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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지방정부~건설사~그림자금융
부채폭증 악순환의 고리 형성해
中 정부 2020년 가이드라인 제시
정부 차원 부실사업장 정리 수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 대형 건설회사의 채무불이행 여파로 그림자금융의 대표격인 자산관리회사 중즈그룹이 파산했다. 이번 파산이 중국 정부의 옥석 가리기일지 아니면 중국 금융 부실화의 신호탄일지 자세히 살펴봤다. 특히 중국 부동산 금융 문제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위험성이 높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공안(경찰)이 파산한 중즈그룹 수사에 착수했다. 중즈그룹 베이징 본사 건물에 경찰차가 주차돼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 공안(경찰)이 파산한 중즈그룹 수사에 착수했다. 중즈그룹 베이징 본사 건물에 경찰차가 주차돼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 베이징시 제1중급인민법원이 자산관리회사 중즈그룹의 파산 신청을 받아들였다. 중즈그룹 부채는 4600억 위안(약 84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전체 자산은 2000억 위안 수준이다. 청산 후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1000억 위안가량으로 예상된다. 부실자산은 할인해 매각하므로 투자자들의 원금 회수율은 이보다 더 낮다. 블룸버그는 13%, 중즈그룹 측 변호사는 23%로 추정했다.  

1995년 베이징에서 설립한 중즈그룹은 산하에 6개 금융 자회사를 보유했다. 투자자별로 자산을 운용하는 신탁상품, 여러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공동 투자하는 자산운용 상품을 모두 취급한다. 한때 1조 위안(약 183조원)이 넘는 자산을 관리했다. 중즈그룹은 비은행 대출 회사를 뜻하는 중국 그림자금융의 대표격이다.  

중즈그룹의 위기설은 2023년 8월 중룽국제신탁이 64조원대 지급 중단 사태에 빠지면서 현실이 됐다. 중룽의 대주주가 바로 중즈그룹이다. 그해 8월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달러 채권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고, 두달 후인 10월에 최종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여파다. 중룽국제신탁은 전체 자금의 약 10%를 비구이위안·헝다(에버그란데) 등 부동산 개발회사에 빌려줬다.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중국 전체 신탁 자금의 6~7% 수준인 1조1300억 위안(약 200조원)이 부동산 개발에 들어가 있다. 중국신탁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신탁 자금은 지난해 1분기 기준 21조 위안(약 3864조원) 규모다. 노무라증권은 중국산업협회 자료를 인용해 부동산에 노출된 중국 신탁 자금 규모가 지금보다 두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후베이성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뉴시스]
중국 후베이성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뉴시스]
[자료 | 중국부동산정보, 참고 | 전년 동월 대비]
[자료 | 중국부동산정보, 참고 | 전년 동월 대비]

결국 중즈그룹의 파산이 다른 신탁·자산운용사들로 옮겨붙을지가 관건인데,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림자금융의 부동산 투자 비중이 10%를 넘지 않아 아직은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대표적 그림자금융인 신탁상품 가입자격도 순자산 300만 위안, 3년간 평균 연소득 40만 위안으로 고액 투자자들이 대상이다. 자산관리회사의 파산이 은행 시스템으로 번질 여지가 적은 이유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가 장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위험 요소다. 중국도 우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아파트 등 대형 주거단지 개발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현재 신규주택 판매의 90%를 선분양 방식으로 시행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아파트 수분양자는 선수금을 통상 30% 이상 지불하고, 나머지 금액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후 상환한다.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지방정부로부터 토지 사용권을 매수한 후 주택 구매자에게 선분양을 시행하는데, 이때 받은 선수금을 전용 계좌에 예치하지 않고 신규 택지를 매수하거나 이미 분양한 주택 건설비로 충당해왔다.

그런데 중국의 신규주택 판매가 계속해서 줄고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자금 유입에 문제가 생겼다. 중국의 2023년 7월 신규주택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33.1%, 12월에도 -34.6%였다. 

중국 개발회사들은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이 어딘가에 신규 분양 단지를 조성해야 한다. 미분양이 늘면 그만큼 돈이 빈다는 얘기여서다. 헝다·비구이위안과 같은 대형 개발사는 해외시장까지 범위를 넓혔다. 헝다와 비구이위안이 홍콩 시장을 통해서 발행한 채권 금리는 10%를 상회했다.

헝다의 무분별한 자금 매집과 투자를 대표하는 사업은 2020년 론칭한 전기차였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헝다의 전기차 사업이 정부 보조금을 노린 것인지 집중적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중국 지린성 창춘시 대규모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중국 지린성 창춘시 대규모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중국 중앙정부는 2020년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부동산 개발회사들에 ▲부채비율 70% 이하, ▲자기자본비율 100% 이하, ▲현금 대비 단기부채 비율 1 이상이라는 3대 레드라인을 제시하면서다. 중국 정부는 3대 레드라인을 넘긴 개발회사들의 대출 한도를 조정했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건설회사~그림자금융~지방정부라는 부채폭증의 고리를 끊는 과정에서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해외 달러 표시 채권의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은 방치했지만, 중국 내 채권의 디폴트 선언은 못하도록 유도했다.

헝다와 비구이위안이 2023년 해외 달러 표시 채권의 디폴트를 선언하고, 중즈그룹이 올해 초 파산한 건 중국 중앙정부의 의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부동산 경기침체를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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