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 뜯어보니
여성 데뷔자 남성의 2배
문창과ㆍ국문과 절반 이상
비슷한 글 나온다는 우려도
트렌드보다는 기본에 충실
도마에 오른 재현의 윤리

신춘문예는 동시다발적으로 신진작가가 데뷔하는 큰 행사다. 작가 지망생에게는 도전의 장이며 각 대학의 문예창작과엔 한해의 성과를 확인하는 공간이다. 2024년 신춘문예의 결과는 어땠을까. 더스쿠프 Lab. 리터러시가 2024년 신춘문예의 모든 것을 통계로 정리했다.

신춘문예 데뷔는 많은 이들의 간절한 소망이다.[사진=연합뉴스]
신춘문예 데뷔는 많은 이들의 간절한 소망이다.[사진=연합뉴스]

매년 새해엔 문학계의 가장 큰 행사가 열린다. 신춘문예다. 대개 일간신문들이 신인작가를 발굴해 1월 1일 작품과 함께 발표한다. 신춘문예를 제외하고도 신인상ㆍ공모ㆍ투고ㆍ연재ㆍ독립문예지ㆍ텀블벅 등 데뷔방식이 다양해졌지만, 전국에서 같은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작가를 데뷔시키는 건 신춘문예가 유일하다. 그래서 신춘문예는 작가지망생에겐 도전의 장으로 불린다. 대학의 문예창작과엔 한 해의 성과를 신춘문예의 결과로 판단하는 시험의 장이다. 

그럼 2024년 신춘문예에선 어떤 특징이 나타났을까. 더스쿠프 Lab. 리터러시가 2024년 신춘문예의 모든 것을 통계로 정리했다.[※참고: 더스쿠프 Lab. 리터러시는 ‘등단’이란 단어 대신 ‘데뷔’란 표현을 사용한다. ‘등단 제도’를 통과한 이들만 작가로 인정하는 문학계의 낡은 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앞서 언급했듯 지금은 작가가 되는 길이 다양하다.]

2023년 신춘문예를 통해 데뷔한 작가의 성별은 여성이 66.5% 남성이 33.5%로 여성이 2배 이상 많았다. 이런 추세는 데뷔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교보문고의 조사에 따르면, 가장 많이 판매되는 소설 상위 100편 중 여성작가의 작품은 2019년 55종에서 2020년 71종으로 29% 늘어났다. 한국 문학계는 현재 ‘여성의 힘’이 강세다.

데뷔자의 연령은 어떨까. 20대(25.7%)가 조금 많았을 뿐, 데뷔자의 연령대는 30대(20.3%), 40대(20.3%), 50대(21.4%)로 고르게 분포했다. 서울과 지방을 나누면 차이가 나타났다. 서울 소재 언론사에서 데뷔한 작가의 나이는 30대가 29.7%로 가장 많았고, 20대(21.6%)가 그다음이었다. 20대와 30대가 51.3%를 차지했다. 반면 비서울 언론사의 경우 50대가 28.1%로 가장 많았고 20대(31.3%), 30대(9.4%)는 합쳐 40.7%에 그쳤다.

가장 젊은 작가들이 데뷔한 장르는 시였다. 시 장르 데뷔자의 평균 나이(미기재 제외)는 37세였다. 동화와 평론 데뷔자의 평균 나이는 38세, 소설은 39세, 동시는 51세였다. 평균 나이가 가장 많은 장르는 시조와 수필로 모두 54세였다. 최고령 데뷔자는 동시에서 나왔다. 조선일보 동시 데뷔자인 조수옥 시인으로 69세였다. 최연소 데뷔자는 동화에서 배출됐다. 부산일보 동화 데뷔자인 이수빈 작가로 22세였다.

전체 신춘문예 데뷔자 97명 중에서 자신의 전공학과를 밝힌 이는 64명으로 전체의 65.9%였다. 이들 중 문창과와 국문과는 각각 25명, 13명이었다. 전체 데뷔자의 39.0%, 20.3%를 차지했다. 두 학과를 합치면 59.0%로 과반이다. 신춘문예 데뷔자 10명 중 6명이 문창과와 국문과에서 나왔다는 거다. 

다만, 이 통계가 긍정적인 함의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한국 문학, 특히 소설의 분위기나 인상이 비슷해졌다는 비판과 맞닿아 있어서다. 오길영 충남대(영문) 교수이자 평론가는 2022년 통계를 보고 “문예창작이나 국문을 전공한 이들이 다수 데뷔한 건 어쩌면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글쓰는 기술(skill)이 좋을진 몰라도 그 시야나 관점이 비슷해질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독특한 데뷔자는 이번 신춘문예에서도 있었다. 같은 장르에서 재데뷔한 사람은 3명이었다. 다른 장르에서 데뷔했지만 장르를 옮겨 데뷔한 사람은 5명이었다. 이는 중앙과 지방의 차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이승하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서울의 유수 문예지에선 지방신문사가 공모한 신춘문예 당선자의 신작은 실어주지 않는다”며 “지방신춘문예에서 데뷔한 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관왕을 차지한 데뷔자도 있었다. 한백양 시인은 세계일보 시 부문, 동아일보 시 부문에서 모두 데뷔했다.

이번 신춘문예에선 짚고 넘어갈 만한 이슈도 있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에서 당선된 작품이 ‘고발 사건’에 얽힌 건 대표적이다. 여기서 데뷔한 작가는 예전에 다녔던 직장생활의 내용을 그대로 소설화했다는 이유로 전 직장 상사로부터 고발당했다. 이는 ‘재현의 윤리’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작품 경향성에도 변화가 있었다. 산문시가 사라지고 소설에선 여성주의 경향성이 줄었다. 전통적인 자유시와 문학관을 가진 작품들이 뽑혔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도전적인 작품은 줄었지만 그만큼 기본기를 갖춘 작품들이 뽑혔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민우 더스쿠프 기자
 lm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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