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 사랑 이야기

야식을 끊어도 낮에 폭식하면 말짱 도루묵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야식을 끊어도 낮에 폭식하면 말짱 도루묵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루 8시간을 맘껏 먹어도 석달 후 체중 3.0%가 실종된다.” 얼마 전 미 일리노이대 연구 결과를 인용 보도한 모 일간지 다이어트 기사의 타이틀이다. 혈압도 정상치로 떨어진다며 16대8의 마법이라는 표현까지 달았다. 이 이론을 정리하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실컷 먹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10시까지 금식하면 체중이 줄어든다는 얘기가 된다. 맞는 말일까. 그렇지 않다. 아침·저녁을 거르고 점심을 배불리 먹어도 다음날 체중은 늘어난다. 체중을 매일 재는 습관을 지닌 사람들은 야식을 끊더라도 일과 중 먹은 음식의 양에 따라 다음날 체중이 널뛰기한다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리노이대 연구 결과의 핵심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 사이의 철저한 금식에 있다. 이 연구 결과를 이론적으로 살펴보자. 휴식을 취해야 할 저녁 시간대는 낮 시간대에 비해 우리 몸, 다시 말해 신경계·호르몬 등 내분비 시스템이 달라진다. 같은 종류와 양의 음식이라도 낮이냐 밤이냐에 따라 우리 몸의 대응 방법은 확연히 달라진다.

야식에 맞서 우리 몸은 유입된 음식물을 빠르게 지방으로 전환한다. 최대한 빨리 소화와 흡수를 진행해 우리 몸을 휴식 모드로 되돌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신경계뿐만 아니라 내분비계(호르몬 체계)도 비슷하게 작동한다. 체지방 호르몬인 인슐린 호르몬의 두가지 역할을 먼저 보자. 첫째, 식사 후 급격히 높아진 혈당을 세포 속으로 밀어 넣어 에너지로 쓰이게 한다.

둘째, 과다하게 유입돼 넘치는 포도당을 글리코겐 또는 지방으로 간·근육에 저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야식을 먹으면 인슐린 호르몬이 활동해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구나 길항작용(지방세포를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글루카곤 호르몬이 저녁 시간대 분비되지 않는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야식이 비만에 미치는 악영향은 말할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야식을 통제한다고 낮 시간대에 무절제하게 섭취한 열량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낮 시간 중 섭취하는 에너지의 총량과 야식이 체중 감량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거다. 시간대별 음식 섭취가 중요하긴 하지만 하루 중 유입된 전체 에너지의 비중이 체중의 증감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침을 명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야식을 끊더라도 낮 시간대의 폭식은 체중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다이어트를 하거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뭔가를 할 때 어떤 결론을 명쾌하게 내는 건 정말 주의해야 할 일이다.

누군가 들고나온 자신만의 건강법이나 체중감량 비법을 맹목적으로 추종해서도 안 된다. 무엇이 좋다거나 나쁘다는 논리를 획일적으로 우리 몸에 적용해 매번 동일한 결과를 얻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보편 타당성이 결여된 맹목적 믿음은 자신이나 지인 더 나아가 주변인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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