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소셜기록제작소
2023 스타트업 열전 10편
이남희 하이퍼놀로지 대표
산업 패러다임 불러 올 AI
이를 활용하는 중소기업 적어
이를 위한 머신 비전 기술 제공
향후 로봇 산업과 연계 꿈꿔

#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파고들고 있다. 거대 공장을 운영하는 AI 솔루션부터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생성형 AI’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이젠 드물다. 기업에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란 얘기다.

# 정작 국내 기업들은 이런 AI를 쉽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더 그렇다. 시장에서 버티는 것도 벅찬데 AI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에 적용할 여력이 있을 리 없어서다. 이런 기업들을 위한 AI 솔루션을 개발해 차근차근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AI 머신 비전 전문기업 ‘하이퍼놀로지’다.

# 더스쿠프 소셜기록제작소가 이남희(37) 하이퍼놀로지 대표를 만났다. 20대 때 CCTV 시스템 업체를 창업했다가 쓴잔을 마셨던 그는 지금 제품 검수에 사용하는 AI 솔루션 사업으로 ‘창업 2라운드’를 펼치고 있다. 2023 스타트업 열전 열번째 편이다.

이남희 대표는 AI 기술력만 충분하다면 대기업 틈바구니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사진=천막사진관]
이남희 대표는 AI 기술력만 충분하다면 대기업 틈바구니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사진=천막사진관]

인공지능(AI)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2030년까지의 글로벌 AI 전망’이란 보고서에서 올해 1502억 달러(약 197조5881억원)인 세계 AI 시장 규모가 2030년엔 1조3452억 달러(약 1769조6106억원)로 연평균 36.8%씩 고속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급성장이 가능한 건 AI가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곳에서 쓰이고 있어서다.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자연어 처리’, ▲시각적 세계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컴퓨터 비전,’ ▲빠른 의사판단을 통해 산업용 장비의 작업을 돕는 ‘머신 비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생성형 AI’ 등 AI의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AI는 특히 기업에서 각광받고 있다.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고객의 니즈를 빠르게 판단하는 데 AI만큼 적격인 기술을 찾기 힘들어서다. 하지만 국내 기업 중 AI를 도입한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지난 11월 미국의 IT 기업 시스코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5.0%만이 AI 기반 기술을 도입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95.0%에 달하는 국내 기업은 현재로선 AI 기술을 적용할 여건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거다.

기업들이 AI 기술을 도입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사실 꽤 단순하다. AI 도입에 많은 비용이 들어서다. 대기업이라면 몰라도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나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AI 관련 부서를 따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인지 최근 AI 업계에선 기업들의 AI 솔루션을 설계해 주는 업체들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AI 기반의 머신 비전(machine vision) 솔루션 사업을 시작한 ‘하이퍼놀로지’는 그중 한곳이다. 이남희 하이퍼놀로지 대표는 “기업들이 좀 더 쉽고 간편하게 AI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술과 연구를 제공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말하는 하이퍼놀로지의 현재와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보자.

✚ 머신 비전이란 기술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쉽게 말해서 기계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그 판단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령 사람이 제품을 검사할 때 기계를 써서 육안으로 겉모습을 살펴보잖아요. 요새는 이걸 전부 자동화해서 기계가 스스로 제품을 검사하는 공장이 많거든요. 여기서 AI 기술이 활약을 합니다.”

✚ 어떤 활약을 하는 건가요?
“기계에 부착해 놓은 카메라가 제품의 표면을 촬영하면 AI가 표면에 있는 파손 부분이나 흠집 같은 것들을 구별해 불량품을 찾아내는 거죠. 이걸 가능하게 만드는 게 바로 머신 비전입니다.”

✚ 머신 비전을 쓰면 어떤 장점이 있나요?
“제품 검사를 노하우가 필요하지 않은 단순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오랫동안 업력을 쌓은 베테랑들이 검수해야 공장이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출하할 수 있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머신 비전을 쓰면 단기간에 높은 수준의 제품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4분의 1인치(약 0.6㎝)의 금속 찍힘부터 1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긁힘까지 잡아낼 수 있습니다.”

머신 비전 하나로 머리카락 굵기(평균 80 ~120㎛)보다 더 가는 긁힘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는 거다.

[사진=하이퍼놀로지 제공]
[사진=하이퍼놀로지 제공]

✚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학습을 통해서죠. 처음엔 데이터가 없으니 AI도 실수를 합니다. 하자가 있는 제품을 봐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죠. 이 문제는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AI가 빠르게 학습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단기간에 검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죠. AI는 사람과 달리 지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 머신 비전은 주로 어떤 분야에서 많이 쓰이나요?
“아무래도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에서 가장 많이 쓰입니다. 특히 기계에 들어가는 부품 제조업체나 장비 제조업체들이 많이 사용하죠. 이쪽 분야는 불량품을 최소화하는 게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해서인지 머신 비전 기술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 AI 분야는 대기업들도 많이 뛰어드는 걸로 알고 있는데, 레드오션 아닌가요?
“일단 대기업 같은 경우는 공장 전체의 AI 솔루션을 ‘턴키’ 방식으로 수주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모든 AI 기술을 대기업 혼자서 다루진 않습니다. 머신 비전뿐만 아니라 자연어 처리, 머신 러닝 등 전체 솔루션에 쓰이는 AI 기술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기업들은 소규모 기업에 AI 기술 수주를 맡깁니다. 하이퍼놀로지도 그중 하나죠.”

✚ 스타트업도 충분히 파고들 만한 부분이 있단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하이퍼놀로지는 인쇄회로기판(PCB) 검수 장비와 관련한 AI 기술에 특화해 있거든요. ‘반도체의 쌀’이라고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검사 기술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 분야의 기술을 특화할 수 있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최근엔 한층 더 발전된 기술인 ‘하이퍼 Q’도 준비 중입니다.”

✚ 그게 뭔가요.
“머신 비전을 제공할 땐 저희 회사에서 많은 부분을 도맡아서 진행합니다. AI를 학습하고, 학습한 모델을 갖고 응용할 수 있게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주죠. 이를테면 고객사 맞춤형이랄까요? 그런데 ‘하이퍼 Q’는 이 과정을 고객사가 직접 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입니다.”

✚ 하이퍼놀로지가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된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사업 구조도 달라지죠.”

✚ 어떻게 말인가요.
“기존에는 저희가 직접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주고 운영해주는 일종의 용역회사였다면, ‘하이퍼 Q’가 널리 쓰일수록 하이퍼놀로지는 소프트웨어 공급자로 성장할 겁니다. 스스로 솔루션을 운영할 수 있으니 고객사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서 만족할 것이고요. 서로 윈윈하는 셈입니다.”

✚ 화제를 돌려볼까요? 창업은 이번이 처음인가요?
“20대 때 CCTV 시스템 시설 사업을 꾸린 적이 있습니다.”

✚ 그 사업은 어떻게 됐나요.
“망했죠(웃음). 지금이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CCTV가 일반적이지만, 그때만 해도 테이프에 녹화를 하는 아날로그 방식이 대부분이었어요. 제가 창업했을 땐 CCTV 산업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던 시기였는데, 그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죠. 이번이 두번째 창업입니다.”

✚ 이번에는 나름 알찬 열매를 맺었네요.
“운이 좋았죠. 처음엔 쉽지 않았어요. AI가 요즘 ‘핫한’ 산업이잖아요. 그래서인지 AI 기술을 개발할 만한 인재를 찾는 것부터 난제였어요. AI 기술을 개발하려면 AI 이해도가 높고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특화한 인력을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사실 그런 친구들은 스타트업보단 대기업을 선호하기 마련이거든요.”

✚ 사업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겠네요.
“맞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회사다 보니 직원들에게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챙겨주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직원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고용 당시에 제가 직원들에게 회사의 가치와 비전을 적극적으로 어필했었는데, 그 부분을 좋게 봤는지 제 손을 선뜻 잡아주더라고요. 현재 저를 포함해서 총 8명의 직원과 함께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 그래도 내부 인력만으로 AI 기술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그렇죠. AI 시장이 이제 성장하는 단계여서인지 참조할 만한 ‘레퍼런스’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그럴 땐 저희도 연구개발(R&D)을 해야 하는데, 연구실을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죠. AI와 관련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건 어쩌면 언감생심이었어요.”

[사진=하이퍼놀로지 제공]
[사진=하이퍼놀로지 제공]

AI 시장은 ‘개발속도’가 관건이다. 더 뛰어난 AI 솔루션을 개발한 업체에 일감이 쏠리기 마련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남희 대표는 올해 5월과 7월에 성균관대 인공지능학과·스마트팩토리융합학과와 각각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R&D에 매진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기술력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그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 현재 주력하고 있는 신사업이 있나요?
“몇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2D 기반 AI에서 3D 기반 AI로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 2D와 3D에 차이가 있나요?
“AI가 제품 표면에 난 파인 자국을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2D 기반 AI는 자국의 모양을 보고 이 제품이 불량이란 걸 판별합니다. 3D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서 파인 자국의 깊이까지 알 수 있죠. 손상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3D 기반 AI가 제품 불량률을 낮추는 데 더 많은 도움을 줄 겁니다.”

✚ 하이퍼놀로지는 머신 비전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AI 기술을 활용해 ‘휴먼 포즈 에스티메이션(Human Pose Estim ation)’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 어떤 기술인가요.
“AI가 2D 영상을 분석해서 3D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영상을 활용해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죠. 가령, 유튜브 동영상에 춤을 추는 사람의 동작을 학습 자료로 쓰고 싶을 때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추출하기 때문에 다각도에서 동작을 관찰하는 게 가능하죠.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도 좋을 듯합니다.”

✚ 머신 비전과는 또다른 분야네요.
“그렇습니다. AI를 사용할 분야는 무수하게 많습니다. 회사 차원에선 새 먹거리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 흥미롭네요. 하이퍼놀로지가 어떤 비전을 품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AI 관련 솔루션에 주력하고 있지만, 미래엔 로봇과 연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면 AI 솔루션만 썼을 때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AI 기술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으니까요. 궁극적으론 AI 솔루션을 통해 제조업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산업 분야에서 활약하고 싶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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