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
옷에 숨은 충격적 진실
그리고 희망의 단서들

옷 한 벌에도 수십여 가지의 화학물질이 들어간다. 이 책은 옷의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을 경고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옷 한 벌에도 수십여 가지의 화학물질이 들어간다. 이 책은 옷의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을 경고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린 ‘먹는 것’에 민감하다. 건강에 직결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식재료나 가공식품을 살 때면 원산지, 영양 성분, 원재료 등을 꼼꼼히 살핀다. 식품첨가물도 눈여겨본다. 기준이나 규격이 있다 해도 왠지 ‘화학적’ 합성품이 신경 쓰이곤 해서다.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늘 고민거리다. 

‘입는 것’은 어떨까. 옷은 ‘먹는 것’ 다음으로 일상생활에서 밀접하게 사용하는 소비재다. 포장 식품 라벨에는 성분 목록이 있지만 옷은 그렇지 않다. 이는 옷을 만들 때 ‘섬유 자체 말고 다른 성분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옷은 정말 안전할까. 

저널리스트 올든 위커는 저서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에서 “옷 한 벌에 때론 5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을 사용하며, 그중엔 호르몬을 교란하고 암과 불임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이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독성 패션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단 증거를 찾기 위해 피해자들을 찾아 나서고, 과학자와 의사와 업계 전문가들을 만났다. 

저자가 패션의 유해성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항공사 승무원들이 새 유니폼을 입은 뒤 단체로 두드러기, 발진, 천식, 탈모 등을 겪고 집단소송을 제기한 사건 때문이었다. 문제의 유니폼들에는 방수, 오염·구김 방지, 냄새 방지 같은 각종 기능과 채도 높은 색상을 적용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승무원들은 비교적 통제된 환경에서 같은 옷을 입고 생활하므로 증상을 판별하는 게 비교적 쉬웠다. 일반인이라면 이를 알아차리고 증명하기 어려웠을 거다. 이를 두고 저자는 “실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옷을 만드는 제조업체나 판매하는 브랜드조차 제대로 모른다”면서 “화학 회사가 이를 일종의 영업 비밀로 삼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피해를 호소해도 제조사는 쉽게 인정하지 않고, 리콜 조치가 취해지는 경우 또한 극히 일부라며, 정부나 규제 기관의 문제점도 꼬집는다. “미국에는 관련 규제가 거의 없다시피 하고, 화학물질 사용에 엄격한 유럽연합(EU)에서조차 규정을 무시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1부에서는 옷의 위험요소를 깨달은 의류 노동자의 이야기와 자녀가 옷과 관련해 심각한 반응을 보인 사례들을 소개한다. 2부는 르네상스 시대의 독 묻은 향수 장갑, 유럽 패션계에 유행과 죽음을 몰고 온 합성염료 등 유독한 역사를 돌아본다. 

3부는 불임, 자가면역질환, 화학물질 민감증 등 합성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환경으로 인해 초래되는 건강 문제들을 다룬다. 4부에서는 해외 섬유 공장의 현실과 직접 구매한 제품의 성분 테스트에 관해 이야기한다. 5부는 독성 없는 옷을 고르고 관리하는 법, 누구에게나 안전한 패션을 위한 방안 등을 알아본다.

이 책은 우리가 매일 입는 옷에 숨은 충격적 진실과 암담한 현실을 담고 있지만, 희망의 단서들을 제시하며 변화를 요구한다. 저자는 이렇게 당부한다. “무언가 사기 전 심호흡을 하자. 동네 중고품 매장에서 살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전통적인 천연섬유를 소중히 여기자.”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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