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석의 Branding] 게티이미지도 놀란 작은 웹의 혁신 
[정안석의 Branding] 게티이미지도 놀란 작은 웹의 혁신 
  • 정안석 인그라프 대표
  • 호수 298
  • 승인 2018.07.25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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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그라프 특약❻ 이미지뱅크 셔터스톡 

2003년, 뉴욕의 한 프로그래머는 이곳저곳에서 찍은 사진 3만장을 웹사이트에 올려 팔았다. 보잘 것 없어 보였던 이 사업의 현재 모습은 놀랍다. 올해 초엔 이미지 10억회 판매 달성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졸업 후 갈 곳 없던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작품을 뽐낼 수 있는 장이 됐다. 셔터스톡의 성공 스토리는 현재진행형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인그라프 공동기획, 이번엔 이미지뱅크 셔터스톡의 스토리다. 

셔터스톡이 스톡이미지 산업의 주도권을 갖는데 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셔터스톡이 스톡이미지 산업의 주도권을 갖는데 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6년 전, 필자는 게티이미지와 비슷하면서도 사업 방식은 확연히 다른 웹사이트 ‘셔터스톡’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곧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거란 호기로운 전망도 지인들에게 했다. 셔터스톡은 국내에서 낯선 기업이었다. 사업 방식도 단순했다. “사진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자신이 보유한 이미지를 셔터스톡에 올리면, 이미지가 필요한 사람들은 이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다.”

전망은 빗나가지 않았다. 셔터스톡은 2012년 10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창업자 존 오린저 최고경영자(CEO)는 순식간에 부호 반열에 올랐고, 계속 승승장구했다. 매출과 순이익이 매년 두자릿수로 성장했다. 기업 규모도 놀랍게 성장했다. 2003년 직접 찍은 3만장의 이미지로 사업을 시작한 셔터스톡은 지금 2억개가 넘는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고, 매일 2만개에 이르는 새 이미지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셔터스톡은 짧은 기간에 스톡이미지 산업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이 산업의 역사가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 참고 : 스톡이미지 사업은 사진ㆍ그래픽ㆍ그림ㆍ일러스트ㆍ폰트ㆍ사운드ㆍ동영상 등을 공유하고 파는 것을 말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셔터스톡 이전에 시장을 주도했던 건 게티이미지였다. 1995년 설립된 게티이미지는 수십년간 브랜딩 및 디자인 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역사가 긴 데다 보유 이미지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가 다수의 고객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그렇다고 단점이 없던 건 아니었다. 고가의 이미지 렌털 비용이 이 회사 고객들의 주요 불만이었다. 한장의 이미지를 사용할 때도 막대한 비용을 내야 했다. 까다로운 이미지 라이센스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가령 한국에서 게티이미지에서 구매한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하면, 홍콩과 같은 다른 국가에선 해당 이미지를 쓸 수 없었다. 꼭 사용하고 싶을 때는, 홍콩의 게티이미지 사무소와 연락해 따로 문의해야 했다. 이런 복잡한 과정 때문에 게티이미지의 주 고객사는 기업들이었다. 대중은 아니었다.

하지만 셔터스톡의 접근방식은 달랐다. 대중도 손쉽게 로열티프리(Royalty free)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브스크립션(구독)’이란 사업 모델을 통해 고정요금으로 하루 5매, 혹은 한 달 750매까지 이미지를 내려받을 수 있게 선택폭을 넓혔다. 덕분에 전문가 집단부터 일반 대중들까지 셔터스톡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셔터스톡은 IT 기업”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라이선스를 획득하면 한번 결제만으로 허용된 범위, 동일한 용도 내에서 기간 제한 없이 이미지 재사용을 가능하게 했다. 이 방식은 셔터스톡이 업계 최초로 시작했고, 이후 게티이미지 등 경쟁사들도 벤치마킹했다. 시장을 해석하고 설계하는 능력이 빛났던 전략이다.

셔터스톡의 성공비결은 이뿐만이 아니다. 셔터스톡 직원들의 이력을 보자. 이들은 사진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아니다. IT 전문가다. 창업자 존 오린저부터가 수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프로그래머다. 그래서인지 존 오린저 CEO는 셔터스톡을 ‘강력한 IT기술 기반의 회사’로 정의한다. 필자의 귀엔 전세계 크리에이터들의 저작물 자산 관리와 소비자 판매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 기업’임을 강조하는 말처럼 들린다. 

셔터스톡이 요즘 인공지능(AI) 활용에 몰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키워드 검색 방식으로는 수많은 이미지 중 원하는 느낌의 이미지를 찾아내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셔터스톡의 부상은 글로벌 브랜딩, 광고, 디자인 업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들 모두 로열티프리 이미지가 꼭 필요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미지를 파는 1차원적인 기업이 아닌 셔터스톡은 전세계 크리에이터들의 창작 활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간 역량이 뛰어났음에도 음지에서만 활동하던 수많은 작가들이 진입 문턱이 낮은 셔터스톡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어서다. 마치 구글이 전 세계 지식을 하나로 묶고, 인류에게 놀라운 지식 창고 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다.

 

셔터스톡의 등장을 반기지 않는 이들도 있다. 기존 거대 브랜드 기업이나 광고 디자인 에이전시에겐 악영향이다. 그간 기득권을 쥐고 흔들던 시장에 수많은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뛰어난 작품으로 맞설 가능성이 높아서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셔터스톡이 그린 밑그림대로 움직이고 있다. 한 스타트업의 파괴적 혁신이 브랜드, 광고, 디자인 산업에 어떤 미래를 그리게 될지 참 궁금하다. 
정안석 인그라프 대표 joel@ingraff.com | 더스쿠프 브랜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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