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입주 물량 줄어든 서울 아파트
그럼에도 쌓이는 아파트 매물
입주 물량 줄어도 매물량 늘어
실거래가격과 가격지수 엇갈려
아파트 가격 속단하기엔 일러

입주 물량 감소한 데다 실거주 의무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아파트 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입주 물량 감소한 데다 실거주 의무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아파트 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서울 아파트값이 내년에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횡보’할 뿐 더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망만 엇갈리는 건 아니다. 실거래가격지수와 매매가격지수도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아파트값의 향방을 따지기에는 고려해야 할 게 많다. 대표적인 건 매물, 입주 물량이다. 

서울 아파트값의 향방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다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떨어져도 주로 옆걸음질만 칠 뿐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부터 내년부터 본격적인 하락이 시작할 것이란 시선도 있다. 실제로 지표도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실거래가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꾸준히 올랐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자꾸 떨어졌다. 두 지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가지수(2017년 11월 기준값=100)에 따르면, 2023년 1월 143.9포인트였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9월 161.4포인트로 17.5포인트 올랐다.

반대로 KB부동산의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22년 1월 기준값 100)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는 지난 1월 94.8포인트에서 11월 90.8포인트로 4.0포인트 떨어졌다. 실거래가격은 올랐고 시장가격은 떨어졌다는 거다. 가격지수만으로 집값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참고: KB부동산이 집계하는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표본 주택 가격을 조사하는 방식이다. 실거래가 있는 경우에는 실거래가를 반영하고, 없는 경우엔 가장 유사한 아파트의 가격을 반영한다.] 

가격지표 대신 시장의 향방을 가늠해 볼 만한 다른 지표는 매물이다. 시장에 쌓인 매물은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팔 사람이 많고 살 사람이 적을수록 시장에 매물이 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쌓인 매물은 가격 하락의 징조로 꼽힌다.

■ 또다른 지표➊ 매물 =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매매 시장에 나온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1월 1일 5만51 3호에서 12월 11일 7만5878호로 50.2% 늘었다.

KB부동산의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지난 1월 대비 떨어졌다는 걸 감안하면 쌓이고 있는 매물이 아파트 가격의 하락을 압박하고 있는 건 사실인 듯하다. 다만, 전세 매물의 추이는 달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3년 1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90.50이었다가 7월 최저치인 84.5포인트를 기록한 후 반등해 11월에는 85.9를 기록했다.

꾸준히 떨어진 매매가격지수와 달리 전세가격지수는 7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이 때문인지 쌓인 매물도 매매와는 달랐다. 2023년 1월 1일 5만4466호였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 11일 3만3921호로 37.7% 감소했다. 매매 물건과는 다른 양상이다. 매물에서도 혼란스러운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거다.

■ 또다른 지표➋ 입주 물량 =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표는 ‘입주 물량’이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서울 아파트 입주량이 줄어드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그럼 입주 물량이 실제로 아파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까.

입주량과 매매가격지수의 움직임을 비교해봤다. 2022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787호였다. 2023년에는 1.0% 줄어든 2만4404호가 입주했다.[※참고: 아직 12월이 지나지 않았지만 서울 아파트 12월 입주 물량은 0호이기에 사실상 2023년 입주 예정 물량은 모두 채워졌다.]

2024년 이 물량은 더욱 줄어든다. 2023년보다 35.9% 줄어든 1만5627호가 입주를 시작한다. 그러면 서울에 들어갈 수 있는 ‘새 아파트’가 줄어드는 건데 언뜻 생각하면 ‘실제로 입주할 수 있는’ 새 아파트 물량이 줄어들었으니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입주 물량과 아파트 가격이 ‘역으로’ 움직인 건 아니다. 2021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7225호로 최근 10년(2013 ~2023년)간 두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물량의 영향을 받았어야 하는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는 입주 물량과 무관하게 움직였다. 

2021년 1월부터 12월까지 KB부동산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2022년 1월 10일 기준값=100)은 15.1%를 기록했다. 반대로 입주 물량이 적었던 시기인 2023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하락세를 보였다. 

2021년과 비교해 입주 물량이 절반 수준이었던 2023년(2만4404호)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는 1월부터 11월까지 -5.1%의 변동률을 보였다. 입주 물량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거나 오르는 건 아니란 얘기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부동산 가격 하락은 결국 매물이 얼마만큼 쌓여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아파트값이 지금 비싸다보니 더 오르기보다는 천천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아파트값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일지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