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공병훈의 맥락
상인조합 길드의 탄생 ❶
로마 제국의 콜레기아
중세 유럽의 길드로 진화
사회적 단위들의 탄생
길드의 법적 체계 확립

1095년부터 1291년까지 거듭한 십자군 전쟁으로 중세 유럽엔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돈이 필요해졌다는 사실이다. 자급자족을 기본으로 하면서 물물교환하던 방식이 사라지고, 돈을 매개로 온갖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들이 생겨났다. 길드였다. 공병훈의 맥락, 이번엔 길드 이야기다.

로마 콜레기아는 중세 유럽의 동업자 조합 길드의 기원이 됐다.[그림=위키백과사전]
로마 콜레기아는 중세 유럽의 동업자 조합 길드의 기원이 됐다.[그림=위키백과사전]

고대 로마는 가도街道(viae Romanae)를 통해 제국을 관리했다. 가도의 허브와 같은 지역엔 도시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동업자들은 일정 구역에 모여 ‘콜레기아(collegia)’란 이름으로 조합을 결성했는데, 대략 고대 로마 말부터 그랬다. 

이런 콜레기아는 중세 유럽의 동업자 조합 길드(guild)의 기원이다. 콜레기아는 중앙 정부가 인가를 내리고 행정장관이 감독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이후 로마 제국은 공권력과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이런 콜레기아를 계획적으로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수공업과 상업을 자금 조달과 징세 목적으로 통제하려던 비잔틴 제국의 기록에도 콜레기아의 내용이 나온다.[※참고: 수도회인 예수회에선 수도학원을 콜레기아라고 불렀다. 미국과 영국에서 사용하는 대학의 명칭인 칼리지(college)의 기원도 콜레기아다.] 

이런 콜레기아는 십자군 전쟁(1095~1291년) 후 중세유럽에서 조금은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다. 그건 시장이었다. 11~13세기 중세 유럽엔 시장을 찾아다니던 상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한곳에 정주하지 않고 무리를 지어 먼 거리를 이동했다. 이들 무리는 시장을 중심으로 모여 사는 마을을 형성하면서 중세도시로 발전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11세기 중세도시는 비좁은 골목과 협소하고 높은 건물들로 이뤄져 있었다. 이런 곳에 상인과 수공업자들이 가족과 함께 모여 살았다. 교역의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상인들은 무장한 사람들의 호위를 받으며 돌아다녔다. 성에 있던 기사들의 약탈에 저항해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12세기에 문화적ㆍ경제적 부흥이 일어났다. 경제력의 중심도 지중해 동부지역에서 서유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예술과 건축에선 고딕양식이 발전했다. 도시가 번창하고 상인계급이 발전했다.

농업의 발전은 발전의 밑바탕이 됐다. 이 시기에 사상 최초로 콩을 경작했는데, 이에 따라 모든 사회계층이 균형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인구 증가를 견인해 낡은 봉건적 사회구조가 무너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13세기는 중세 문명의 절정기였다. 고딕 건축과 조각의 고전적 정형이 확립했고, 서로 다른 많은 종류의 사회적 단위 등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길드 등 조합, 시회의, 수도회 등을 결성해 일정 부분의 자율성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중대한 의미를 갖는 법적 대표 개념이 발달하면서 공동체의 문제를 결정하는 정치적 회의체도 생겨났다.

[그림 | 위키백과사전]
[그림 | 위키백과사전]

이때부터 상인들은 특정 도시를 생활터전 겸 영업활동의 거점으로 삼아 활동 범위를 확대했다. 상품 운송 같은 작업은 다른 사람들에게 위임하기도 했다. 상인들의 조합은 빈틈없이 조직화했고, 시정부의 인가를 받아 합법화했다. 길드의 법적 체계가 확립된 거다.

이런 상인 길드는 회원들의 상업을 규제하고 보호하는 일에 깊이 관여했다. 길드는 식품ㆍ의류를 비롯한 그밖의 필수품의 배분과 판매를 통제해 지방의 상업을 독점했다. 외국의 상인이나 무역업자들이 어떤 지방의 상거래에 참여하려면 그곳의 길드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어떤 외부 상인들은 상거래 자체를 허락받지 못하기도 했다.

이처럼 길드가 동업자들끼리의 우호적인 모임에서 공업이나 상업의 동업 조합적인 성격으로 변한 것은 12세기께부터다. 흥미로운 점은 14세기가 됐을 땐 제조업 길드보다 상인 길드가 더 강해졌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는 길드의 탄생 2편에서 이어나가 보자.

공병훈 협성대 교수 | 더스쿠프
hobbits84@naver.com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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