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볼 만한 신간
듄 세계관의 기원 엿보다
종교가 현실에 맞닿은 순간
시간을 물결처럼 그려낸 시
나와 당신 기쁘게 하는 글쓰기

「프랭크 허버트 단편 걸작선 1, 2」
프랭크 허버트 지음 | 황금가지 펴냄


개봉일 예매량 31만장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막을 연 영화 ‘듄’. 동명의 원작소설을 쓴 프랭크 허버트의 단편집이다. 「듄」 시리즈 중 유일한 단편소설이자 듄의 행성 ‘아라키스’의 안내서를 담은 「듄으로 가는 길」을 수록했다. 이 밖에도 「듄」에서 여성들의 비밀 조직인 ‘베네 게세리트’의 원형이 등장하는 우주첩보물 「건초 더미 작전」 등 듄의 세계관 속 주요 설정들의 기원을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들을 담았다.

「황색예수2」
김정환 지음 | 문학과 지성사 펴냄 


김정환 시인의 이번 시집은 1983년부터 1986년까지 세 권에 걸쳐 출간했던 장편 연작시 「황색예수」에서 이어진다. 128편의 시를 총 3부로 나눠 실었다. 40년 전의 「황색예수」가 신약 위주였다면 「황색예수2」는 구약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아담과 이브, 카인과 아벨, 노아, 삼손과 델릴라, 욥 등 ‘창세기’의 등장인물들은 집, 상가, 병원, 지하철, 식당 등의 생활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종교가 현실에 맞닿은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나는 있다」
이정란 지음 | 여우난골 펴냄


월간 「심상」으로 데뷔해 다섯권의 시집을 출간한 이정란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다. 시집을 펴낸 여우난골 출판사는 이미지의 충돌과 기표의 물질적 효과에 주목하면서 “작품(work)이 아니라 텍스트(text)로서의 미학적 현대성을 추구한다”고 평한다. 시인의 시는 일종의 시간을 물결처럼 그려 낸다. 해체되고 흩어진 생각들은 그 흐름대로 시를 이어 나간다. 새로운 감각을 향해 뻗어나가는 시집이다. ‘시인의 해체’는 미래파와는 또 다르다. 

「내가 읽고 싶은 걸 쓰면 된다」
다나카 히로노부 지음|인플루엔셜 펴냄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자기 글을 콘텐츠화할 수 있는 시대다. ‘글쓰기’가 무자본 창업의 대표 격이 됐다. 일본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는 저자는 “글 잘 쓰는 기술 따위는 없다”고 단언한다. 흔한 글쓰기 테크닉대로 정해진 틀 안에서 쓰는 건 재미도 감동도 없다는 거다. 24년간 카피라이터로 경력을 바탕으로 그는 “스스로 납득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나를 기쁘게 하는 게 독자를 기쁘게 하는 길이란 거다.

「범죄사회」
정재민 지음|창비 펴냄 


살인, 강도, 폭력, 절도 등의 범죄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2012년 193만건이던 관련 범죄는 2021년 153만건으로 감소했다. 범죄 발생량은 줄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의 불안이 더 커진 이유는 뭘까. 이 책의 저자는 “최근 벌어지는 범죄들의 ‘무차별성’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알고 지내던 사람 사이에서 발생했던 범죄가 최근엔 언제 어디서든 전방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거다. 왜 우리 사회에 무차별적 강력범죄가 범람하게 됐는지 짚는다.

「내 다리는 한계가 없다」
박찬종 지음|현대지성 펴냄 


‘다시 걷게 되던 날’이란 단 하나의 영상으로 220만 조회수를 기록한 유튜버 ‘CJPARK’의 이야기다. 평소처럼 자전거로 출근하던 CJPARK는 5톤(t) 트럭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잃었다. 그는 사고 일주일 만에 “저는 괜찮습니다”는 말로 시작하는 글을 SNS에 올렸고, 놀라운 멘탈과 회복탄력성을 보여줬다. 장애인 사이클 선수로 활동하는 저자는 “어제의 고통과 작별할 때 인생을 한계 없이 굴려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겨울 데자뷔」
최유수 지음 | 민음사 펴냄


‘거칠고 황량한 시베리아로’ 혹은 ‘겨울이라는 관념 속으로’ 떠난 최유수 작가의 여행기 에세이다. 이 책은 바이칼호로 향하는 열차 안과 그 끝에서 만난 광활한 시베리아를 담았다. 항공권과 열차표의 값을 치른 후 몸이 근질거리고 들끓는 기다림의 순간부터, 무사히 여정을 마치고 귀가하는 순간까지 저자는 겨울, 설원, 이동하는 인간의 내면을 사유한다. 그가 여행자의 시선으로 직접 렌즈에 포착한 자연의 모습들도 함께 만나 볼 수 있다.


「애틋하고 행복한 타피오카의 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 민음사 펴냄


세계적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와 대만의 일러스트레이터 수피 탕이 컬래버한 화제의 그림 에세이다. 음식을 소재로 가족을 잇는 연결을 다뤘다. 두 연인이 처음 만난 긴장감이 가득한 식사 자리부터 결혼해 부부가 되고, 아이가 태어나고, 새로운 가족이 되는 모든 괴정 속의 ‘밥’을 조망한다. 딸이자,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경험을 축적해온 요시모토 바나나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따스한 일러스트가 더해져 독자들에게 포근함을 선사한다.

「내일을 여는 작가(2023년 겨울호) 85호」
이종민 외 지음 | 한국작가회의 펴냄


한국작가회 기관지인 「내일을 여는 작가」의 2023년 겨울호(85호)가 출간했다. 이번 호에선 올해 처음으로 시행하는 ‘한국작가상’의 예심 경위와 13편의 시작품 소개를 특집으로 다뤘다. 또한 ‘내일을 여는 작가’ 22회 신인상 수상작 발표도 눈길을 끈다. 시 부문은 안성은 작가, 동시 부문은 박이후 작가, 동화 부문은 서서희 작가가 영예를 안았다. 이들의 당선 소감과 심사평도 수록했다. 한국작가회의 성취를 확인할 수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이민우 더스쿠프 기자 
lm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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