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2023년 테마주 성적표
챗GPT로 시작한 테마주
초전도체에서 총선주까지
투자경고종목 225개 기록
극심한 변동성으로 유혹
처음엔 급등세 보이지만
마지막은 하락으로 끝나
섣부른 테마주 투자 위험해

2023년 국내 주식시장은 테마주의 극성에 몸살을 앓았다.[일러스트=케티이미지뱅크]
2023년 국내 주식시장은 테마주의 극성에 몸살을 앓았다.[일러스트=케티이미지뱅크]

# 2023년 주식시장은 테마주를 빼고 논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연초부터 연말까지 숱한 테마주가 등장해 투자자를 유혹했다. 종류도 다양했다.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챗GPT부터 초전도체·맥신·양자컴퓨터 등 신기술 관련 테마주는 물론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까지 롤러코스터를 탔다. 

# 소수의 투자자는 테마주에 뛰어들어 짭짤한 수익을 올렸을지도 모르지만 테마주의 끝이 좋았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더스쿠프가 2023년 테마주를 다시 한번 짚어봤다. 

2023년 국내 주식시장은 테마주로 시작해 테마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3년 1월 2일부터 12월 27일까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225개였다. 전년(148개) 대비 52% 늘어났다.

한국거래소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했을 때 투자자에게 위험성을 환기하기 위해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한다. 투자경고 종목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종목이 많았다는 의미다.[※참고: 투자경고종목은 ▲초단기 급등의 경우 당일 종가가 3일 전날의 종가보다 100% 이상 상승, ▲단기 급등은 당일 종가가 5일 전날의 종가보다 60% 이상 상승, ▲중장기 급등은 당일 종가가 15일 전날의 종가보다 100% 이상 상승했을 때 지정한다.] 


실제로 2023년엔 우후죽순처럼 쏟아진 테마주들이 투자자를 끊임없이 유혹했다. 연초 챗GPT를 시작으로 2차전지, 초전도체, 맥신(MXene), 양자컴퓨터, ‘한동훈 테마주’, 토큰증권발행(STO)까지 숱한 테마주가 뜨고 지기를 반복했고,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렇다면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테마주의 현주소는 어떨까. 

■ 테마주➊ 챗GPT = 2023년 초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챗GPT 테마주부터 살펴보자. 2022년 11월 30일 미국의 인공지능(AI) 연구소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지 5일 만에 사용자 100만명을 달성했다. 챗GPT를 향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투자 시장에선 챗GPT 수혜주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이를 기점으로 테마주가 형성됐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챗GPT 대장주는 AI 전문기업 코난테크놀로지였다. 2023년 초 2만5000원이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챗GPT의 인기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2023년 1월 30일 10만4200원으로 수직 상승하더니, 2월 24일엔 14만4700원을 기록하며 연초 대비 478.8% 오르는 ‘기형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가는 이내 내림세로 돌아섰다. 챗GPT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 회사의 주가는 2023년 12월 28일 3만2600원으로 하락했다. 코난테크놀로지가 주당 1주의 무상증자에 나섰다(2023년 10월)는 걸 감안하더라도 주가는 고점(7만3850원) 대비 55.8% 떨어진 셈이다. 

■ 테마주➋ 초전도체 = 2023년 7월 국내 주식시장은 말 그대로 ‘초전도체 천하’였다.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초전도체는 국내 주식시장을 한순간에 장악했고, 수많은 테마주를 만들어냈다. 초전도체 논란은 한편의 논문에서 시작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2023년 7월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상온(섭씨 30도)에서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성 물질 ‘LK-99’를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를 근거로 초전도체는 전기 손실이 없는 전력망과 양자컴퓨터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꿈의 물질’로 평가받았다. 논문이 사실이라면 노벨상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기대감까지 일었다. 

이런 기대에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돈이 모이는 주식시장이었다. 초전도체와 묶일 수 있는 종목들이 테마를 형성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초전도체 테마주’는 불을 뿜었다. 대표적인 종목은 신성델타테크다. 이 회사는 초전도체 실험을 주도한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지분을 가졌다는 이유로 ‘초전도체 대장주’에 이름을 올렸다.

대장주답게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2023년 7월 27일부터 8월 29일까지 21거래일(매매정지 기간 제외) 중 10%대가 넘는 등락률을 기록한 거래일은 14거래일에 달했다. 7월 27일 1만2200원이었던 주가는 8월 29일 5만4600원으로 치솟았다. 주가는 초전도체 검증 소식이 나올 때마다 출렁였고, 2023년 10월 11일 6만4500원을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었다. 47거래일 만에 주가가 5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상승세는 이내 하락세로 바뀌었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발견한 물질이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검증 결과가 연이어 나왔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초전도체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검증에 나선 한국초전도저온학회도 2023년 12월 13일 백서를 통해 “‘LK-99’가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결론 내렸다. 

2023년 7월 초전도체 개발 소식에 관련주가 롤러코스터를 탔다.[사진=뉴시스]
2023년 7월 초전도체 개발 소식에 관련주가 롤러코스터를 탔다.[사진=뉴시스]

이는 곧장 주가에 반영됐다. 대장주인 신성델타테크의 주가는 2023년 10월 11일 6만4500원을 기록한 이후 두달 만인 12월 14일 3만2150원으로 고꾸라지며 반토막났다.[※참고: ‘LK-99’ 논문에 참여한 권영완 고려대 KU-KIST융합대학원 연구교수는 2023년 12월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LK-99’ 물질을 여전히 초전도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테마주➌ 맥신·양자컴퓨터 = 초전도체 테마주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인 2023년 8월엔 맥신과 양자컴퓨터가 새로운 테마주를 형성했다. 맥신 테마주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분자 분포를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8월 17일)에 급등했고, 양자컴퓨터 테마주는 8월 23일 국내 연구팀이 새로운 양자상태를 세계 최초로 발견한 것이 알려지면서 가파르게 올랐다.[※참고: 맥신은 전이금속인 티타늄에 탄소 혹은 질소가 결합돼 있는 신소재다. 전이금속은 ‘전자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금속 물질을 말한다.] 

두 테마주의 상승세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맥신 대장주로 불린 휴비스의 주가는 2023년 8월 14일 4395원에서 23일 1만원으로 127.5%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12월 28일 주가는 4120원이었다. 주가가 기술 개발 소식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양자컴퓨터 테마주의 변동성도 만만치 않았다. 양자컴퓨터 테마주인 코위버의 주가는 연구진의 발표가 있었던 2023년 8월 23일 상한가(5920원→7690원)를 기록한 후 바로 하락했다. 4거래일 후 7920원까지 상승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고, 12월 28일엔 5980원까지 떨어졌다. 양자컴퓨터 이슈가 있기 전인 2023년 초(6820원)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테마주➍ 한동훈株 = 2023년 테마주의 끝은 ‘한동훈株’가 장식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2024년 총선을 위해 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각종 테마주가 생겨났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종목은 대상홀딩스 우선주였다. 배우 이정재와 함께 찍은 사진이 이슈를 끌었고, 주가가 급등했다. 한 전 장관의 고교 동문인 이정재 배우의 연인이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이란 게 폭등의 이유였다.

이유는 개연성이 떨어졌지만, 주가 상승세는 무서울 만큼 가팔랐다. 대상홀딩스 우선주의 주가는 2023년 11월 27일 이후 총 8번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 결과, 11월 24일 7670원이었던 주가는 12월 20일 5만8600원으로 7배 이상 치솟았다. 

하지만 정작 법무부 장관을 사퇴하고 정계 진출을 알린 12월 22일부터 주가가 폭락했다. 5만8600원이었던 주가는 12월 27일 2만8900원으로 떨어졌다. 3거래일(12월 21일 거래정지일 제외) 만에 주가가 정확하게 반토막 난 셈이다.

한 전 장관의 정계 진출 소식에 환호했던 투자자라면 손실만 떠안았을 가능성이 높다. 신기술 개발 소식이든 정권 실세의 정계 진출이든 테마주의 끝은 테마주일 뿐이란 거다.[※참고: 이 회사의 주가는 12월 28일 3만7550원으로 오르며 또 한번 상한가를 기록했다.]

정우철 블랙펄자산운용 대표는 “급등 후 급락이라는 테마주의 공식은 바뀌지 않는다”며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테마주의 끝이 좋을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테마주가 성행하면서 테마주의 변동성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올바른 투자가 아닌 도박을 하는 것으로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테마주는 계속해서 기승을 부릴 공산이 크다. 조짐은 이미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초전도체 논란을 일으킨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연구진이 오는 3월 미국물리학회(APS)에서 초전도체와 관련한 발표자로 확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주가가 다시 꿈틀거렸다. 초전도체 대장주 신성델타테크의 주가는 관련 소식이 알려진 2023년 12월 26일과 27일 각각 5.69%, 6.4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초전도체 관련주는 이번엔 다른 모습을 보일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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