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자영업자 부부 재무설계 4편
소득 불안정한 자영업자
저수지 통장 만들어야
수익 줄면 통장서 추가
안정적인 생활 가능해

자영업자와 직장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고정소득’이다. 매월 고정 수입을 올리는 직장인과 다르게 자영업자는 당장 내일 매출조차 가늠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소득이 흔들리면 가계도 흔들린다는 점인데, 이럴 때 ‘저수지 통장’을 활용하면 들쑥날쑥한 자영업자 소득에 안정감을 더해줄 수 있다. 문제는 ‘저수지 통장’이 뭔지를 잘 모르는 자영업자가 숱하단 점이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통장 설계를 도왔다.

자영업자가 저수지 통장을 만들면 불안정한 소득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영업자가 저수지 통장을 만들면 불안정한 소득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컵과일 가게로 새출발을 시작했던 양서훈(가명·35)씨와 그의 아내 한은서(가명·34)씨.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지만 꽁꽁 언 경기 탓에 양씨의 사업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컵과일 장사로 버는 수익(월평균 150만원)으론 예전 수준만큼의 생활을 펼쳐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문제는 이 수익도 언제 더 줄어들지 모른다는 점이다. 적자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중견기업을 다니는 아내 소득으로만 버텨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불안감을 느낀 부부는 필자의 상담실을 찾아와 해결책이 있는지를 물었다.

지금까지 부부와 함께 진행한 상담 과정은 이렇다. 1차 상담에선 부부의 가계부 상태를 살폈다. 언급했듯 양씨는 컵과일 사업으로 한달 평균 150만원의 수익을 낸다. 아내의 소득은 300만원으로 총소득은 450만원이다. 지출은 정기지출 307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60만원, 금융성 상품 100만원 등 467만원이다. 한달에 17만원씩 적자가 발생한다.

가계부를 살핀 다음 2차 상담이 끝날 때까지 부부의 지출을 계속해서 손봤다. 부부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정기지출을 307만원에서 213만원으로 94만원, 비정기지출을 60만원에서 47만원으로 13만원 줄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부부는 총 90만원의 여유자금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부부가 세운 재무목표도 조정했다. 부부는 ‘내집 마련’ ‘노후 준비’ ‘해외여행’ 등 3가지를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지금 예산으론 3가지를 동시에 달성하기엔 무리가 있다. 따라서 해외여행을 당분간 자제하고 집 마련과 노후 준비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렇게 목표를 수정했음에도 자금 90만원으론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서 필자는 금융성상품 항목에 있는 적금(100만원)도 이용하기로 했다. 재테크에 관심이 없는 부부는 적금 통장만 달랑 하나 갖고 있다. 이 적금도 ‘아무래도 재테크용 통장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이유로 만든 것이다. 만기가 2개월 남아있지만 부부는 그대로 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했다간 요즘 오를 대로 오른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만기 도래 후 빨리 해지하고 새로운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부부는 만기가 끝나는 대로 현재 금리를 적용한 신규 적금에 가입하기로 했다. 액수도 기존 100만원에서 40만원 더 넣어 140만원으로 맞췄다. 이 돈은 부부가 향후 내 집 마련을 하는 용도로 쓰일 것이다.

여기서 잠깐 자영업자인 양씨의 이야기를 해보자.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매월 달라진다. 따라서 매출에 맞춰 수익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평균 150만원이라고 언급하긴 했지만 실제 양씨가 가져다주는 수익은 매월 들쭉날쭉할 것이다. 이런 방식은 가계부 관리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상 소득을 알 수 없으니, 지출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자영업자라 하더라도 매월 수입을 고정적으로 가정에 입금해야 하는 걸 ‘원칙’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통장을 하나 개설해 매월 20만원씩 넣기로 했다. 부부는 남편의 수익이 150만원보다 줄었을 때마다 이 통장에서 돈을 꺼내 액수를 맞추기로 했다. 이 통장이 일종의 ‘저수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 하면 가계부를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고 남편의 심리적인 부담감도 약간은 줄어들 것이다.


재테크 감각도 익혀보자’는 필자의 조언에 따라 부부는 적립식 펀드에도 월 10만원씩 넣기로 했다. 늘 말하지만 이 펀드는 재테크 초심자에게 적격이다. 주·월·분기 등 일정 기간을 정해 소액을 넣는 방식이라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필요하면 납입을 언제든지 중단하는 게 가능하단 장점도 지녔다. 물론 투자상품이므로 원금 손실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적립식펀드는 장기투자에 속하므로 ‘노후 준비’ ‘자녀 대학 등록금 마련’ 등의 재무목표에 활용되기 좋다. 부부의 경우 노후 준비 용도로 사용하기로 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개인연금에도 월 20만원씩 납입할 예정이다.

노후 준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물론 투자를 소홀히 하란 얘기는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후 준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물론 투자를 소홀히 하란 얘기는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네차례에 걸친 부부의 재무설계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90만원으로 내 집 마련(적금 100만→140만원), 저수지 통장 마련(인터넷전문은행 20만원), 노후 준비(적립식펀드 10만원, 개인연금 20만원) 등에 알뜰히 분배했다. 그렇다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이번 재무설계는 난도가 꽤 높다. 소득 자체가 적은 탓에 부부는 식비는 물론이고 여행비와 미용비까지 거의 모든 지출항목을 줄일 대로 줄였다. 따라서 예전보다 생활하는 게 무척 팍팍하게 느껴질 것이다. 필자와 함께 짠 솔루션을 지키가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부부가 지혜롭게 이 난관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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