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희망타운 ‘금수저용’ 논란

금수저 B씨는 위례 신혼희망타운 입주를 꿈꾼다. 부모님 지원을 받아 강남 아파트를 살 수도 있겠지만 크게 손 벌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다. 더구나 위례 신혼희망타운의 조건이 워낙 좋다. 1%대 고정금리로 분양가의 70%까지 대출해주는 데다, 강남과 가까워 입지도 좋다. 수익공유형 모기지로 추후에 시세차익을 공유해야 하지만, B씨에겐 나쁠 게 없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금수저 B씨를 만나봤다. 

정부가 신혼부부에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부모 지원 없이 입주할 수 있는 청년층은 많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신혼부부에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부모 지원 없이 입주할 수 있는 청년층은 많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친구들은 나를 ‘금수저’라고 부른다. 나름 평범하게 사는 나로선 체감하기 힘들지만 친구들 사는 얘길 들어보면, 내가 금수저로 보일 만하단 생각도 든다. 나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중반에 한국에 돌아왔다. (공부 머리가 있었던 건 아니다.) 주머니가 빵빵한 부모님은 외아들인 내가 원하는 건 뭐든 해주셨다. 지금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견 제조업체에서 재무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사실 결혼 전까진 돈에 구애받지 않았다. 부모님이 사주신 중형 외제차를 끌었고, 월세가 200만원이나 하는 한남동 월세 오피스텔에 살았다. 하지만 2년 전 결혼하면서 부모님의 지원을 덜 받기로 마음 먹었다. 신혼집은 회사와 가까운 송파구 장지동 전세 아파트로 구했다. 강남에 20억~30억원하는 아파트에 신혼집을 마련한다는 형들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72㎡(약 22평)로 둘이 살기에 적당하다. 보증금 2억9000만원은 버팀목 전세자금대출로 마련했다.

마침 대출조건(임차보증금 3억원 이하(수도권)ㆍ전용 면적 85㎡ 이하ㆍ배우자 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에 부합했다. 와이프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라서 소득이 잡히지 않고 내 연봉은 4800만원이다. 버팀목 전제자금대출로 2.9% 금리에 1억1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은행 대출을 받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버팀목 대출 대비 금리가 1% 이상 높으니 말이다. 나머지 1억8000만원은 부모님 지원을 받았다. 내년 전세 만기가 다가와 이사할 집을 알아봐야 하는데, 마침 바로 옆 위례신도시에 정부가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한다고 한다.

위례 신혼희망타운의 평형은 46㎡(약 14평), 55㎡(약 17평) 두가지다. 지금 사는 집보다 조금 작지만 어차피 2~3년간 자녀 계획이 없으니 괜찮다. 자격 조건도 잘 맞는다. 사실상 외벌이인 나는 도시근로자평균소득 120%(월 소득 600만원) 이하에 속한다. 순자산(부동산+자동차+금융자산+일반자산-부채) 2억5060만원에 못 미친다. 결혼 전엔 줄곧 한남동 오피스텔에서 월세로 살았으니 보유한 부동산도 없다. 지금 타고 다니는 차도 법인 차량이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5년 전 가입해 6개월 이상 6회 이상 납입 조건에 맞았다.

가장 좋은 건 1.3% 고정금리로 분양가의 30~70%를 대출해준다는 거다. 분양가는 4억4200만원(55㎡)인데 부모님이 지원해준 보증금 1억8000만원이 있으니 2억6000만원만 대출 받으면 된다. 수익공유형 모기지로 추후에 시사차익의 일부를 환수해야 하지만 나쁠 게 없다. 위례는 강남ㆍ잠실과 가까워 언젠간 아파트 값이 훌쩍 뛸 게 뻔하다. 수서고속철(SRT) 수서역, 외곽순환고속도로 등 교통 인프라도 좋다.

게다가 아버지에게 손 안 벌리고 내 집이 생기는 것 아닌가. 난 벌써 부자가 된 것만 같다. 그때 신혼집을 구한다고 사방팔방 돌아다니던 친구 A로부터 문자가 왔다. “나는 부부 합산 소득이 넘어서 신혼희망타운 입성이 어렵대. 된다 하더라도 현금이 부족하고.” 학창시절 유행이 지난 옷도 꾸역꾸역 옷장에 쟁여두던 친구였는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난 사실 여기가 아니어도 되는데.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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