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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밸류업 기대감 높여놓고
미‧일 증시 밸류업 이유 간과해
日 지배구조 개선이 결정적 이유
美 지배구조 모범생이 발판 역할
쪼개기 등 없어 증시 상승 이끌어
밸류업 프로그램은 밸류 있을까

우리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26일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인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빼놓았고, 공시 의무도 기업의 자율에 맡기면서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허와 실을 살펴봤다. 일본과 미국 증시가 최고치에 다다른 이유도 알아봤다.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가 2월 넷째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뉴시스]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가 2월 넷째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뉴시스]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월 넷째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의 닛케이225지수도 같은 기간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나라 증시의 선전은 명확한 이유가 있다. 미국은 기업지배구조 문제에서 자유로운 특성을 살려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Seven)이라는 7개 종목이 물적분할 걱정 없는 성장으로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일본은 재정·통화 완화정책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아베노믹스가 12년 만에 효과를 본 결과다.

[※참고: 매그니피센트7은 2023년 뉴욕증시의 강세장을 이끈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등 7개 빅테크 종목을 뜻한다. ‘매그니피센트7’이란 동명의 1960년대 미국 서부 영화에서 따왔다.] 

우리 정부가 26일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은 핵심이어야 할 기업지배구조 관련 내용이 없고, 공시도 강제가 아닌 기업의 자율에 맡겼다. 정부는 기업이 잘 지키면 세제혜택을 인센티브로 준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한 달 내내 밸류업 기대감을 높여놨지만, 실제로 바뀐 건 단 하나도 없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기본적으로 우리 증시를 과연 저평가됐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3위로 우리 증시의 세계 순위와 일치한다. 기업들의 실적도 감소세다. 지난해 실적이 예상치보다 낮은 어닝쇼크 기업 비율은 2년 연속 50%를 넘겼다.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7개 종목이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우리 증시에선 주도주를 꼽기가 마땅치 않다. 코스피 시총 1위인 삼성전자는 삼성생명, 삼성물산이라는 코스피 상장사가 1·2대 주주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이고, 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미국 증시에 구글, 구글을 소유한 알파벳, 알파벳이 소유한 유튜브가 일제히 상장한다면 알파벳 주가는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자. 

가장 최근 재벌에 편입된 카카오와 쿠팡을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카카오는 한국 증시에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카카오페이 등 10개 회사를 상장했다(카카오뱅크 제외). 쿠팡은 뉴욕 증권거래소에 단 1개 회사만 상장해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밸류업 프로그램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밸류업 프로그램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료 | 금융위원회]
[자료 | 금융위원회]

영국계 헤지펀드인 헤르메스는 지난 13일 ‘설득이 불가능한 (한국 기업들)?’이라는 보고서에서 “일본에는 가족이 지배하는 회사(대기업)가 거의 없고, 주가를 낮게 유지할 인센티브도 없지만, 한국 가족기업들(대기업)은 주가를 낮춰 소액주주를 희생시키면서 이득을 추구한 전력이 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한국의 최근 규제 개정안들은 대주주들을 당황하게 만들지 않는 게 핵심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 일본 증시 상승의 비결=기본적으로 일본은 미국과 함께 지난해 세계 경제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였다. 일본은 임금을 끌어올려 디플레이션 탈출에 성공했다. 아베노믹스의 재정·통화 완화정책, 구조개혁(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세 개의 화살도 12년에 걸쳐 이어갔다. 

일본 마넥스 증권은 최근 닛케이225 상승 이유로 7가지를 꼽았다. 일본은 ▲디플레에서 인플레로 전환했고, ▲기업지배구조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워졌고, ▲해외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졌으며, ▲미중 갈등으로 중국에서 탈출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으로 들어왔고, ▲금융 완화정책이 임박해 엔저가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개별 기업의 실적이 좋아졌다는 분석이다. 

일본 증시가 상승한 게 아니라 정상 궤도에 오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무부 관료 출신의 다카하시 요이치 가에츠대학 교수는 26일 “일본이 30여년간 과도하게 통화·재정 긴축을 유지해 ‘재팬 디스카운트’가 발생했다”며 “아베 정권 이후 완화정책으로 전환하면서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해 원래 주가 궤도로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아베 정권 이전 일본의 전체 물가(GDP 디플레이터)는 연평균 0.9%로 감소했지만, 완화정책 전환 이후에는 연평균 0.6% 증가를 기록했다. 

■ 미국 증시 상승의 비결=그럼 미국은 어떨까. 일단 미국 경제와 미국 증시를 나눠서 봐야 한다. 미국 경제의 비결은 기본적으로 달러에 있다. 미국이 세계적 경제위기에서 가장 먼저 빠져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셰일오일로 석유 수출국에 오른 이후에는 유가 상승도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지 못했다. 지금도 모든 나라의 중앙은행장들이 미국의 금리 인하를 기다리는 처지다. 

미국 경제는 대부분 강했지만, 증시가 지금처럼 항상 우상향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 투자은행들조차 지난해 내내 주가 하락을 경고하고, 그들 스스로 하락에 베팅했지만, 결국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그 배경에는 매그니피센트7이 있다.

26일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역사적 최고점에 근접했다. [사진=뉴시스]
26일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역사적 최고점에 근접했다. [사진=뉴시스]

골드만삭스는 최근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주가가 2022년 말 대비 올 2월 현재 평균 89%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S&P 500지수 상승률은 35%지만, 7개 종목을 빼면 18% 상승에 불과했다. JP모건은 지난 15일 “시총 10개 종목이 미국 전체 시총의 29.4%에 달한다”며 “이는 60년 만에 가장 높은 증시 집중도”라고 분석했다. 

7~10개 기업이 전체 시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증시 상승분의 대부분을 가져갈 수 있는 이유는 기업지배구조에 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를 동시에 상장하는 더블카운팅(double counting)을 하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더블카운팅으로 인한 주가 하락의 책임을 CEO와 이사회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마이클 델은 2013년 “델을 정상 궤도로 되돌리려면 상당한 주가 변동성과 수익 감소가 이어진다”며 670억 달러를 들여서 회사를 비상장사로 전환했다. 상장사의 주가를 떨어뜨리고, 수익을 인위적으로 줄이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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