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점유율 높이려 수수료 무료화
4개월 만에 무료화 정책 폐지
실적 부진에 무료화 포기했나

지난해 10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파격 행보에 나섰다. 모든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를 ‘무료화’한 거였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초강수였다. 하지만 빗썸의 과감한 승부수에도 점유율은 반짝 상승하는 데 그쳤고, 실적만 되레 악화했다. 결국 빗썸은 지난 2월 수수료 무료 정책을 종료했다. 문제는 그 이후 빗썸의 시장점유율이 더 떨어졌다는 점이다.

빗썸이 지난해 10월 실시했던 ‘수수료 무료’ 정책을 포기했다. 이보다 앞선 그해 6월 실시했던 BTC(비트코인 미니 트러스트) 마켓 수수료 무료 이벤트도 끝냈다.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던 빗썸의 승부수가 물거품이 됐다는 거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수수료 무료’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 정책으로 빗썸은 되레 실적 악화란 부메랑만 맞았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계추를 지난해 10월로 돌려보자. 빗썸은 그해 10월 4일 모든 가상자산의 거래 수수료 무료를 선언했다. 거래소 창립 10주년을 맞아 시행한 이벤트라는 게 빗썸이 내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하루 평균 10억원이 넘는 수수료 매출을 포기할 만큼 빗썸은 절박했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시장을 빗썸과 업비트가 이끌어온 걸 부정할 순 없지만, 그때 당시엔 ‘양강’이라 부르는 게 민망할 정도로 빗썸의 입지가 약해져 있었다. 2021년 이후 경쟁에서 승기를 잡은 업비트의 시장점유율은 당시 80~90%에 달했다. 빗썸이 수수료 무료란 초강수를 던진 건 ‘업비트’ 중심의 시장을 깨기 위함이었다는 얘기다. 

그럼 빗썸은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가상화폐거래소 시장을 흔드는 데 성공했을까. 효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28일 빗썸의 시장점유율은 50.3%(코인게코 기준)를 기록하며 2020년 이후 4년 만에 업비트(48.5%)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빗썸의 질주는 오래가지 않았다. 반짝 상승했던 점유율은 한달 뒤인 올해 1월 30%대로 떨어지면서, 업비트와의 간극은 다시 벌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수료 무료 정책 후 빗썸의 실적이 악화했다. 지난해 3분기 빗썸은 영업적자 6억5000만원, 당기순손실 106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인 2022년 3분기 영업이익 287억원, 당기순이익 326억원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실적이다.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지난해 6월 실시한 BTC 마켓 수수료 무료 이벤트다. 당연히 수수료 전면 무료화를 선언한 지난해 4분기 이후 실적은 더 악화했을 공산이 크다. 빗썸의 매출액은 99%가 거래 수수료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빗썸 관계자는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계속 진행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종료 시점을 고민해왔다”며 “수수료 무료 정책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라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수수료 무료 정책 종료가 빗썸이 준비 중인 기업공개(IPO)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빗썸은 가상화폐거래소 최초로 IPO를 추진하고 있다. 빗썸이 제시한 IPO 목표 시점은 2025년 하반기다. 성공적인 IPO를 위해선 무엇보다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실적이 부진하면 IPO의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수수료 무료 정책 폐지 이후 시장점유율마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2월 빗썸의 시장점유율은 33.5%로 1월(40.2%)보다 떨어졌다. 3월 시장점유율은 더 급감했다.

지난 19일 기준 빗썸의 시장점유율은 18.4%로 수수료 무료 정책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비트는 78.8%를 기록하며 빠졌던 시장점유율을 모두 회복했다. 시장점유율의 하락은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건 빗썸을 이용하는 고객이 줄어든다는 의미여서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잠잠해지면 시장점유율은 또다시 중요해질 것”이라며 “시장점유율과 실적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빗썸의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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