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부부의 재무설계 3편
보험 속 불필요한 보장들
종신보험, 연금보험 아냐
100세 넘는 보장기간 주의
중복 보장 가급적 덜어내야

‘유병장수’ 시대, 보험은 이제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 됐다. 큰돈이 드는 각종 치료비나 수술비를 대비하는 데 보험만큼 좋은 게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그 대비가 과할 때다.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보장은 보험료를 높이는 첫번째 요인으로 작용한다. 110세까지 보장하는 보험상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장씨 부부의 보험료를 살펴봤다.

가입한 보험에 불필요한 특약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입한 보험에 불필요한 특약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후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노후 준비를 얘기할 때 누구나 강조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가구는 노후를 일찍 준비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KB금융연구소가 80세 미만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노후를 위해 ‘경제적 준비’에 나선 시기는 2018년 평균 44세에서 올해 평균 45세로 되레 늦어졌다.

문제는 그사이 기대수명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6세다. 2018년 82.7세에서 한살가량 늘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실제 은퇴 나이가 55세가량이란 걸 감안하면 28.6년을 소득 없이 버텨야 할지 모른다는 거다.

2024년에 은퇴 적령기인 55세가 되는 남편 장성호(가명·54)씨와 아내 김수연(가명·45)씨의 고민도 노후 준비다. 남편 장씨가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노후 준비 상태는 사실상 제로다. 지금부터라도 착실하게 준비해야 하지만 많지 않은 소득이 걱정거리다. 부부의 소득은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장씨의 월급 460만원이 전부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둔 탓에 교육비 부담이 크다는 점도 따져볼 문제다.

이쯤에서 두번째 상담까지 마친 부부의 지출 규모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보자. 월 460만원을 남편 혼자 버는 부부는 정기지출로 395만원, 비정기지출 월평균 65만원, 금융성 상품 90만원 등을 사용한다. 한달에 550만원을 지출해 90만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1차 상담에선 휴대전화 요금제를 알뜰폰 요금제로 변경해 통신비 17만원(36만원→19만원)을 아꼈다. 2차 상담에선 배달음식을 줄여 식비를 120만원에서 90만원으로 30만원 덜어냈다.

두번의 상담을 적자를 90만원에서 43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였지만 여기서 머물러선 안 된다. 적자를 흑자로 돌리지 못하면 부부에게 노후 준비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자! 지금부터 허리띠를 좀 더 졸라매보자. 우선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항목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부부의 가계부에서 눈에 띄는 지출은 보험료 86만원과 월 평균 65만원을 쓰고 있는 비정기지출이다.

보험료 먼저 살펴보자. 부부는 많은 사람이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알고 가입하는 실수를 하진 않았다. 생명보험과 암보험 등 필요한 보험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부부가 가입한 보험의 문제는 중복보장에 있었다. 부부는 지인의 부탁이나, TV 광고 등을 보고 보험에 가입했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진 못할망정 병원비 부담은 주지 않겠다는 목표에서였다.

만기 110세로 설정된 보험은 활용도가 떨어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기 110세로 설정된 보험은 활용도가 떨어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이런 목표가 되레 독으로 작용했다. 어쩔 수 없이 중복으로 보장하는 보험이 많아졌고, 필요 이상으로 보장하는 보험도 늘어났다. 보장기간이 110세로 돼 있는 보험까지 있었다. 사실 이런 보험은 활용도가 떨어진다. 보장은 좋을지 몰라도 110세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희박해서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중복 보장 보험을 찾아내 정리했고, 그 결과 86만원에 달하던 보험료를 41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보험을 해지하면서 생긴 해지환급금 520만원으론 매월 35만원(잔여기간 9개월)씩 내는 카드할부원금 315만원을 모두 상환했다. 여유자금 205만원도 생겼다.

비정기지출도 점검했다. 부부의 비정기지출은 1년 기준 명절·경조사비 200만원, 미용비 150만원, 자동차 유지비 130만원, 의류비 150만원, 휴가·여행비 150만원 등 780만원으로, 한달에 65만원을 썼다. 명절·경조사비는 100만원으로 줄였다. 기존에는 거래처 직원의 자녀나 회사 동료의 경조사를 챙기는 데 대부분 지출했지만 이를 조금 아끼기로 했다.

남편 장씨는 아이들 결혼을 생각하면 경조사비 지출을 줄이기 힘들다고 반대했지만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다른 사람의 경조사를 챙기느라 ‘내 노후’가 불안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설득 끝에 장씨는 앞으로 가까운 지인의 경조사만 챙기기로 했다.

휴가·여행비도 연평균 1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줄였다. 아이들이 다 큰 탓에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부부는 당일치기나 차로 다녀올 수 있는 국내 여행을 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계획이다. 이렇게 연평균 780만원이었던 비정기지출을 590만원으로 190만원(월 16만원) 감축한 부부는 내친김에 교통·유류비도 5만원(48만원→43만원) 줄였다.

이렇게 부부는 세번째 재무상담을 통해 보험료 45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35만원, 비정기지출 16만원, 교통·유류비 5만원 등 총 101만원을 줄였다. 1차 상담에서 줄인 통신비 17만원, 2차 상담의 식비 30만원을 더하면 총 148만원의 지출을 줄인 셈이다.

그 결과, 한달에 550만원이었던 지출 규모는 402만원으로 줄었고, 월 90만원 규모였던 적자는 58만원의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여유자금도 200만원 확보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세번째 상담을 마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부로부터 기쁜 소식까지 들려왔다. 아내 김씨가 대형마트에 취업했다는 소식이었다. 김씨의 월 급여는 약 230만원으로, 부부로선 매월 200만원가량의 추가 소득이 발생한 셈이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구만리다. 준비가 늦은 만큼 남들보다 더 공격적으로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 여기에 두 자녀의 교육비와 결혼 자금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아내의 취업으로 갑작스럽게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는 것도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부부는 250만원가량의 여유자금으로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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