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CASE 대비할 케이스 필요하다
[김필수의 Clean Car Talk] CASE 대비할 케이스 필요하다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호수 342
  • 승인 2019.06.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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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A가 르노에 합병 제안한 이유

피아트와 크라이슬러를 소유하고 있는 세계적 기업 FCA그룹이 르노그룹에 합병을 제안했다.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시너지를 낼 수 없는 합병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커넥티드카ㆍ차량공유ㆍ전기차 등을 필두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서다. FCA그룹이 합병을 제안한 것도 이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도 합종연횡과 이종연합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FCA그룹은 자동차산업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르노그룹에 합병을 제안했다.[사진=뉴시스]
FCA그룹은 자동차산업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르노그룹에 합병을 제안했다.[사진=뉴시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새 패러다임은 ‘CASE’로 요약된다. 이는 커넥티드카(Connected)ㆍ자율주행차(Autonomous)ㆍ차량공유(Sharing)ㆍ전동화(Electrical)를 뜻한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가 불러올 충격의 강도는 상당히 크다.

무엇보다 가솔린과 디젤로 대표되는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대체되면 생산 생태계가 크게 뒤바뀔 수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수가 5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생산직 중 절반가량은 머지않은 미래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차량공유모델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도 비슷한 문제다. 판매량의 지속적인 감소는 공장 폐쇄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상당수의 글로벌업체들은 이미 수천수만 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하고, 공장을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전통적인 의미의 자동차 제작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거다. 

완성차업체들 간의 합종연횡도 주목해야 할 또다른 변화다. 최근 피아트와 크라이슬러가 속해 있는 FCA그룹은 르노그룹에 합병을 요청했다. 예전 같았으면 동일 차종이 많고 소비자층이 비슷한 두 그룹의 결합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시너지보단 마찰이 클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금 분위기는 다르다.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차의 개발과 보급을 촉진시킬 수 있고, 첨단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공유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분위기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업체들 사이의 이종간 결합이나 파격적인 합종연횡, 공동개발 등 제안이 많아질 거란 얘기다. 완성차업체들이 보유한 해외 공장의 효율을 높이거나 정리하려는 작업속도도 탄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그렇지 않으면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산업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내 자동차산업의 고질병인 1고高 3저低(고비용ㆍ저생산ㆍ저수익ㆍ저효율) 문제가 여전히 뿌리 깊게 박혀있다.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장기화와 노사분규도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당장 르노삼성만 해도 그렇다. FCA그룹과 르노그룹의 합병 이슈는 더욱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호재다. 하지만 노사분규가 지속되면 르노삼성은 이런 기회를 잡지 못할 공산이 크다.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이 고착화한 것도 문제다. 반면, 미래를 위한 대비책은 전무하다. 더 이상 국내에 투자하려는 글로벌업체가 있을 리 만무한 이유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래 먹거리 중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꼽히는 차량공유모델은 6년간 제자리걸음이다. 정부에선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내비쳤지만 일선에서 느끼는 현실과는 온도차가 크다. 정부 정책이 현재와 미래를 보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여 있는 탓이다. 스타트업의 설자리가 갈수록 없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해결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다. 앞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일선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이를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기업의 혁신의지도 중요하다. 국내를 대표하는 현대차도 순혈주의 고집을 버리고 융복합을 통한 혁신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아직 속도가 더디다. 파격적인 변화를 유도해 뒤처진 미래를 선도하는 연구개발 능력을 키워내야 한다. 

자동차산업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춧돌이다. 지금부터라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투쟁해야 한다.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부의 실질적인 조치를 기대해본다.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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