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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각하 만세
역사 다시 쓰려는 대체역사
포장 없이 내달린 이야기

역사를 바꿀 수 있다면 어디까지 극단적이 될 수 있을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역사를 바꿀 수 있다면 어디까지 극단적이 될 수 있을까.[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역사, 특히 조선 말기나 일제강점기를 접할 때면 말하기 힘든 울분을 느낀다. 주권을 잃어 노예국가로 전락하고, 독립 후 벌어진 상잔으로 분단까지 이어지는 흐름에서 무력함을 느껴보지 않은 한국인은 아마도 없을 거다.

그래서인지 영화ㆍ소설 등 창작물에서 이 시기를 다룰 때 조선 민중은 으레 식민제국주의 피해자로 그린다. 울분을 참지 못한 작은 영웅들이 악에 저항하는 모습도 통상적인 조선 민중의 모습이다. 밀정ㆍ암살자ㆍ지하조직 등으로 표현되는 이 저항은 무력한 역사에서 패배감을 느낀 이들에게 소소한 만족감을 준다. 다만, 역사란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약간의 상상력을 덧붙인 내용이 많아서 이런 만족감은 수그러들기 일쑤다.

이 때문에 몇몇 창작자는 패배의 역사가 아닌 승리의 역사를 제공해 더 많은 만족감을 제공하려는 시도를 해왔는데, 이는 ‘대체역사’ 장르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다. 조선을 다루는 대체역사 장르는 독자들에게 위안과 보상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데, 통상적인 기법은 대략 이렇다.

일단 조선을 부강한 나라로 만든다. 상대적으로 강한 국력을 가진 조선은 주변국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그 과정에서 조선은 패권국으로 자리 잡고, 식민제국주의 악행을 답습하기도 한다.

다른 나라를 총칼과 포문으로 압박해 종속국으로 만들고, 그들을 분열시키고 착취하는 모습은 현실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체는 같다. ‘대체역사’ 장르가 식민제국주의에서 발생한 불만족을 식민제국주의로 충족하는 모습은 역설적이지만 각각의 작품이 적절한 방법으로 포장해 불편함을 줄인다.

악은 최소한으로 묘사하고, 민족과 국가, 그리고 다가올 파국을 막기 위한 수단은 정당화한다. 특히 ‘이 역사가 원래 역사보다 나음’이라는 결말은 거대 악 앞에서 작은 악이 ‘선善’ 으로 포장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웹소설 「대통령 각하 만세」는 이런 포장을 하지 않고 극단으로 내달린 작품이다. 1904년을 시작점으로 주인공 조지원은 조선을 독립시키고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 식민제국주의란 거악에 맞선다. 이때 그가 선택한 방법은 민족주의 파시즘이다. 생화학무기, 핵무기부터 민족말살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국력은 방어가 아닌 침략에 있다고. 실제로도 제국주의 열강들은 그동안 그렇게 온갖 위기를 극복해왔다. 한국만 달라야 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중략) 왜 마음껏 행패를 부려도 되는 힘을 얻고서도 착한 척, 사람 좋은 척, 온갖 손해를 감수하며 더불어 살아야 하는가.
-「대통령 각하 만세」 중에서


조지원의 조선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관차를 방불케 한다. 마침내 중국을 조각내 서로 죽이는 지옥도로 만들고 일본인은 말살한다. 핵 폭격 아래 기존 제국은 또다른 식민지로 전락하고 한국은 초강대국이 된다.

어느 시점까지 작품이 주는 재미는 상당하다. 파격적인 주인공의 행보는 흥미를 유발하고, 발전을 거듭하는 한국과 몰락해가는 제국의 대조적인 모습에서 얻는 통쾌함도 크다. 그러나 갈수록 심해지는 악행 속에서 어느 순간 몇몇 독자는 ‘수단을 어디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가’란 생각을 갖는다. 또 다른 몇몇은 ‘이 정도까지 용인하는 난 파시스트인가’란 의문을 품는다.

독자들이 마침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란 질문을 던질 때 이 작품은 ‘빛나는 순간’을 맞는다. 파시스트 자가진단법, 「대통령 각하 만세」가 던지는 함의다.

김상훈 문학전문기자
ksh@thescoop.co.kr

이민우 더스쿠프 기자
lm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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