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1‧10 부동산 대책의 그림자
부동산 시장 부양책 발표
시장 움직이려면 시간 필요
2013~2016년 비슷한 상황
문제는 시장 분위기 전환할 때
제때 규제 강화하지 않는다면
다시 과열 광풍 휘말릴 수 있어

부동산 부양책의 효과는 일반적으로 느리게 나타난다. 집값 하락기엔 특히 그렇다. 주택시장을 관통하는 수요ㆍ공급 곡선과 사람들의 심리가 복잡하게 맞물리기 때문이다. 다만, ‘바람만 불어도 분위기가 바뀌는’ 시장에선 규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가 1·10 대책을 내놨다. 언뜻 봐도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겠다는 게 목표다. 1·10 대책의 효과는 빠르게 나타날까. 만약 그렇다면 부작용은 없을까.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항상 시간이 걸린다.[사진=연합뉴스]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항상 시간이 걸린다.[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의 문턱은 이제 낮아질 만큼 낮아졌다. 지난 10일 발표한 1·10 부동산 대책으로 윤석열 정부는 크게 3가지 문턱을 완만하게 만들었다. 세금, 건축규제, 그리고 대출 제한이다. 세금부터 보자. 2024년부터 2년간 준공한 전용면적 60㎡ 이하이자 6억원(수도권 기준·지방 3억원) 이하 신축 주택은 취득세·양도세·종부세를 산정할 때 주택 수에서 완전히 제외한다. 일종의 감세책이다. 

규제도 대폭 풀렸다. 무엇보다 재건축 안전진단이 사라졌다. 신축 빌라가 있더라도 재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주거 환경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의 건축 제한도 대폭 완화했다. 어떤 유형의 집이든 좋으니 일단 지어달라는 게 정부의 메시지다.

대출 제한 역시 약화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부각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ㆍ사업 담보 대출)를 위한 문을 열어뒀다. 대출 보증금을 25조원까지 약속했고 고금리 PF 대출을 HUG PF 보증을 통해 저금리로 대환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부동산 시장에 돈이 끊기지 않게 하려는 시도다.

1·10 부동산 대책에 포함한 건 아니지만 2023년 예고했던 신생아특례대출 역시 올해부터 적용된다. 아이를 낳은 신혼부부라면 1.6% 금리로 최대 5억원을 빌려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매입할 수 있다.

■ 의문➊ 1·10 대책 쉽게 통할까 = 문제는 1·10 대책이 통할 수 있느냐는 거다. 감세와 인센티브로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리려 했던 정책은 이전에도 이미 많았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부동산 시장 과열 기간 이전엔 아무리 부양책을 써도 집값이 오르지 않던 때가 있었다. 부동산 정책이 시장을 끌거나 짓누른다고 해서 시장이 곧바로 반응하는 게 아니란 방증이다. 그 예는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놨던 2013~2016년의 기간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3년 4월 박근혜 정부는 대대적으로 주택 규제를 해제했다. 당시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18.6포인트(KB부동산·100 이하일 경우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다는 의미)였다. 집을 팔려는 이는 많은데,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시기였다.

정부가 이때 발표했던 부동산 문턱 낮추기 정책은 1·10 대책과 유사했다. 최초 주택 구매자에겐 2013년 4월부터 그해 말까지 취득세를 면제해줬다. 9억원 이하의 신규 분양주택과 미분양 주택 혹은 1주택자에게서 9억원 이하 85㎡ 주택을 샀을 때엔 5년간의 양도소득세를 면제했다. 감세정책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청약 시장의 문턱도 낮췄다. 전용면적 85㎡ 이하 민영주택 일반공급의 경우 원래 가점제를 적용하던 최저 비율은 75%였다. 2013년에는 이를 대대적으로 해제해 공공주택지구ㆍ투기과열지구가 아닌 이상 40% 이하로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규제 해제가 한차례만 있었던 게 아니다. 박 정부는 2016년 4월 연소득 6000만원 이하 가구가 ‘6억원 이하 85㎡ 미만’의 주택을 사들일 때 쓸 수 있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대출 금리를 1.6%까지 낮춰주겠다고 발표했다. 이게 바로 디딤돌 대출이다. 

당시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5억4390만원으로 소득만 맞춘다면 대다수의 아파트가 디딤돌 대출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 두차례에 걸친 규제 해제의 효과가 나타난 건 3년 만인 2016년이었다. 2016년 4월 58.6에 머물던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디딤돌대출 금리 인하분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6월 95.5포인트로 치솟았고, 10월 124.8포인트를 기록해 집을 사려는 이가 집을 팔려는 이보다 많아졌다. 

규제 해제 등을 통해 부동산 부양책을 꾀한 지 3년 만에 분위기가 바뀐 셈이다. 이는 1ㆍ10 대책이 쉽게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부동산 정책 효과는 일반적으로 ‘느리게’ 나타나서다. 

■ 의문➋ 규제 해제의 부메랑 = 물론 2013 ~2016년과 지금의 정책 효과가 똑같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2013~2016년과 같은 집값 하락기에선 어떤 부양책도 통하기 어렵지만, ‘바람만 불어도 분위기가 달라지는’ 지금과 같은 시기엔 규제 해제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1·10 대책은 또다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 대책으로 집값이 꿈틀거렸을 경우, ‘규제 해제의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번 낮춘 문턱은 어지간해선 다시 높이기 힘들다는 건데, 그 예는 문재인 정부에서 찾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집값을 잡으려고 시도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완화한 취득세는 원형을 유지했다. 가령, ▲9억 이하 1주택자는 2%, ▲9억 초과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나 다주택자는 4%의 취득세를 내야 했던 걸 박근혜 정부 시절에 ▲6억 이하 주택 1%, ▲6억~9억원 2%, ▲9억원 초과 주택은 3%로 경감해 줬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 틀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참고: 문재인 정부는 6억원 이하, 9억원 초과 주택의 취득세는 유지했고, 6억~9억원 사이 주택만 가격에 따라 1~3%의 세율을 부과했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집값이 오르기 시작할 때 풀어뒀던 규제를 다시 조여놓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면서 “1ㆍ10 대책이 혹시 효과를 내서 집값이 치솟았을 때 시장의 반발을 무릅쓰고 규제를 원상복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문➌ 또다른 문제들 = 1·10 부동산 대책을 놓고 아직까지 봉합하지 못한 전세사기를 되레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형 생활주택ㆍ오피스텔처럼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이 선택하는 주택을 ‘기금 대출’로 지을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도 임차인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대출 금리를 내렸고 전세보증보험 제도를 도입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고 빈틈은 다른 곳에서 터졌다. 여전히 상황은 수습되지도 않은 상태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활짝 열어젖힌 규제의 문을 제때 닫을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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