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21대 금배지 악습의 기록
22대 총선 특별기획 5편
국민의힘 저출산 공약 분석
시대 흐름 읽은 공약이지만
기대감보다 불신 우려 더 커
21대 총선 공약 안 지킨 탓
여야 공감한 이번엔 다를까

# 여야가 같은 날 저출산 공약을 내놨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했다는 방증이다. 그러자 여야의 공약을 비교 분석해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누가 더 그럴싸한 공약을 냈는지, 현실 가능성은 있는지, 재원 조달 방안은 있는지 등을 검토해보는 거다. 

#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들이 과연 자신들의 공약을 ‘실천’에 옮기느냐다. 현재로선 믿을 수 없다. 여야 모두 4년 전 총선 당시 내놨던 저출산 공약 중 제대로 지킨 게 거의 없어서다. 이번에는 다를까. 더스쿠프가 4년 전 그들의 저출산 공약을 소환해봤다. 視리즈 「21대 금배지 악습의 기록」을 이어나가보자.

국민의힘은 꽤 그럴듯한 저출산 공약을 내놨지만 기대와 함께 우려도 나온다.[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꽤 그럴듯한 저출산 공약을 내놨지만 기대와 함께 우려도 나온다.[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이 저출산 대책을 22대 총선 1호 공약으로 내놨다. 내용은 ‘출산 이후 일과 가정의 양립’에 초점을 맞췄다. ‘아빠 휴가’ 의무화나 출산ㆍ육아휴직 신청 시 자동 개시 등이 대표적이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인구부 신설도 제안했다. 제법 그럴듯한 공약이다. 그런데 기대와 함께 우려도 나온다. 21대 총선에서 내놨던 저출산 공약 중 제대로 지킨 게 거의 없어서다. 과연 이번엔 다를까.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모들이 일터와 가정에서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 1월 18일 국민의힘이 저출산 대책을 22대 총선 1호 공약으로 내걸면서 밝힌 포부다. 출산 가구 부모의 짐을 덜어줌으로써 저출산 상황을 극복해보겠다는 거다. 

실제 공약들은 이런 취지와 맥이 같다. 우선 산모 배우자의 1개월 출산 휴가(유급), 이른바 ‘아빠 휴가’를 의무화ㆍ법제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남성의 육아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거다.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 출산ㆍ육아휴직을 신청만 하면 ‘자동 개시’하는 방안과 육아휴직 급여를 현행 최대 월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내놨다.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하고, 육아휴직에 따른 가계의 경제적 손실도 줄이겠다는 의도다.

또한 자녀(초등학교 3학년까지)가 아프거나 특별한 돌봄이 필요할 경우, 연간 최대 5일까지 유급으로 자녀돌봄휴가를 쓸 수 있게끔 제도를 손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자녀 출산 시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데, 그 한도를 현행 1일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리는 내용도 있다. 

국민의힘이 저출산 대책을 1호 공약으로 내놨다는 건 저출산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저출산 공약이 10개의 중점 공약 중 9순위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의 포인트를 잘 짚었다는 평가도 있다.

예컨대, 여성의 10분의 1에 불과한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은 독박육아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불만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기대효과가 분명한 공약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우려가 나온다. 골자는 공약을 이행하겠느냐는 거다. 21대 총선에서 내놓은 저출산 공약(당시 미래통합당) 중 제대로 이행한 게 거의 없어서다. 총선 이후의 과정을 보면 ‘미래통합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의석을 합쳐도 고작 103석밖에 안 됐는데, 공약 이행을 바라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반박은 통하지 않는다.

당시 미래통합당이 내세운 주요 저출산 공약은 ▲난임시술비 전액 지원, ▲임신부 택시비 지원, ▲아이 눈높이 (공중)화장실 만들기, ▲다자녀(3명 이상) 국가장학금 확대, ▲양육비 지급 불이행 시 국가 책임 강화 등이다. 

이 가운데 현실화한 건 ‘양육비 지급 불이행 시 국가 책임 강화’ 공약뿐이다. 이 공약은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비양육자들에게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겠다는 거였다. 총선 직후인 2020년 6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기엔 양육비 미지급 시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비록 대안반영 폐기되긴 했지만, 그해 12월 개정안과 같은 효력을 가질 수 있게끔 법은 개정됐다.[※참고: 이를 국민의힘만의 성과라고 보긴 어렵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개정안을 준비해 같은해 7월 발의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과 동시에 내건 ‘난임시술비 전액 지원’ 공약은 달랐다. 사실 이 공약은 정책 효과가 보장돼 있었다. 아이를 갖고 싶은 이들을 집중 지원하는 정책이어서다.

실제로 난임시술의 가격은 무척 비싸다. 한번 받으려면 비급여 약값을 포함해 500만원이 족히 든다. 2017년부터 정부가 일부 시술 값을 지원해준 이유다. 다만, 횟수ㆍ소득 등 제한이 있었는데, 국민의힘은 이런 제한 규정을 없애 난임시술비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던 거다.

하지만 총선 이후 이렇다 할 논의가 없었다. 2021년 1월에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와 지자체가 조건 없이 난임시술비 전액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재원을 마련할 실질적인 방안을 찾을 수 없었던 탓이다.

그 사이 국고보조사업 일부를 지자체에 넘기는 분권화에 따라 2022년 1월 1일 난임시술비 지원 사업은 각 지자체로 이양됐다. ‘난임시술비 지원’이 지자체의 의지와 여력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사업으로 전락한 셈이다. 

일이 이렇게 꼬인 덴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문재인 정부의 탓이 크지만, 이상하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였다. 난임시술비 지원 사업의 지방 이양은 2021년 8월 결정됐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2022년 대선공약엔 ‘난임시술비 지원 사업의 소득기준과 횟수제한 폐지’가 버젓이 들어가 있었다. 본인들의 입으로 강조한 저출산 공약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른 채 재탕공약을 냈다는 얘기다. 

나머지 공약들의 운명도 다르지 않았다. ‘임신부 택시비 지원’ 공약은 일부 지자체가 임신부의 택시비를 지원하면서 흐지부지됐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공중화장실에 아이 눈높이에 맞는 화장실의 설치를 의무화하겠다더니 법안 발의조차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21대 총선 당시 내놨던 저출산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21대 총선 당시 내놨던 저출산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다자녀 국가장학금 확대 지급’ 공약 역시 당 차원에서 제도를 개선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저출산 공약을 두고 “과연 공약을 이행할까”라는 불신이 새어나오는 이유다.[※참고: 다자녀는 자녀가 3명 이상인 경우를 의미한다. 기존에도 셋째부터는 국가장학금을 전액 지원했지만 소득 구간에 따른 제한이 있었다. 공약은 이 제한을 풀겠다는 거였다. 오히려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셋째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경우, 국가장학금 혜택이 유명무실해진다’는 지적에 따라 첫째나 둘째 자녀가 대신 수혜를 받을 수 있게끔 제도를 손봤다.] 

다행히 총선 전에 진심을 확인할 방법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과 같은 날 저출산 공약을 내놓으면서 “여야 의견이 일치하는 건 지금 즉시 입법화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불신을 깨뜨릴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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