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수출산업의 잠재가치

중고차 수출산업의 잠재가치는 매우 크다. 신차 시장과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크고, 중고 부품산업을 육성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고차 수출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긍정적인 건 정부가 중고차 수출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중고차 수출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사진=뉴시스]
중고차 수출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에선 연간 380만대 규모의 중고차가 거래된다. 그중에서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거래하는 양만 따지면 260만~270만대로 줄어들지만, 연간 신차 판매량이 180만대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중고차 거래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다. 자동차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작지 않은 규모다. 

중고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덴 이유가 있다. 자동차 산업이 급변하면서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도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중고차 시장의 온오프라인 구분이 없어지고, 판매방식이 다양화하면서 소비자 편의가 높아지고 있는 건 대표적인 변화다. 중고차 거래에서 수반되는 피해사례를 줄이기 위해 업계가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의 이런 변화에도 여전히 성장이 정체된 분야가 있다. 중고차의 수출 분야다.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중고차는 연간 35만대가량으로 규모가 매우 작다. 더구나 일부는 차량을 반으로 분리해 저렴한 가격으로 수출하는 후진형 구조를 띠고 있다. 

가격은 일본 중고차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제대로 된 성능평가도 기대하기 힘들다. 당연히 국내 중고차 시장처럼 현대화된 토털 서비스는 찾아볼 수도 없다. 무엇보다 국내 중고차 수출산업의 본거지라고 볼 수 있는 인천에선 컨테이너 박스를 사무실로 쓰고 있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 그렇다면 중고차 시장과 달리 중고차 수출 분야가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관계부처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분야는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관리하고 있지만, 수출 관련 분야는 사실상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다. 문제는 통상 분야가 산업부에 포함된 지 오래되지 않아 산자부에서도 중고차 수출 분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고차 수출 산업의 잠재가치가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국산 중고차 가치를 조금만 높이고, 수출 절차를 간편화한다면 연간 70만대 이상의 중고차를 수출하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급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중고차의 수출 분야가 활성화하면 중고 부품시장도 덩달아 성장할 수 있어서다. 잘만 육성하면 상당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효자산업으로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고차 수출산업을 육성하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관세 관련 업무를 담당할 수출 사무소를 마련하고, 질 좋은 중고차와 해외 바이어들을 유치하면 된다. 각종 인센티브 전략과 성능평가, 품질보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자동차 강국인 우리에겐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최근 중고차 수출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산자부가 주요 핵심정책에 중고차 수출산업을 넣은 건 대표적인 예다. 군산 새만금 지역을 거점으로 정부와 군산시가 중고차 수출산업을 키우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도 긍정적인 흐름이다.

조금 늦긴 했지만 중고차 수출산업은 일자리 창출과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여기서 비롯되는 비즈니스 모델도 무궁무진하다. 최근 중고차 수출산업의 발전을 위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이런 흐름에 산자부의 체계적인 정책이 더해진다면 중고차 수출산업이 한단계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 관건은 추진력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