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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獨·EU 성장률 하향 조정
KDI 성장률 2.2% 전망 유지
中 경제 해석 따라 전망치 수정
KDI는 왜 성장률 그대로 뒀나

중국은 19일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가 전년 대비 82% 줄었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외국인 투자가 1990년대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프랑스·독일 등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전망치를 유지했다. 이유와 근거가 뭘까.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18일 중국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사진=뉴시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18일 중국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사진=뉴시스]

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중국 경제, 국제 분쟁 등 여파를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거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4일 ‘2024년 경제전망’에서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인 2.2%를 유지했다. 한국은행이 오는 22일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로 2.1%를 제시했다. 

■ KDI의 뚝심 아닌 뚝심=KDI는 지난해에도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하락, 하반기 상승)할 것이라는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장을 뒷받침해줬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1분기 0.3%, 2분기 0.6%, 3분기 0.6%, 4분기 0.6%였다. 소수점대 분기별 성장률이라는 성적표는 상저하저라고 봐야 한다. 상저하고라는 말은 하반기의 강한 반등을 기대한다는 뜻에 가깝기 때문이다. 

KDI는 하반기가 시작한 지 2개월이 흐른 지난해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도 “우리 경제는 2023년 상반기에 경기 저점을 형성한 후, 하반기에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주장했다. KDI는 지난해 10월에야 경제동향에서 상저하고란 말을 빼고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은 지난해 정부의 ‘하반기 극적 반전’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 전망치는 2년 가까이 줄곧 부정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올해 1월에도 91.1로 기준선인 100을 22개월 연속으로 하회했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전월보다 현재 경기가 더 안 좋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이 지난 14일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이 지난 14일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료 | 각국 발표]
[자료 | 각국 발표]

■ 유럽 각국 하향 조정=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현지 방송사 TF1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1.0%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르메르 장관은 인터뷰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의 가자 전투와 같은 지정학적 문제를 고려했다”며 “주요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 독일의 경기침체도 경제 환경을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독일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0월 1.3%에서 0.2%로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독일은 그 이유를 세계 경제의 둔화라고 표현했지만, 중국의 하향세와 관련이 깊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장관은 하향 조정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만한 산업 관련 정책을 올봄에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지난 15일 ‘유럽 경제전망’에서 EU 27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1월 1.3%보다 낮춘 0.9%로 조정했다. EU는 “올해 1분기 세계 경제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년 1~9월 기준 프랑스와 독일의 대중對中 수출 비중은 각각 9.5%, 13.8%였다. 같은 기간 프랑스와 독일의 대중 수입액 비중은 각각 16.6%, 20.1%에 달했다.

■ 韓 성장률과 중국=최근 여러 나라가 잇달아 경제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한 이유는 언급했듯 중국 경제의 하락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사실상 중국에서 철수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19일 발표한 지난해 외국인들의 대중 직접투자는 33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82% 감소했다.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1990년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중국의 지난해 3분기 외환 유출액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외환 유입액보다 많았다. 

일본 교도통신은 “중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하고, 부동산 침체로 내수 경기가 위축했으며, 반스파이법 등 안보 강화로 외자기업의 투자 의욕이 크게 후퇴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한국의 1위 무역국은 여전히 중국이다. 관세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1월 수출입현황 확정치를 보면, 대중 수출은 107억 달러로 전년보다 16.1% 증가했다. 한국과 중국 경제는 단순히 숫자만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이 중국 경기 침체를 의식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KDI만 예외다. [사진=뉴시스]
세계 각국이 중국 경기 침체를 의식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KDI만 예외다. [사진=뉴시스]

한국의 대중 수출의존도는 중국이 수입을 줄이면서 20년 전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반도체의 수출의존도는 대체 불가능한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54.7%가 중국 시장으로 향했다. 원화가 위안화와 동조화를 보이고, 두 나라의 경기가 비슷하게 움직이는 이유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19.9% 감소했다.

KDI는 프랑스 등과 달리 중국 경제의 회복에 베팅했다. KDI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중국 경제는 부동산경기 부진이 지속하고 있으나, 정부의 부양책으로 경기 둔화가 완만한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우리 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2%로 유지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상반기에 2.3%, 하반기에 2.0% 성장을 예상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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