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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문의 시작 말하는 「당문전」
무림의 그 많고 다양한 설정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하다면

무협 장르의 설정은 처음 접한 독자들에게는 궁금증을 일으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협 장르의 설정은 처음 접한 독자들에게는 궁금증을 일으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상의 중국 대륙을 배경으로 각종 문파와 가문, 무술을 익힌 사람들이 펼치는 무림武林이야기. 무협 소설은 판타지, 로맨스와 더불어 독자적인 장르로 큰 인기를 자랑한다. 이 순간에도 수백개의 작품이 연재될 만큼 사랑받지만, 높은 인기와는 다르게 쉽게 손대기 어려워 단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이들이 많다.

처음 무협 소설을 접한 독자는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고유명사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작가들은 당연하다는 듯 생소한 지명과 설정을 늘어놓고, 다른 독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받아들인다. 소설을 읽을수록 소설 안에서 해소할 수 없는 의문과 궁금증이 이어지며 독자는 답답함을 느낀다.

무협 소설의 또 다른 놀라운 점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많은 작품의 배경이 같다는 거다. 먼저 읽은 작품에서 나온 단체가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도 비슷한 성향으로 그려진다. 장소와 풍경이 엇비슷하고 사건이나 등장인물의 이름마저 유사하다.

그렇다보니 무협 소설을 계속 읽으면 ‘문파’ ‘세가’ ‘무림맹’ 등등의 무협 용어가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그래서 무협을 읽는 좋은 방법은 적응이다. 공부하며 읽는 대신 ‘무협은 원래 그렇다’는 걸 받아들이는 거다.

소설 속에 나오는 ‘섬서’나 ‘호북’ 지역이 정확히 어디인지 궁금해하거나 길에서 칼부림이 벌어지는데 나라는 뭘 하는지 따지고 들면 읽는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다. 이런 ‘클리셰(틀에 박힌 공식)’를 알아차리면 무협은 친숙한 장르로 변신한다. 읽기 어려웠던 수백편의 무협 소설이 쉽게 읽힌다.

하지만 무협 소설을 여러 편 읽어도 끝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무협 소설엔 왜 이런 설정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많은 이들은 “원래 그렇기 때문”이란 궁색한 답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당문전」은 독특하다. 무협 속 클리셰의 기원을 설명하고 있어서다. 무림武林이 아직 무목武木이었을 초기, 무협 속 설정들이 완숙하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거다.

주인공인 ‘당무진’은 중국 사천성에 거주하는 젊은 의원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평생을 의원으로 살아가리라 생각했던 그는 우연히 대장장이 기술을 익힌다. 이 기술을 인연으로 그는 괴의怪醫란 별호를 가진 무림인 ‘이충’과 여행길을 떠나고, 이충에게 검술을 배워 무림인으로 거듭난다. 여행 도중 독을 사용하는 무공 또한 얻는다.

[사진=문피아 제공]
[사진=문피아 제공]

당무진의 설정에서 무협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사천당문’을 떠올린다. 사천당문은 독과 암기를 다룬다는 독특한 집단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주인공 당무진은 무협소설 클리셰인 ‘사천당문’을 키워 나간다. 그동안 다른 소설에서 당연하다는 듯 등장했던 집단을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의 행보를 통해 설명해준다.

“은혜는 두배로 갚고 원한은 열배로 갚는다”는 무협 소설에서 으레 다루는 사천당문의 가풍도 약간 다르게 묘사된다. 당무진은 악도 선으로 갚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독자는 ‘다른 길’을 걷는 당무진에게 무슨 일이 닥칠 것인지 긴장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

「당문전」은 여러 차례 번안을 거치며 모습이 바뀐 무협 소설의 설정을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보여주거나 명칭만 익숙한 설정을 설명해준다. 무협 소설을 읽으며 클리셰에 의문을 품었거나 그럴듯한 기원을 원했던 독자라면 「당문전」의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김상훈 문학전문기자
ksh@thescoop.co.kr

이민우 더스쿠프 기자
lm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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