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넷플 참여 보고서 명암❷
콘텐츠 시청시간 공개한 넷플
K-콘텐츠 저력 확인할 수 있어
한국 제작사 협상력 상승 가능성↑
다만, 넷플 한국 투자 늘어날수록
넷플릭스 종속 현상 심해질 수도
지금도 시나리오 1순위 넷플행
넷플릭스 쏠림 방지책 마련해야

넷플릭스가 콘텐츠 시청시간 데이터를 매년 두차례씩 공개하기로 했다. 덕분에 베일에 싸여 있던 K-콘텐츠의 저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를 계기로 넷플릭스는 K-콘텐츠를 수급하는 데 더 큰 비용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K-콘텐츠 산업에 마냥 긍정적일지는 따져봐야 한다. 視리즈 ‘넷플릭스 데이터 공개의 빛과 그림자 2편’을 살펴보자.  

한국 콘텐츠 산업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 콘텐츠 산업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콘텐츠 흥행 데이터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온 넷플릭스가 달라졌다. 넷플릭스는 1년에 두차례 ‘우리가 본 것: 넷플릭스 참여 보고서(What We Watched: A Netflix Engagement Report)’를 통해 시청 데이터를 공개하기로 했다. 2023년 12월 13일에 공개한 넷플릭스의 첫 보고서엔 1만8214개의 콘텐츠와 콘텐츠별 시청시간(2023년 상반기 기준)이 담겼다. 

흥미로운 건 이 보고서에서 ‘K-콘텐츠’의 저력이 돋보였다는 점이다. 주요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엄청나게 흥행했다는 게 수치로 증명됐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이 시청한 콘텐츠가 ‘더글로리 시즌1’이었고, 전체 시청시간 기준으로 따지면 한국 콘텐츠가 8.2%를 점유했다. 2021년 ‘오징어게임’의 흥행 신화가 단발에 그치지 않았다는 거다. 

K-콘텐츠의 위상은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공산이 크다. 넷플릭스 보고서에 담긴 데이터를 근거로 K-콘텐츠에 더 높은 몸값이 매겨질 가능성도 높다. 다만, 이런 현상이 전체 콘텐츠 생태계에 이로운 일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기지나 하청 제작소로 전락할지 몰라서다. 넷플릭스가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콘텐츠 품질이 보장된 한국을 ‘알량한 투자비’로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거다. 한국의 토종 OTT가 자본력과 영향력에서 넷플릭스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과한 우려는 아니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 교수는 “한국 콘텐츠의 몸값이 지금보다 오른다 해도 여전히 서구권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성비가 높기 때문에 넷플릭스에 부담이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 콘텐츠 산업의 ‘넷플릭스 ‘쏠림 현상’이 더 심화하면 중장기적으로도 긍정적인 게 없다”고 꼬집었다.

K-콘텐츠의 가성비는 실제로 빼어나다. 국내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제작비(16회 기준)는 대부분 100억원 안팎이다. 반면 미국에선 회당 제작비가 100억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한국에서도 스케일이 큰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투자금을 감당할 만한 회사가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뿐이란 점이다. 가령, 넷플릭스가 최근 방영을 시작한 ‘경성크리처’의 제작비는 시즌1ㆍ2를 통틀어 7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K-콘텐츠가 글로벌 OTT, 특히 넷플릭스에 종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국내 콘텐츠 제작사가 넷플릭스에 납품하기 위해 줄을 서는 건 이제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 창작자들의 시나리오 역시 넷플릭스로 몰리기 일쑤다. 

그러는 사이 넷플릭스의 대항마 역할을 해줘야 할 토종 OTT는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독자 수 증가세가 밋밋하다보니 실적이 나아지질 않는다. 광고 요금제 도입 등 수익모델 다변화를 꾀한다곤 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제작비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콘텐츠 시장이 넷플릭스의 하청제작소 역할에 머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넷플릭스 줄서기’가 지금보다 심해지면 제작사들이 지식재산권(IP)을 포기하고 콘텐츠 공급에 치중할지 모른다는 걱정도 새어 나온다. 콘텐츠 제작업계 관계자는 “제작단가가 급등하면서 제작사가 제작비 회수를 위해 넷플릭스행을 고려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재원 조달이 가능한 넷플릭스와 달리 국내 미디어 회사들은 수백억원의 제작비를 대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K-콘텐츠의 저력을 넷플릭스 데이터 공개로 확인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콘텐츠 생태계는 더 불안해졌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안방을 통째로 거머쥘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걸 더 이상 기우杞憂로 취급해선 안 된다. 우린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