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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국 경제 주의점 세가지
DSR 우회 정책금융 50조원
주택담보대출 역주행 우려
20·40대 취업자 본격 감소
노동 탓에 시간빈곤층 늘어나

우리나라 경제가 12월 들어 저점을 다지고 있다. 수출은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기대인플레이션은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4개월 연속 하락 후 상승 전환했다. 내년 경기침체를 빠르게 벗어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건전한 경제를 만들려면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 알아봤다. 가계부채 증가, 40대의 실종, 늘어나는 근로시간 등이 세가지 포인트다. 

내년에 DSR을 우회하는 정책금융이 올해보다 더 늘어나면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내년에 DSR을 우회하는 정책금융이 올해보다 더 늘어나면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7월 이후 다시 상승하던 추세를 멈추고 연중 최저치인 3.2%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내년 지출·경기·물가·수입 전망이 모두 좋아지면서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8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전월 대비 2.3포인트 상승했다.

수출 증가도 탄력이 붙었다. 12월 1~20일 우리나라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3.0% 증가하면서 10월 5.1%, 11월 7.8%에 이어 3개월 연속 늘어났다. 

여전히 불안한 지점도 있다. 소비 수준을 알려주는 소매판매는 10월 0.2% 증가했다가 11월 다시 -0.8% 쪼그라들면서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12월 주택가격전망도 9포인트 떨어지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바닥을 확실히 다지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까. 우리가 주의할 점을 살펴봤다. 

■ 주의점➊ 가계대출 재증가=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올해 회의록은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더스쿠프는 지난 11월 22일 보도한 ‘가계빚 키운 주범은 누구인가’ 기사에서 1~10월 금통위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 위원이 ▲정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금융(특례보금자리론),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를 올해 가계부채 역주행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가계·기업·정부 부채를 모두 합한 총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6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와 총부채를 각각 2218조3581억원, 5956조9572억원이라고 집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커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부가 부동산 연착륙 정책의 강도와 속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불씨를 키운 탓으로 풀이된다. 

올해 논란을 일으킨 특례보금자리론 우대형과 일반형을 통해서 나간 대출 규모는 40조원을 넘겼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대출 규모는 신청금액 기준으로 지난 9월 말 이미 40조5000억원을 기록해 정부의 목표치를 한참 넘어섰다.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금융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DSR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이어서 대출 위험관리와 직결돼 있다. DSR을 훌쩍 넘긴 대출자의 상환능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파산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내년에 DSR을 우회하는 저리 정책금융 규모는 올해 특례보금자리론보다 많은 50조원대가 될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 국토교통부는 27일 ‘신생아 특례 대출’을 내년 1월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무주택 세대주와 1주택자를 대상으로 부부 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 순자산 4억6900만원 이하가 자격 요건이다.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살 때 최저 1%대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데, 규모는 27조원이다. 20~30조원 규모인 청년주택드림대출도 내년 2월 시행한다. 

■ 주의점➋ 40대의 실종=한국의 인구감소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기준 40대 인구는 794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명 감소했다. 이에 따라 40대 취업자 수는 20년 만에 60세 이상, 50대보다도 적은 625만4000명에 그쳤다. 

출생아 수는 여전히 줄어드는데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10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출생아 수는 1년 전보다 8.4% 줄어든 1만8904명이었다. 1981년 월간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작은 수준이다. 10월 사망자 수는 3.4% 증가한 3만793명이었다. 

우리나라 인구의 자연 감소가 벌써 48개월째 지속하면서 산업 지형도 바뀌고 있다. 우리 인구는 2020년 3만2000명 줄었고, 2021년엔 5만7000명, 2022년엔 12만4000명 감소했다.

에 따라 지난 9월 고용동향에서 15~29세 청년 취업자 수는 9월 8만9000명 줄면서 11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20~29세 인구는 1년 전보다 무려 19만2000명 감소했고, 취업자 수도 9만1000명 줄었다. 30대, 40대 인구는 9월 기준 각각 8만4000명, 11만4000명 감소했다. 

인구가 자연감소하면서 세대별 취업자 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안양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모습. [사진=뉴시스]
인구가 자연감소하면서 세대별 취업자 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안양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모습. [사진=뉴시스]

생산인구의 감소가 뚜렷한데 기업에서 40대는 여전히 정리해고 최우선 대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55~64세 취업 경험자 중 주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49.4세였다.

■ 주의점➌ 시간 빈곤층=대법원이 최근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한도의 위반 여부를 놓고 기준을 ‘1일 8시간 근무’가 아닌 ‘주간 단위 초과분’으로 계산하는 게 맞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았다. 1일 연장근로 한도를 인정하지 않으면, 주간 단위로 밤샘 근무까지 가능해진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6일 “경직적 근로시간 제도로 인한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깊이 있게 고민해 도출한 판결로 이해한다”며 환영했다. 노동부가 지난 3월 추진한 이른바 69시간제의 취지와 맞닿아있는 판결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날 열린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유연한 노동시장은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근로시간의 확대를 꾀하면서 내년에는 시간 빈곤층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시간 빈곤(time poverty)은 1977년 자선재단 버터플라이 설립자인 클레어 비커리가 ‘시간 빈곤: 빈곤의 새로운 형태’라는 논문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비커리는 빈곤층을 가르는 척도에 소득과 함께 소비와 여가를 위한 시간 개념을 추가했다. 후속 연구에서 시간을 ▲필수시간, ▲유급 노동시간, ▲무급 노동시간, ▲자유시간으로 나누고, 시간 빈곤은 자유시간의 부족을 뜻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무급 노동시간에 포함하는 가사 노동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기혼 여성의 불평등을 연구한 학자들도 많다. 

이지민 한국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연령층별 시간빈곤자의 결정요인 분석’ 논문에서 15~29세 청년층의 자유시간이 141분 이하, 중장년층의 자유시간이 하루 77분 이하면 시간빈곤자라고 정의했다. 논문은 “가구 자산이 적을수록, 가구 근로소득이 많을수록, 여성일수록 시간빈곤자가 될 확률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연장근로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연장근로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지난 1930년 「다음 세대가 누릴 경제적 가능성(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이란 에세이에서 “100년 후면 발전된 나라들에서 평균적인 삶의 질이 지금보다 4~8배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주당 15시간, 하루에 3시간 일하면 우리 대부분은 만족할 만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노동시간은 1931년과 2011년 사이에 25% 이상 감소했지만, 케인스의 예측만큼 줄지 않았다. 

호주 기업들의 이익단체인 호주산업연맹(AI)은 지난 10월 ‘시간 빈곤이 기업에 해를 끼치는 이유’라는 보고서에서 “장시간 근무로 인한 시간 빈곤은 고용주에게 생산성·효율성 저하, 창의성·혁신 감소, 이직률·결근 증가라는 숨은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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