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법카: 부당한 사용과 구멍➋ 깜깜이
매년 반복하는 법인카드 논란
2023년에도 논란 일으킨 공공기관
LH, 5년 6개월 주말·공휴일에만
6033회 10억원 넘게 법카 긁어
파견직원 카드 맘대로 쓴 산자부
논란 숱하지만 정확한 규모 몰라
2007년부터 문제점 지적했지만
개선되지 않는 공공기관의 행태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3년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공공기관이 법인카드 문제로 질타를 받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관리가 허술해도 너무 허술해서다. 어떤 공공기관이 법인카드로 얼마를 쓰는지 확실치 않고, 불법 사용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視리즈 ‘법인카드: 부당한 사용내역과 구멍’ 두번째 편이다.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랏돈은 ‘공돈’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관리가 허술하니 마음대로 써도 걸리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의미다. 요즘 같은 시대에 가당키나 한 말이냐고 여기면 오산이다. 이를 몸소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국정감사에서 잊힐 만하면 제기되는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논란이 대표적이다. 

사실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논란은 국감의 단골 메뉴다. 2023년 국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창업진흥원,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지난해 국감에서 법인카드 불법 사용으로 질타를 받았다. 아파트 공사 과정에서 대량의 철근이 빠진 이른바 ‘순살 아파트’ 사태로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LH부터 살펴보자.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엄태영 의원(국민의힘)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LH 직원들은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법인카드로 2038억5288만원을 사용했다. 한해 평균 370억원을 쓴 셈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년 한해에만 354억6000만원을 썼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348억6000만원, 343억600만원을 법인카드로 긁었다. 2022년엔 1년 동안 413억600만원을 썼다. 올 상반기 법인카드 사용액도 188억4000원에 이른다. 2021년 부동산 투기와 지난해 터진 부실시공 논란으로 국민적 질타를 받을 때도 흥청망청 법인카드를 긁어댔다는 거다. 

법인카드를 사용한 곳도 논란거리였다. LH 직원들은 지난 5년 6개월간 상호명이 ‘횟집’이나 ‘포차’로 돼 있는 곳에서 27억원가량을 법인카드로 긁었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6033회에 걸쳐 10억5138만원을 결제했다.

공공기관 법인카드는 대중에게 술을 판매하는 업소와 휴일에는 사용하는 게 불가능하지만 LH 직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참고: 공공기관 법인카드를 휴일이나 공휴일, 23시 이후 심야시간대에 썼을 때는 불가피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해 품의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사용 목적과 필요성은 불분명했다. 5년 6개월간 업무간담회 등을 이유로 총 586억5000만원을 사용했지만 대부분은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과 참석인원을 명시하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창업진흥원에서는 한 간부가 원장 관용차량에 쓰는 전기차 충전카드를 제 마음대로 썼다가 적발됐다. 이 간부는 원장 수행기사에게서 받은 전기차 충전카드로 본인 소유의 벤츠 전기차를 50회가량 충전했다.  

산업통상자원에서 터진 법인카드 논란은 불법의 끝판을 보여줬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관리감독을 맡았던 산업부 직원 A씨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난방공사 직원 5명의 법인카드를 제 것처럼 사용했다. 3년 6개월 동안 897회에 걸쳐 8584만원을 부당하게 썼다. A씨는 가족과 함께 먹은 한우 고깃값 51만5000원도 난방공사 직원의 법인카드로 결제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지역난방공사 직원에게 자기 자녀의 도시락까지 준비하게 하는 갑질도 서슴지 않았다. 

산업부 과장 B씨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난방공사 직원을 부서 회식에 불러 회식비 1166만원(총 8회)을 난방공사 법인카드로 결제하게 했다. 자기들 회식에 불러놓고 돈은 손님이 내도록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법인카드를 둘러싼 도덕적 해이가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거다. 

사실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07년(당시 국가청렴위원회) 발표한 ‘공공기관 법인카드 불법 사용에 대한 감시강화’ 자료를 통해 사적 유용, 카드깡을 통한 현금화, 편법 사용, 유흥업소 사용 등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사례가 숱하다고 꼬집었다. 

국민권익위가 공공기관 법인카드를 일반카드와 구별할 수 있게 만들고, 유흥업소 등에서의 사용을 제한한 클린카드를 도입하라고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법인카드를 제멋대로 쓰는 공공기관의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이유는 다양하다.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사용은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다. 공공기관의 법인카드를 규제하는 내용은 ‘지침’에만 있다. 그렇다고 관리가 엄격한 것도 아니다. 현재 국내 공공기관이 법인카드를 얼마나 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 무려 17년 전인 2006년 국가청렴위원회가 전 공공부문의 관서운영비 규모를 연간 2조원으로 추정한 게 전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사용 금액 등은 따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면서 말을 이었다. “기재부가 공공기관의 예산을 관리하긴 하지만 개별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예산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이 법인카드를 얼마나 또는 제대로 사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수집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알리오)에도 법인카드 내용은 없다. 공공기관 법인카드와 관련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선 개별 공공기관에 직접 문의하는 수밖에 없다.”

살펴볼 건 또 있다. 법인카드 불법 사용으로 논란을 일으킨 공공기관이 사후 처리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다. 숱한 논란에도 처벌은 솜방망이일 때가 숱해서다. 실제로 관용 전기차 충전카드를 마음대로 쓴 창업진흥원의 간부는 ‘견책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견책은 저지른 잘못을 훈계하고, 이를 회개하도록 하는 가장 약한 징계다. 

창업진흥원 관계자는 “그 간부가 사용한 전기차 충전 비용은 모두 환수조치했다”며 “전기차 충전카드는 회사 카드가 맞지만 법인카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항변했다. 

5년 6개월간 법인카드로 2000억원을 넘게 사용한 LH 역시 “논란이 된 법인카드 사용액은 출장비·사무용품 구입비·우편료를 비롯한 사업경비와 직원교육비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라며 “국민 눈높이를 감안해 경비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사용차단 업종에 업소명을 포함해 부정적 사용을 예방하겠다”고 밝힌 게 전부다. LH가 법인카드로 부당하게 결제한 내역을 어떤 절차에 따라 환수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공공기관이 법인카드로 흥청망청 쓰는 돈은 모두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법인카드로 지적을 받은 창업진흥원의 예산 7471억원, LH 정부지원금 1476억원, 산업통상자원부 예산 11조737억원 등은 국민의 혈세로 마련한 돈이다. 때만 되면 터져 나오는 공공기관 법인카드 논란을 이대로 두고 봐도 괜찮은지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반복되는 법인카드 논란은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척도”라며 “혈세로 쓰는 돈인 만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카드 부정사용을 막으려면 강력한 처벌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일벌백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사용을 투명하게 밝혀 불법 사용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불법적으로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액은 제대로 환수하고 있을까. 視리즈 ‘법인카드: 부당한 사용내역과 구멍’ 세번째 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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