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화투자증권 ABCP 논란의 키 “증권사 실무자간 녹취록에 답 있다”
[단독] 한화투자증권 ABCP 논란의 키 “증권사 실무자간 녹취록에 답 있다”
  • 강서구 기자
  • 호수 298
  • 승인 2018.07.2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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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ABCP에 투자한 현대차증권 등 소송 가능성

지난 5월 한화투자증권이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20일 만에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그러자 이 ABCP에 베팅한 증권사 5곳이 들고일어났다. 최근엔 소송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기관투자자의 요청으로 상품을 구조화한 것으로 (우리는) 주관사가 아닌 주선사”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더스쿠프(The SCOOP) 단독입수한 문건과 증언은 한화투자증권의 주장과 달랐다.

자산관리자에 불과하다는 한화투자증권의 주장에 반론이 제기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산관리자에 불과하다는 한화투자증권의 주장에 반론이 제기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화투자증권이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둘러싼 논박이 계속되고 있다. 논박의 핵심은 발행 20여일 만에 ABCP가 부실 위험에 빠진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투자자의 요청으로 상품을 구조화한 것뿐”이라면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실 위험에 빠진 ABCP에 투자한 꼴이 된 증권사들은 “한화투자증권은 주관사 역할을 했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맞받아친다. 누가 진실의 혀를 깨물고 있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단독입수한 문건과 증언으로 ABCP 논란을 추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5월 8일 한화투자증권은 특수목적회사(SPC) ‘금정제십이차’를 통해 중국 에너지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역외 자회사(CERCG캐피털)가 발행한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하지만 발행 20일 만에 CERCG의 또 다른 역외 자회사(CERCG오버시즈캐피털)가 발행한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채권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한화투자증권이 발행한 ABCP가 CERCG의 지급보증 의무이행 실패에 따른 교차부도(cross default) 상태에 처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화투자증권이 발행한 ABCP에 투자한 현대차증권(500억원), BNK투자증권(200억원), KB증권(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은 손실 리스크를 뒤집어썼다. 그렇다면 한화투자증권은 주관사가 아닌 자산관리 및 중개 역할만 했을까. 한화투자증권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기관투자자의 요청으로 신용등급이 이미 부여된 회사채를 인수해 거래를 주선한 것이다.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한 것이기 때문에 상품설명과 기관 실사의무가 없다.” 자산관리 및 중개 역할만 했다는 거다.

하지만 한화투자증권이 발행한 ABCP의 신용등급 보고서에는 한화투자증권이 주관사로 명기돼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사의 한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SPC 설립, 매매 계약, 법무법인 협의 등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면서 “AB CP 신용등급 평가 보고서에 한화투자증권을 주관사라고 명기한 이유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화투자증권에서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주관사로 함께 명기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법무법인의 확인도 받은 사안이다”고 주장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우리는 자산관리자였다”는 주장을 십분 받아들이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더스쿠프가 단독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ABCP를 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신용등급을 받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녹취록은 ABCP가 발행되기 전 한화투자증권 관계자와 다른 증권사 실무진이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녹취록의 일부를 공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 : “신용평가사는 (이번에 발행 예정인 ABCP를) SAFE에 등록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앞선 주선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신평사가 혹시나(디폴트) 하는 우려 때문에 ABCP에 신용등급을 못 준다는 거였다.” [※참고 : SAFE 등록은 채권 발행 이후 90일 이내에 해야 한다. 만약 등록에 실패할 경우 조기 상환조건이 발생해 3개월의 이자와 원금 상환 의무가 발생한다.]

이 복잡한 말을 하나씩 풀어보자. 한화투자증권이 ABCP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기초자산이 되는 중국 CERCG의 역외 자회사 CERCG캐피털의 회사채(1억5000만 달러)를 매입해야 했다. 문제는 이 회사채를 ABCP로 구조화하는 과정이었다. 신평사가 ‘리스크가 있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을 부여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신평사는 “신용등급을 받으려면 ABCP의 기초자산인 회사채가 중국 외환관리국(SAFE) 등록에 실패할 경우 6개월치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라”는 조건을 달았다. 다시 녹취록에 담긴 한화투자증권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한화투자증권 관계자 : “신평사가 계약서 문구 하나하나 따지는 등 매우 까다롭게 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매우 어려웠다. 이것 때문에 주말에도 일을 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신평사가 부여하는 ABCP의 신용등급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노력 덕분인지 한화투자증권은 신평사가 요구하는 딜 조건을 획득했고, ABCP를 발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화투자증권 : “SAFE 승인이 90일 이내로 안 되면 5일 이내로 3개월 이자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는 6개월 이자를 받는다. 채권(기초자산)은 절대 디폴트가 안 나는데 구조화(과정)에서 디폴트가 나기 때문에 신용평가등급이 안 나왔던 거다.”

주관사로 명기한 신평사 보고서

이 말은 문제를 해결해 ABCP의 신용등급을 받아냈다는 걸 강조하는 의미다. 한화투자증권은 절대 중개자 역할만 한 것이 아니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요구로 단순 중개만 하는 경우라면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중개자의 역할은 ‘이런 상품이 있다’는 걸 투자자에게 알리는 것뿐”이라고 꼬집었다. 전문투자자 간 거래에서 주관사의 개념이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화투자증권이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더구나 한화투자증권은 문제의 AB CP를 세일즈하면서 SAFE 제도를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투자자가 SAFE 등록 요건을 모를 리 없었다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전문투자자가 이런 제도를 몰랐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투자 리스크를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전문투자자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한화투자증권의 ABCP 사태가 증권사간 소송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화투자증권의 ABCP 사태가 증권사간 소송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언뜻 납득이 가는 반론이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5월 8일 ABCP를 발행했지만 정작 기초자산(중국 CERCG 회사채)의 SAFE 등록은 마치지 못했다. SAFE 등록을 못 했을 때를 대비해 신평사가 요구한 ‘6개월치 이자’ 조건을 맞췄을 뿐이다. AB CP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는 “바로 여기에 진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결국 한화투자증권이 중국 정부의 외화 반출 승인을 받지 못한 채권을 보증된 채권이라고 판매한 것”이라며 “(다른 증권사는 들었을지 몰라도) 우리는 세일즈 단계에서도 SAFE와 관련해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주관사의 역할을 하고도 단순 중개사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다른 기관투자자들이 한화투자증권의 책임을 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문제는 수면 위로 올라온 상태다. 이용배 현대차증권 사장은 지난 12일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중국 에너지기업의 ABCP와 관련해 한화투자증권에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화투자증권의 불완전판매 논란의 법적인 문제를 따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문투자자인 이른바 ‘선수들’ 사이의 거래를 불완전판매로 보는 건 어렵다”며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이뤄진 행위에 일반투자자에게 적용되는 법규를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ABCP 발행을 주도한 한화투자증권의 책임 공방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관련 소송에 나선 증권사가 나오고 있다”며 “채권단이 만족할 만한 자구안이 나오지 않거나 디폴트가 날 경우 손실을 줄이기 위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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