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볼 만한 신간
용산참사 15주기 다룬 책들
문학이 담은 참사 여전히 유효
작가들이 세상에 울리는 경보음

2014년 열린 ‘용산참사 5주기 추모 기도회’의 모습.[사진=뉴시스]
2014년 열린 ‘용산참사 5주기 추모 기도회’의 모습.[사진=뉴시스]

2009년 1월 20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이 불탔다. 용산 4구역 상가 세입자들이 재개발 철거에 반대해 농성 중이던 건물이었다. 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고, 이날을 사람들은 ‘용산참사’라 불렀다.

지난 20일 용산 참사 15주기를 맞았다. 예술은 참사를 어떻게 기록할까.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 가져야 할 자세는 어떤 것일까.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생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소설은 기록 그 이상의 가치를 가져야 하기에 ‘재난 그 자체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윤리성을 갖춘 경우가 많다. 

그럼 폭력을 제외한 무해한 재현은 어떤 방식이 될 수 있는가. 더스쿠프 Lab. 리터러시가 용산참사 15주기를 맞아 용산참사를 기록한 문학작품을 정리했다. 루마니아 출신 작가 게오르규는 문인을 ‘잠수함 속 토끼(Submarine Rabbit)’에 비유한다.

토끼는 잠수함 속 산소가 부족해지면 승무원들보다 먼저 가사상태에 빠진다. 토끼의 예민함은 일종의 경보장치다. 문인은 사회의 경보장치다. 용산에는 왜 이리 아픔이 많은지, 문학이 담은 참사는 여전히 유효하다. 문학이 보여주는 참사는 용산에만 한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 작가들이 보내는 경보가 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나정만씨의 살짝 아래로 굽은 붐」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참사를 윤리적으로 재현할 방법이 있을까. 그 답을 원한다면 「나정만씨의 살짝 아래로 굽은 붐」을 읽어야 한다. 용산 참사를 취재 중인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소설은 용산을 직접 그리지 않는다. 다만 용산으로 출동 요청을 받고도 과속 단속에 걸려 현장에 가지 못한 크레인 기사를 인터뷰할 뿐이다. 현장을 직접 목도한 이를 취재하지 못 하는 주인공의 태도로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수많은 참사가 벌어졌을 때 어디에 있었나.

「예순여섯 명의 한기씨」
이만교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철거가 끝난 뒤 행방이 묘연해진 가상의 철거민 ‘임한기’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 66명이 기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소설은 진행한다. 임한기는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청년이다. 공사판에서 노동을 하고, 학비를 가족들의 병원비로 쓴다.  모범적인 청년일지도 모른다. 철거 현장에서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를 따라가는 것이 이 작품의 역할이다. 사망자 6인으로 단순히 표기됐던 숫자를 한 사람의 기록으로 만드는 이야기다. 

「백의 그림자」
황정은 지음 | 창비 펴냄


철거를 앞둔 전자상가에서 일하고 있는 은교와 무재의 이야기다. 이 소설의 세계에서는 그림자가 일어나 움직인다. 삶의 끝까지 밀려간 이들이 겪는 현상이다. 그림자가 삼킨 사람들은 영원히 사라진다. 소설은  은교와 무재의 관계를 묘사한다. 일종의 사랑 혹은 그보다 조심스럽고 진중한 무언가로 그려지는 이들의 관계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그림자를 극복하는지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은교와 무재가 가지고 있던 태도일 것이다.

「새의 시선」
정찬 지음 | 문학과 지성사 펴냄


새 사진을 찍던 사진작가 박민우는 경찰특공대 친구에게 철거민 농성장을 찍는 채증을 부탁받는다.  박민우는 철거민과 떠밀리듯 투입된 특공대원이 죽는 것을 목도한다. 그가 찍은 사진은 경찰에 의해 삭제당한다. 그날 이후 근육무기력증에 시달리던 주인공에게 용산참사의 기억은 사적이고 은밀한 것이 된다. 자신이 목격한 것과 하나가 될 수밖에 없던  청년의 비극적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참사를 목도한 수많은 사람을 대변한다. 


「소수의견」
손아람 지음 | 들녘 펴냄


2009년 1월 용산에서 두 사람이 죽었다. 열여섯살의 철거민 소년과 스무살의 의무경찰이다. 경찰은 수사 끝에 소년을 죽인 건 철거용역, 의무경찰을 죽인 건 소년의 아버지라고 지목한다. 하지만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을 죽인 진범은 철거용역이 아닌 경찰이라고 말한다. 소년의 아버지를 변호하는 국선 변호사는 국가를 상대로 100원짜리 소송을 시작한다. 작가는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이 사용하는 방패는 무지와 무능이라고 고발한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펴냄


헤어졌던 여자와 남자는 택시 안에서 재회한다. 소설은 서른살이 된 주인공이 전 남친을 만나며 담담히 서로를 납득해가는 이야기다. 소설은 용산참사를 ‘인터넷에 스트리밍되는 작은 사건’쯤으로 담아낸다.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용산참사는 우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소설은 용산 참사 때 숨진 윤용헌씨의 장남 현구군의 편지를 삽입했지만 그것을 소설 속에선 찾기 힘들다. 일상 속 참사란 이렇듯 보이지 않는 것이다.

「파란집」
이승현 지음 | 평화발자국 펴냄


용산 참사를 판화 그림으로 담은 책이다. 어떠한 대사나 대본 없이 판화 그림으로만 이뤄진 이 책은 용산 참사를 포함한 모든 재개발과 강제 이주를 다룬 이야기다. 용산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은유로 이뤄진 그림들이기에 이 문제가 용산에만 국한되지 않았음을 알게 해준다. 파란집으로 그려지는 집에선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사는 한 가정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래 용산 참사 일주기를 맞이해 나온 그림책이었다.

「꽃피는 용산」
김재호 지음 | 서해문집 펴냄


용산참사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의 저자 김재호씨는 1984년 용산에 터를 잡아 금은방을 운영했다. 이후 용산참사 사건의 현장에 공안사법으로 4년 형을 선고받아 수감했다. 이 책은 교도소 생활을 하며 아내와 딸에게 보낸 만화편지를 모아 엮은 책이다. 1345일간의 수감생활 이야기와 가족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스려있는 책이다. 개인의 사적인 삶이 역사적 사건이 됨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내가 살던 용산」
김성희 외 5명 | 보리 펴냄


만화가 6명이 용산 참사 현장과 유가족을 직접 찾아 기록한 만화다. 감옥에 갇혀 있던 철거민과 책 영상 등 꼼꼼하게 기록 후 만화로 남겼다. 이 책에는 10여년간 한식당을 운영했던 윤용헌씨가 살던 집이 철거당해서 천막에서 살며 노점을 했던 이성수씨가 담겨 있다. 소박했던 우리의 이웃들이 어떻게 살았으며 그곳에 남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다룬 일종의 만화 르포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좋은 사료이기도 하다.

이민우 더스쿠프 기자 
lmw@thescoop.co.kr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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