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지난해 지자체 중앙투자심사 결과
2022년 대비 반려 4배가량 증가
부적정 받을 사업이 반려로 둔갑
투자심사 결과 근거조차 비공개
정부, 올바른 투자심사 고민해야

56조4000억원. 지난해 발생한 세수결손액 규모다. 당연히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하기로 했던 지방교부세도 줄었다. 감액 규모는 18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 좋을 리 없다. 이런 때일수록 지자체는 엉뚱한 곳에 재정이 새어나가지 않는지 잘 살펴야 한다. 그럼에도 지자체들의 투자사업 검토를 엉망으로 했다면 어떨까. 

지자체 투자사업을 심사하는 행안부의 중앙투자심사에서 부적정 건수는 한개도 없었다. 사진은 광주도시철도 공사 현장.[사진=뉴시스]
지자체 투자사업을 심사하는 행안부의 중앙투자심사에서 부적정 건수는 한개도 없었다. 사진은 광주도시철도 공사 현장.[사진=뉴시스]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투자사업을 진행한다. 각종 인프라 조성이나 관광지 등 지역 개발, 대對주민 서비스 제공을 위한 건물의 건축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투자사업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국민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엉뚱한 투자사업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그런 경우 심사를 허투루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난해 지자체 투자사업 심사는 어땠을까. 중앙투자심사(행정안전부 산하 중앙투자심사위원회가 진행하는 심사) 결과를 따져보니 심사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왜일까. 

투자심사의 적정성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사전지식이 좀 필요하다. 우선 투자금액 규모에 따라 투자심사 주체는 달라진다. 이에 따라 기초지자체(시ㆍ군ㆍ구) 자체심사, 광역지자체(시ㆍ도) 의뢰ㆍ자체심사, 중앙정부 의뢰심사로 구분된다.

예컨대 ▲총사업비가 20억~60억원 미만인 투자사업, ▲총사업비가 3억~5억원 미만인 홍보관 사업, ▲총사업비가 1억~3억원 미만의 행사성 사업은 기초지자체(시ㆍ군ㆍ구)의 장이 투자심사의 주체다. 이 경우 각 지자체가 자체심사만 한다. 

그런데 규모가 커지면 조금 복잡하다. 기초지자체의 ▲총사업비가 60억~200억원 미만인 투자사업(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 제외), ▲총사업비가 5억~30억원 미만인 홍보관 사업, ▲총사업비가 3억~30억원 미만인 행사성 사업, ▲총사업비 전액을 자체재원으로 부담하는 사업 중 20억원 이상의 청사 신축사업이나 문화ㆍ체육시설 신축사업은 광역지자체(시ㆍ도)에 심사를 의뢰하도록 돼 있다. 반면 ▲총사업비가 40억~300억원 미만의 사업, ▲총사업비 40억원 이상을 자체재원으로 부담하는 사업은 광역지자체가 자체심사한다. 

이보다 규모가 더 큰 투자사업들의 심사는 중앙심사위원회가 담당한다. 총사업비가 200억원 이상인 기초지자체 의뢰 사업, 총사업비가 300억원 이상인 광역지자체 의뢰 사업이 심사 대상이다. 외국 자본이 들어가는 총사업비 10억원 이상의 투자사업, 총사업비 30억원 이상의 홍보관 사업이나 행사성 사업도 포함한다. 

지난해 대규모 세수결손으로 인해 지방교부세도 크게 줄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대규모 세수결손으로 인해 지방교부세도 크게 줄었다.[사진=뉴시스]

투자심사의 결과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과는 크게 네가지로 구분된다. 적정, 조건부 추진, 재검토, 부적정이다. 이 구분법은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 제5조 3항에 명시돼 있다. 적정은 말 그대로 투자사업을 추진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조건부 추진은 투자심사에서 제시한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실제로는 ‘적정’과 동일한 수준에서 받아들이고 있지만, 조건 충족의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재검토는 사업 규모나 시기, 재원조달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라는 것이고, 부적정은 사업 타당성 결여로 추진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다. 

그런데 투자심사의 결과에는 또다른 항목이 있다. 바로 ‘반려’다. 반려는 특정한 사유가 있어 지자체에 투자심사의뢰서를 돌려보내는 거다. 그 특정한 사유란 사업의 타당성이 모자란 게 명백할 경우, 재검토 통보 이후 충분한 보완 없이 재심사를 의뢰한 경우, 주요 자료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작성한 경우, 경제성ㆍ재무성 분석에 명백한 오류가 있는 경우, 소송으로 정상적 추진이 어려운 경우 등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중앙투자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느냐는 거다. 사실 지자체의 대규모 투자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중앙정부의 투자사업심사는 그럴수록 더 신중해야 한다. 특정 사업에  과도한 투자가 진행될 경우 다른 사업이 축소해 효과가 반감하거나 지자체의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그걸 정부가 적절히 끊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처럼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럼 이제 지난해 중앙투자심사 결과를 보자. 지난해 상정된 안건은 총 497건이었다. 2022년(412건)보다 85건(20.6%) 늘었다. 지자체장들의 임기가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면서 대규모 투자사업의 심사를 의뢰한 것으로 보인다.

497건 중 추진(적정+조건부 추진)하기로 결정된 건 344건(69.2%)이었다. 2022년 사업 추진 건수(308건)와 비교하면 11.7% 증가했다. 적정은 12건, 조건부 추진은 332건이었다. 재검토는 71건, 반려는 82건이었다. 

언뜻 봐도 이상한 게 있다. 중앙투자심사 결과 중 부적정이 단 한 건도 없다. 반면 반려는 2022년 21건에서 지난해 82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다른 결과 항목은 2022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사실상 부적정’이나 다름없는 안건들이 반려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상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중앙투자심사 결과 중 조건부 추진을 결정한 경우, 해당 조건이 무엇인지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조건을 공개해야 해당 투자사업을 제대로 추진했는지 검토할 수 있는데, 조건을 비공개한다는 건 감시를 하지 않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투자심사 결과를 적정, 조건부 추진, 재검토 등으로 구분한 이유도 알 수 없다. 중앙투자심사위원회 회의록조차 공개하지 않아서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재정365’에 결과만 공개하고 있다. 

이런 깜깜이 행정 속에서 결정한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총사업비는 58조6000억원에 이른다.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비용 30조원을 제외해도 총사업비는 28조6000억원으로, 2022년(26조7000억원)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정부가 바람직한 투자사업 심사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전문위원
sonjongpil@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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