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2편
렌털이 일상 된 시대
저렴하단 장점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지출
과소비 원인 될 수 있어
주기적인 점검 필요해

요즘은 뭐든지 빌려 쓰는 시대다. 자동차 리스나 정수기 렌털은 이제 흔한 일이고, 요즘엔 고가의 매트리스를 렌털해 사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나름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면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데, 문제는 이런 렌털비가 가랑비에 옷 젖듯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도 한달에 10만원을 매트리스 렌털비로 지출하고 있었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문제를 자세히 살펴봤다.

렌털은 편리하지만 지출 규모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렌털이 과소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이유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렌털은 편리하지만 지출 규모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렌털이 과소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이유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먹거리 물가가 매년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2020년 4.4%를 기록한 뒤 2021년 5.9%으로 오름폭을 키웠다. 2022년에도 5.9%를 유지하다 지난해 5.5%로 0.4%포인트 소폭 떨어졌다. 전체 기간으로 따져보면, 2021년 대비 지난해 먹거리 물가는 23.5%나 올랐다.

이렇게 식비가 오르니, 저축을 위해 식비를 줄이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자녀가 있는 가구의 ‘식비 줄이기’는 더 어렵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 이재석(가명·42)씨와 한성희(가명·41)씨의 상황이 그렇다. 14·11살 두 자녀를 키우는 부부는 한달에 150만원을 식비·생활비로 지출하고 있다. 아이들의 발육을 생각해 먹을 것에 돈을 아끼지 않다 보니 식비에만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부부의 문제는 식비만이 아니었다. 한달에 85만원씩 내는 자녀 교육비도 부부에겐 큰 부담이었다. 올해 첫째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학원비가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 3년 뒤엔 첫째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둘째도 중학생이 된다. 그러면 교육비가 또한번 크게 늘어나고, 적자폭도 불어날 게 뻔했다. 이런 상황에 놓인 부부는 나름대로 지출을 줄이려 노력했지만 끝내 실패했고, 답답한 마음에 필자의 상담실을 방문했다.

필자가 파악한 부부의 가계부 상태부터 한번 더 살펴보자. 둘 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부부의 월소득은 570만원으로, 남편과 아내가 각각 320만원, 25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매월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정기지출 554만원,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66만원, 재테크 등 금융성 상품 40만원 등 660만원이다. 한달에 적자가 90만원 발생하는데, 1차 상담에서 식비·생활비(150만→120만원)를 30만원 절감해 60만원까지 줄였다.

다행인 점은 “줄일 것이 없다”는 부부의 하소연과 다르게 ‘수도꼭지’가 풀린 지출항목이 여럿 보인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월 13만원씩 지출하는 렌털비다. 필자의 경험상 상담자들의 일반적인 렌털비는 평균 2만원에서 3만원 사이인데, 이는 대부분 렌털형 정수기에서 발생하는 지출이다.

요즘엔 정수기를 직접 사지 않고 이렇게 빌려 쓰는 경우가 많다. 일단 목돈이 빠져나가지 않고, 렌털 업체에서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시간이 오래 흘러 기기가 낡으면 신형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점도 렌털 정수기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이씨 부부도 3만원대 렌털 정수기를 수년째 쓰고 있다.

스스로에게 렌털 제품이 필요한지 주기적으로 점검해보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스로에게 렌털 제품이 필요한지 주기적으로 점검해보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은 10만원이 문제인데, 이는 ‘렌털 매트리스’에서 나오는 비용이다. 이씨 가족은 4명 모두 렌털 매트리스를 쓴다. 기존에는 부부만 사용했는데, 첫째의 중학교 입학을 기념해 두 자녀의 방에도 고급 매트리스를 들였다. ‘자녀들의 수면 품질을 높여주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이씨 가족은 자신들의 기존 침대 위에 렌털 매트리스를 토퍼(매트리스 위에 얹어 쓰는 제품)처럼 사용하고 있다.

잠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수면 품질을 높이는 것은 중요하다. 게다가 렌털 매트리스도 렌털 정수기처럼 나름의 장점이 있다. 고가의 매트리스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주기적으로 방문 점검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현재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기존 침대를 놔두고 굳이 렌털형 매트리스를 쓰는 건 부부에게 있어 엄연한 과소비다.

부부의 경우 3년 렌털 약정이 거의 끝나가고 있어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절약을 위해 계약 연장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막 계약한 자녀들 매트리스는 가장 저렴한 모델로 교체하기로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부부의 렌털비는 총 13만원에서 6만원까지 줄였다.

통신비(26만원)도 손봤다. 부부가 둘 다 8만원대 고가 5G 요금제를 쓰는 게 문제였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쓰고 있지만 데이터 사용량을 조사해 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의 상담자들이 그렇듯 부부도 회사에선 회사 와이파이를, 집에선 인터넷에 연결한 와이파이를 쓰고 있기에 실제 사용량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모두 알뜰폰으로 갈아탔다. 알뜰폰은 주로 LTE 요금제에서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요즘엔 5G 요금제 중에서도 저렴한 상품들이 많이 나왔다. 부부는 고민 끝에 3만원에 30GB를 지원해 주는 알뜰폰 요금제로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부의 통신비도 26만원에서 16만원으로 줄었다.

마지막으로 교통비·유류비(65만원)도 조금 손봤다. 이 비용의 상당 부분은 남편이 회사 출퇴근 때 타는 자가용 기름값으로 빠져나간다. 업무용으로도 자주 차를 사용하는데, 회사 규모가 협소한 탓에 유류비를 전부 신청하진 못한다고 한다. 남편은 대중교통 출퇴근을 늘리고, 회사가 지원하는 유류비를 넘지 않는 선에서만 업무용으로 차를 운용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교통비·유류비를 65만원에서 55만원으로 10만원 줄이기로 약속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중간 점검을 해보자. 이씨 부부는 식비·생활비 30만원(150만→120만원), 렌털비 7만원(13만→6만원), 통신비 10만원(26만→16만원), 교통비·유류비 10만원(65만→55만원) 등 57만원을 절감했다. 따라서 90만원이었던 적자 규모도 33만원까지 줄어들었다.

아직도 보험료, 부부 용돈, 비정기지출 등 줄일 것이 많다. 또 85만원씩 쓰는 자녀 교육비도 어느 정도 절감할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마음 단단히 먹고 교육비를 통제하지 않으면 훗날 걷잡을 수 없는 ‘교육비 인플레이션’을 맞닥뜨릴 것이다. 부부는 과연 지출 줄이기를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나머지 과정을 소개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