 매칭시스템 구축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가 올해 안에 새로운 가맹서비스와 택시 매칭시스템 구축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11월 13일, 11월 30일 택시단체와 두차례 만난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 배차’ 문제를 두고도 논의했다. 택시단체는 가맹택시와 일반호출 택시의 차별 없는 배차를 요구했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우선으로 배차되는 복잡한 매칭 알고리즘을 단순화하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가령, 기존엔 카카오모빌리티의 AI 추천 수락률이 1순위이고, ETA(도착예정시간)를 적용한 최단거리 알림이 2순위였는데 앞으론 이를 동시에 보내기로 한 거다.

그렇다면 카카오모빌리티 스스로 내놓은 쇄신안은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김필수 교수는 “수수료, 배차 문제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혁신에 준하는 변화”라면서 “완전히 탈바꿈하지 않고서는 이 파도를 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의 뿌리와도 같은 사업이다. 모빌리티가 흔들리면 카카오도 흔들릴 수 있다. 그 모습이 지금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단편적이고 안이하게 대처해선 안 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완전히 새로운 카카오모빌리티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시계는 째깍째깍 바삐 움직이고, 그들이 약속한 연내가 얼마 남지 않았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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