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 ESG와 기업가 정신
더스쿠프-가톨릭대 공동기획
제2막 기업의 탐욕, 그린워싱
친환경 마케팅 악용하는 기업들 
佛, 그린워싱 벌금 10만 유로 
韓, 대부분 행정지도에 그쳐 

기업의 교묘한 그린워싱은 우리의 생활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의 교묘한 그린워싱은 우리의 생활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기후 위기가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친환경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ESG 경영은 ‘친환경 마케팅’의 선봉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문제는 기업들의 이런 활동이 ‘진심’이냐는 거다. 실제로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친환경적인 척하는 기업들의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은 또 다른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

# 더스쿠프가 가톨릭대와 함께 기획한 클래스 ‘ESG와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통해 그린워싱에 숨은 기업들의 탐욕을 찾아봤다. 視리즈 제2막 「기업의 탐욕, 그린워싱의 세계」다.

더스쿠프 취재진은 2023년 2학기 가톨릭대에서 진행한 클래스 ‘ESG와 새로운 기업가 정신(김승균 교수)’의 멘토로 참여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제1막 「위험한 산업: 건설이 변하지 않는 이유」 편에선 최아름 기자와 권기경·유지원·이채원 학생이 머리를 맞댔다. 

제2막 「기업의 탐욕, 그린워싱의 세계」 편은 이지원 기자와 박채윤·주민경 학생이 컬래버레이션했다. 제3막 「소비자 권리와 기업의 책임: 원동력일까 재앙일까」 편에는 이혁기 기자가 멘토로 참여해 김지호·박서경·하송민 학생과 협업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친환경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진정성 없는 그린워싱도 적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기업들이 앞다퉈 친환경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진정성 없는 그린워싱도 적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친환경 제품인지 아닌지’가 소비자의 제품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3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상품 품질 비교 정보 소비자 영향력’ 조사 결과를 보자. ‘친환경 제품 구입의사가 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90.7%로 전년(82.2%) 대비 8.5%포인트 증가했다. 

이 때문인지 기업들은 앞다퉈 친환경 마케팅을 펼친다. 환경을 고려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이미지까지 구축할 수 있으니 기업으로선 일석이조다. 

문제는 실제론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친환경적인 척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 전략을 늘어놓는 기업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위장환경주의’라고도 불리는 그린워싱은 기업이 환경보호 효과가 없거나, 되레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제품(서비스)을 생산하면서도 ‘친환경’으로 포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기업의 교묘한 그린워싱은 우리의 생활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너나없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그린워싱은 얼마나 만연해 있을까.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채널이 SNS다. 

■ 사례➊ SNS 속 그린워싱 =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SNS상에도 그린워싱이 숨어있다. 일례로 인스타그램엔 ‘#친환경’ ‘#친환경제품’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77만6000개(1월 9일 기준), 11만5000개에 달한다. 이중엔 정작 친환경과 관련이 없는 내용이거나 근거가 부족한 게시물이 적지 않다. 

기업들이 홍보 목적으로 친환경을 앞세워 올린 SNS 게시물도 마찬가지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2023년 발표한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399개 기업 중 165개(이하 2022년 기준) 기업이 SNS에 계정에 그린워싱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롯데칠성음료는 자사 SNS 계정에 생수 ‘아이시스 8.0’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게재했다. 멸종위기종 동물을 패키지에 그려 넣은 한정판 제품을 홍보하면서 ‘환경을 위한’이란 글귀를 함께 적었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2022~2023년 사회적기업과 협업해 아이시스 제품에 멸종위기 해양생물을 소개하고 있다”면서 “해당 제품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자연환경국민신탁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멸종위기종이 환경오염으로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더욱이 제품 패키지인 플라스틱 페트병이 멸종위기종을 위협하는 주범이란 점을 간과했다. 그린워싱이란 지적이 나온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진이 자사 SNS에 올린 해외 배송사업 홍보 게시물도 비슷한 사례다. 한진은 푸른 나무숲 위를 나는 항공기 사진을 게재하고, ‘#green’ ‘#eco-friendly’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한진 측은 “해당 게시물은 K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서비스 ‘숲(Swoop)’의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한 콘텐츠”라고 주장했지만, 자연이미지를 남용한 그린워싱이란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항공산업은 탄소배출이 많은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대기업만이 아니다. SNS에서 그린워싱 게시물을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보자. 2023년 11월 식품용기업체 A사는 실리콘 소재의 식품용기 신제품을 홍보하는 게시글과 함께 ‘#친환경’이라는 해시태그를 올렸다. 

하지만 이 제품이 친환경 제품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명시하지 않았다. 그저 실리콘 소재라는 것과 제품의 용량, 구매 정보 등만 담겨 있었다. 물론 실리콘이 일반 플라스틱보다 환경호르몬 검출량이 적어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친환경적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강상욱 상명대(화학에너지공학) 교수는 “실리콘의 정확한 명칭은 ‘폴리실록산(poly siloxane)’으로 일종의 플라스틱이다”면서 “실리콘이 다른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표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실리콘 용기는 소비자가 분리수거하더라도 재활용이 쉽지 않아 소각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실리콘 용기 홍보 게시글에 ‘#친환경’ 해시태그를 다는 건 그린워싱에 해당한다. 이처럼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그린워싱이 온라인상에 넘쳐난다.  

■ 사례➋ 기업자가마크 = 소비자를 혼돈에 빠뜨리는 그린워싱 전략은 또 있다. 제품 패키지에 새겨 넣는 ‘친환경 마크’다. 친환경 마크가 그린워싱에 악용되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친환경 마크라고 해서 모두 같은 친환경 마크가 아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인증한 친환경 마크는 말 그대로 친환경적이면서도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국가가 공인하는 표식이다. 동일한 용도의 제품 중 생산유통의 과정에서 자원과 에너지를 덜 소비하고, 오염 물질을 덜 배출하는 제품에만 친환경 마크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환경부의 인증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마크도 있다. 기업이 만든 ‘기업자가마크’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디자인한 거다. 농심의 ‘Green Packaging Story’, 롯데웰푸드의 ‘Sweet Eco’, 오뚜기의 ‘ECO PACK AGE’ 등이 그것이다. 기업자가마크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이라면 부착해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기업자가마크를 사용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문제는 환경부가 인증한 친환경 마크와 기업자가마크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참고: 기업자가마크를 사용하려면 제품의 포장이나 홈페이지 등에 기업자가마크임을 밝히고, 어떤 경우에 기업자가마크를 사용할 것인지 내부 기준을 세워야 한다.]  

실제로 기업자가마크와 환경부 인증 친환경 마크를 구분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우리는 2023년 11월 경기도 부천시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에게 기업자가마크와 환경부의 친환경 마크를 보여주고 구분할 수 있는지 물었다. 주부 오경은(48)씨는 “디자인만 다를 뿐 모두 환경부가 인증한 친환경 마크로 보인다”고 답했다. 직장인 이진영(27)씨는 “기업자가마크 역시 법적으로 인증받은 제품에 붙였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포장재에 붙은 친환경 마크를 신뢰하고 구입한다. 친환경 마크가 붙은 제품은 좀 더 친환경적인 제품이라고 믿고 손을 뻗는다는 거다. 이 때문에 명확한 기준 없이 사용하는 기업자가마크는 그린워싱의 여지가 적지 않다. 고은솔 서울환경연합활동가는 “기업자가마크는 기업들의 그린워싱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친환경 마크 인증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은솔 활동가의 말을 더 들어보자. “기업들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용어 사용, ▲친환경으로 볼만한 근거 제시하지 않는 경우, ▲거짓된 주장으로 제품서비스를 포장하는 광고, ▲본래 비즈니스와 관련 없는 환경 트렌드 소개하는 것 모두 그린워싱으로 볼 수 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그린워싱을 규제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그린워싱 기업에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해외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대표적인 곳이 프랑스다. 프랑스는 2021년 ‘기후·회복력법’을 도입했다. 이 법은 기업이 ‘탄소중립’을 연상케 하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보고서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지 않는 경우’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한 이후 잔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 경우’ 등이다.

이런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떠올리게 하는 마케팅을 펼칠 경우 그린워싱으로 보고 최소 10만 유로(1억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에 반해 한국에서 최근 3년간(2020~2022년) 그린워싱으로 적발된 4940건 중 99.8%(4913건)가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다. 솜방망이 처벌이 그린워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그린워싱을 막을 만한 시스템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친환경’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기업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선 소비자가 비즈니스 전 과정을 속속들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게 ‘ESG 공시’ 의무화다.

ESG 공시제도의 골자는 기업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 등을 사업보고서에 공개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미국, 싱가포르, 홍콩 등은 내년 ESG 공시제도의 시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은 뒷걸음질만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기존 2025년에서 2026년 이후로 1년 이상 연기했다. ESG 공시 의무화를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의 ESG 공시 의무화 연기 발표 하루 전 한국경제인연합회는 ‘ESG 공시 의무화 조기 시행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업들로선 시간을 번 것일 수 있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똑똑한 그린컨슈머’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앞과 뒤가 다른 그린워싱을 반복한다면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지금 소비자는 ‘친환경’을 노래하는 기업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박채윤 가톨릭대 학생  
park051010@naver.com  


주민경 가톨릭대 학생  
royn5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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