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기능보단 화면 크기 전쟁

스마트폰 업계에서 ‘혁신’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참신한 기능’보다는 ‘화면 크기’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화면 비중 97%, 99%의 스마트폰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는 이유다. 속을 뜯어보면 이 경쟁은 흥미롭다. 스마트폰 크기는 그대로 둔 채 ‘화면’만 키우는 경쟁이라서다.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베젤 축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비보의 콘셉트폰.[사진=비보 제공]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베젤 축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비보의 콘셉트폰.[사진=비보 제공]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베젤 줄이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베젤은 스마트폰·TV 등을 정면에서 봤을 때 영상이 출력되는 화면 이외의 모든 부분을 의미한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위츠뷰는 전체 스마트폰 중 풀스크린(베젤 대비 화면 비율 98% 이상) 스마트폰 비율이 기존 8.7%(2017년)에서 올해 44.6%, 2021년엔 92.1%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분야의 선두 주자는 중국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Vivo)는 지난 2월 화면 비율이 99%인 ‘아펙스(Apex)’를 공개했다. 이 콘셉트폰은 상단 베젤 두께가 1.8㎜고 하단도 4.3㎜에 불과하다. 비보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버튼을 없애고 카메라도 팝업 형태로 탑재했다. 샤오미도 6월에 신제품 ‘미7’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스마트폰의 화면 비율은 97%나 된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베젤을 꾸준히 줄여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71.7% (갤럭시S6엣지·2014년 출시)였던 화면 비율을 85.3%(갤럭시S9·3월 출시)까지 끌어올렸다. 1월엔 미국 특허청에 화면 비율이 100%에 달하는 스마트폰 디자인을 등록하기도 했다. “갤럭시 10주년을 기념해 갤럭시S10이 풀스크린 스마트폰으로 출시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베젤 축소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화면이 큰 스마트폰이 인기를 얻고 있어서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한손조작이 가능한 크기의 스마트폰을 원한다”면서 “제한된 규격 내에서 화면 비율을 높이려다 보니 베젤을 얇게 만드는 쪽으로 기술개발이 활발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무無베젤폰’을 먼저 출시하는 쪽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메라·배터리용량·화질 등 다른 스펙들이 비슷해진 상황에서 전면이 화면으로 가득찬 스마트폰은 소비자에게 ‘혁신’으로 각인되기에 충분하다.

국내 스마트폰이 중국 업체에 뒤처진 것 같지만 반전의 여지는 있다. 베젤 축소가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영역이어서다. 이신두 서울대(전기전보공학) 교수는 “베젤 뒤에는 각종 부품들이 자리 잡고 있어 베젤을 줄일 때마다 전체 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오랜 업력을 갖춘 국내 제조사들에 승산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전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사항도 늘어난다. 액정이 파손될 경우 균열이 닿는 화면 면적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액정 수리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게 분명하다. 가령, LG G7의 경우 공식 서비스센터의 수리 비용은 약 18만원으로 G7 출고가(89만8700원)의 20%에 이른다. 아이폰X의 수리 비용은 30만원대다. 휴대전화 수리업체 관계자는 “화면 부분의 액정이 깨지면 신경이 쓰일 뿐더러 터치 감도도 떨어진다”면서 “스마트폰 화면이 커질수록 액정 수리를 신청하는 사용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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