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볼 만한 신간
적당히 모르는 시인… 단단한 시
147명 문인 글 담은 독립문예지
반드시 고통은 아닌 지옥 속의 시

「틀림없는 내가 될 때까지」
문경수 지음 | 걷는사람 펴냄


시인은 ‘적당히’를 모른다. 그럴듯해 보이는 질문으로 시를 채우지 않는다. 적당한 대답으로 글을 마치지도 않는다. 시가 원래 이렇게 단단한 것이었나. 시인은 자신을 꾸며내거나 자신도 모를 소리를 하지 않는다. 곤혹스러울 정도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시는 눈앞에 보이는 것과 듣는 것, 그리고 느끼는 것과 기억하는 것을 새기듯 쓴 기록이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자꾸 되묻는다. 반쯤 시선을 돌리고 있는 건 아닌지.

「베개 8호」
권경욱·박소희·조원규·조은영·조은정·지곡·한소리 지음 | 시용 펴냄


데뷔 여부를 가리지 않고 글을 싣는 독립 문예지 「베개 8호」가 나왔다. 이번 호에선 작가의 말과 선정된 글을 보는 ‘베개의 관점’을 편집자의 노트라는 이름으로 꾸렸다. 「베개 8호」의 작품 공모에는 147명의 문인이 참여했는데, 그중 15편의 시, 2편의 단편 소설, 10분 희곡, 동화, 11편의 스케치, 4편의 산문이 실렸다. 일상과 비일상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스케치 모임, 작품 공모로 누구나 베개와 함께할 수 있다.

「지옥보다 더 아래」
김승일 지음 | 아침달 펴냄


김승일 시인은 “시 속 화자가 항상 지옥에 있다고 상정하고 시를 썼다”고 말한다. 시인이 말하는 지옥은 꼭 고통으로 가득 찬 장소는 아니다. 지옥은 엉망진창이며 모순적이다. 빠져나올 수 없는데 빠져나와야 하고 영원히 쉬거나 영원히 일하며 시끄럽거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이다. 시인은 그 지옥이 양재천에 있고 대형 종교 건물에 있고 오이 반찬이 나오는 급식소에 있고 함피(인도 마을)에 있다고 말한다. 

「투게더」
울리히 슈나벨 지음|디이니셔티브 펴냄 


결단력 있게 먼저 행동하는 소수의 행동은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사회에 미친다. 인간의 사고와 의식은 끊임없는 사회적 교류를 통해 형성되고, 인간은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비교 관찰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 행동을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고, ‘어떤 상황에서 협력이 성공하는지’ ‘왜 공동체 의식이 유치원에서부터 시작하는지’ ‘개인의 자유가 올바른 정치사회적 틀을 갖춘 공동체에서만 발전하는지’ 등의 질문에서 답을 찾는다. 

「다이어트, 배달 음식, 트위터」
박미소 지음|낮은산 펴냄 


“왜 참지 못했을까.” 쾌감이 주는 것들에 집착하고, 그로 인해 위기감을 느껴본 사람들은 아는 감정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랬다. 다이어트. 배달 음식, 트위터에 빠져 허우적대던 그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그 충동과 욕구가 어디서 온 것인지 골몰하기 시작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해 현대인이 겪고 있는 권태와 불안, 우리의 관심과 돈을 요구하는 기업, 부당한 압력을 행사는 사회 구조까지 파헤친다.

「떠나는 도시 모이는 도시」
이동학 지음|오도스 펴냄


인류의 54.0%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이 수치는 2050년엔 75.0%까지 치솟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사람이 많아지는 도시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다. 그러면 일거리가 늘고 산업이 성장하지만, 무한경쟁으로 인해 인권의 사각지대도 많아진다. 이 책의 저자는 삶의 터전이 된 도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한다. 도시인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미래에 나타날 문제 등을 짚어보고 함께 좋은 삶을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혐오 가능한 인종」
프로젝트 기획팀 속에 지음 | 프로젝트 기획팀 속에 펴냄


감춰뒀거나 잊었던 속엣말을 현실로 쓰는 프로젝트 기획팀 ‘속에’가 이 세상 모든 ‘찐따’를 위한 문예지 「혐오 가능한 인종」을 내놨다. 쉽게 타인을 혐오하는 이 시대에 팀 속에는 사회의 가치에 융합하지 않는 찐따라고 불리거나 스스로를 찐따로 생각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데뷔 여부를 가리지 않고 13명의 작가가 타인을 향한 무분별한 혐오를 소재로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썼다. 2월 29일 펀딩 종료 후 4월 실물 문예지를 만날 수 있다. 


「한편 13호 집」
영이·김영욱·이지선·박진영·육주원·오은정 외 지음 | 민음사 펴냄


집보다 나를 잘 아는 공간이 있을까. 우리는 집에서 먹고 자고 쉬지만 동시에 집을 돌보고 살림한다. 누군가에게 집은 평생의 목표다. 자산 증식의 수단이기도 하고 보금자리다. 누군가에게는 감옥 같은 곳이기도 하다.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면 집의 감각은 확대된다. 누군가는 남산타워를, 누군가는 광안대교를 보기만 해도 ‘집’을 느낀다. 내 몸부터 내 방, 우리 동네, 한국 사회, 이 지구와 우리 은하까지 돌아보면 우리는 다른 존재가 된다. 

「키워드로 읽는 SF」
복도훈 지음 | 도서출판b 펴냄


사람을 사로잡는 SF의 매력은 무엇일까. 복도훈 평론가는 다른 세계와 삶을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SF가 상상하는 세계를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복도훈 평론가는 마지 피어시의 「경계에 선 여자」를 읽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계와 존재 방식을 탐구하면서 러브크래프트의 코스믹 호러를 다시 꺼내 든다. 복도훈 평론가의 두 번째 SF비평집으로 그의 문학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이민우 더스쿠프 기자 
lm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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