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의 探스러운 소비학
친환경 강조한 ‘클린 뷰티’ 이슈
환경에 도움되는 제품이란 인식
클린 뷰티 소비자 갈수록 늘어나
용기로 사용하는 PCR 플라스틱
재활용이란 용어에 심리적 거부
PCR이란 용어 바꿔보면 어떨까

친환경 바람은 화장품 업계에도 거세게 몰아쳤다. 성분은 물론 패키지까지 환경을 염두에 둔 제품들이 속속 시장에 등장했다. 용기를 가져가면 내용물만 구입할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Refill Station)도 생겼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재활용’ 인식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PCR 플라스틱 용기가 친환경 지표로 받아들여지기엔 아직 장애물이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PCR 플라스틱 용기가 친환경 지표로 받아들여지기엔 아직 장애물이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친환경을 강조한 ‘클린 뷰티(Clean beauty)’ 이슈가 화장품 시장을 여전히 뜨겁게 달구고 있다. 클린 뷰티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배제하고 환경보호에 중점을 둔 화장품을 의미한다. 클린뷰티 이슈가 본격적으로 떠오른 2020년엔 화장품 성분의 ‘유해성분 배제’만 간주했지만, 점차 동물성 원료를 배제하고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확대했다.

클린 뷰티 소비자도 당연히 늘고 있다. H&B스토어인 CJ올리브영이 MZ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90.0%는 “사회와 환경에 도움을 주는 친환경 브랜드를 구매하겠다”고 응답했다. 87.5%는 화장품 브랜드가 어떤 가치관을 바탕으로 윤리적인 행동을 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트렌드는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코로나19)를 만나면서 가속화했고, 관련 시장의 성장을 부채질했다.

사실 ‘친환경 화장품’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한 국제적인 정의는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론 ‘사람의 피부에 안전한 (천연)성분을 사용하고, 제품 생산에서 판매·사용종료까지의 단계에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한 제품’을 친환경 화장품이라 일컫는다. 때로는 동물실험과 같은 잔인한 방식으로 생산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을 포함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화장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친환경 화장품이 환경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더 안전하고 무해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친환경을 표방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그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하나씩 보자.

화장품 브랜드가 친환경 증거로 내세우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원료’다. 피부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 화학성분이나 인공향료 등을 빼고 100% 자연유래 원료를 사용하는 등 화장품 원료나 성분이 친환경적이라는 걸 강조한다. 환경이나 동물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화장품 원료를 확보한다는 걸 내세우기도 한다. 토양·우림·멸종식물 등 환경을 보호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대표 브랜드를 보면 이해가 쉬울 거다. ‘해켈스(Haekels)’는 영국의 스킨케어 브랜드다. 해켈스는 바다에서 화장품 원료를 조달한다. 해초와 해조류에서 채취한 성분을 실험실에서 지속적으로 배양해 화장품 원료를 만든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국의 미용·위생용품 브랜드 도브(Dove)는 싱가포르의 환경연구소 림바 콜렉티브(Rimba Collective)와 함께 동남아 지역 열대우림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 브랜드라는 점을 증명하려는 또 다른 노력은 ‘포장’이다. 화장품 용기나 제품 포장 단계에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화장품 용기로 PCR(Post-Consumer Recycled)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도 한 예다. PCR 플라스틱은 한번 사용한 걸 재활용한 플라스틱이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플라스틱 용기 중 30%를 PCR 플라스틱으로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도 2025년까지 25%, 2030년까지 30%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률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화장품 용기로 PCR 플라스틱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과 소비자 반응을 우려해 시행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PCR 플라스틱 용기가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지표로 받아들여지기까진 사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깨끗하고 순수한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재활용 용기’에 담은 화장품을 심리적으로 거부할 수 있어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필자는 대학생들에게 PCR 플라스틱이 어떤 환경적 의미가 있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설명한 다음 “PCR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화장품을 선택할 것인가”를 물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응답에 참여한 대학생 대부분은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용기로는 PCR 플라스틱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핸드크림이나 바디로션, 샴푸 등의 용기로는 괜찮다고 말했다. 왜 이런 답이 나왔을까. 학생들은 PCR 플라스틱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안전성과 완성된 용기에 이물질 또는 유해물질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친환경 화장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증가하지만 정작 친환경 화장품을 성공시키는 건 쉽지 않다. 재활용 플라스틱도 소비자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소비자 인식을 전환해 놓을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친환경을 모토로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친환경을 모토로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단 용어부터 바꿔보는 건 어떨까. ‘재활용한’이란 단어는 학술적으론 친환경적인 단어임에 분명하지만, 내 피부에는 그리 달가운 단어가 아닐 수 있다. 유전자변형식품인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를 ‘유전자조작식품’이라고 번역하는 바람에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PCR 플라스틱은 어떤가. 하필, 코로나19 검사방법인 PCR(Polymerase Chain Reaction)과 ‘줄임말’이 같다. 소비자가 거부감 없이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있도록 다른 말을 찾아보는 것이 그 첫걸음일 수도 있지 않을까. 

김경자 가톨릭대 교수
kimkj@catholic.ac.kr


김미란 더스쿠프 유통전문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