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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반지하 오크
차원 넘어 온 이방인
다른 세상의 내 모습

낯선 외국인은 결국 다른 세계의 나와 다를 바 없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낯선 외국인은 결국 다른 세계의 나와 다를 바 없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변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014년 180만명에서 2022년 220만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도 외국인을 우리와 동떨어진 이방인으로 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다른 언어와 낯선 행동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이질감은 막연한 불안을 낳는다. 낯섦은 차별과 혐오를 만든다.

이런 사회 현상을 반영하듯 이방인의 삶을 다룬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 일명 디아스포라(dia spora·고국을 떠난 사람) 작품이다.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받은 「로야」부터 애플 TV+에서 영화로 만든 「파친코」까지 다양하다.

웹소설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파커Q’ 작가의 세 작품을 묶은 「옥탑방 유니버스」는 이방인의 삶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들은 현대 지구와 판타지 세계가 연결됐다는 상상에서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사회·정치적 변화를 보여준다.

「옥탑방 엘프」의 주인공 ‘샤피’는 판타지 종족 단골손님인 ‘엘프(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인간과 유사한 종족)’다. 숲에서 살아온 샤피는 다른 공간과 이어진 ‘게이트’를 발견한다. 모험심으로 게이트에 뛰어들었다가 현대 한국에 떨어진다. 샤피는 국정원에 구금돼 한국어를 배우고 적응 기간을 보낸다. 적응 기간이 끝난 후 사회로 나간 샤피는 새로운 세상에 호기심을 불태우지만 한국인에게 샤피는 신기한 이방인일 뿐이다.

샤피는 한국에 정착한 백인을 은유한다. 한국에 둥지를 튼 샤피는 여러번 좌절을 겪는다. 첫 보금자리에서 쫓겨나거나 위협적인 존재라며 혐오를 받는다. 그러나 주변 이웃들의 도움 끝에 옥탑방에 정착해 한국의 삶에 점차 적응해 간다. 

「옥탑방 엘프」의 시작이 비교적 호의적이라면, 「반지하 오크」는 반대다. 이 소설은 시간이 지나 두 세계 간 교류가 활발해진 시기를 다룬다. 작중 한국에는 엘프를 비롯해 ‘고블린’ ‘오크(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가상의 존재)’ ‘드워프’ 등 많은 이종족이 이민을 왔다.

주인공 ‘카르타-철수’는 이민 온 오크의 자식, 이를테면 이민자 2세다. 한국 사회에서 오크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스하지 않다. 난폭해 폭력사건을 일으키기 일쑤고 무식하다는 거다. 오크들 때문에 직장을 잃은 인간 육체노동자들의 반감도 상당하다.

[일러스트 | 노벨피아 제공]
[일러스트 | 노벨피아 제공]

카르타-철수는 반지하에 살며 건설노동자로 일한다. 어느 날 아버지처럼 따르던 오크 현장소장을 잃는다. 건설업체가 안전설비를 소홀하게 취급해 일어난 사고였지만 현장은 말끔히 수리되고 소장의 죽음은 ‘오크에게서 흔히 보이는’ 안전의식 부재로 은폐된다. 종족을 향한 편견과 무력감 속에서 카르타-철수는 오크 최초로 정치인으로 거듭나 세상이 자신의 목소리를 무시 못 할 자리에 오르겠다고 결의한다.

앞의 두 작품이 이방인의 삶을 바라봤다면 「길바닥 마법사」는 ‘이방인이 되기’를 이야기한다. 주인공 ‘김태진’은 한국에서 게이트 너머로 관광을 갔다가 마법을 배운다. 술자리 개인기로 쓰고 싶다는 유치한 생각이었지만 대가는 컸다.

마법사는 안전을 이유로 게이트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에 걸렸던 거다.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태진은 졸지에 이방인으로 전락한다.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여행길에 나선 김태진은 한국과는 전혀 다른 길바닥의 세상에서 고난과 시련을 겪는다.

「옥탑방 유니버스」는 졸지에 이방인이 된 주인공들이 옥탑방에서, 반지하에서, 길바닥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은 영웅적이라기보다 평범한 우리 이웃의 모습에 가깝다. 우리에게 이방인이란 존재는 무엇일까. 「옥탑방 유니버스」는 새로운 관점을 줄 수 있을까.  

김상훈 문학전문기자
ksh@thescoop.co.kr

이민우 더스쿠프 기자
lm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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