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간호조무사의 재무설계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은 꿈이 많다. 열심히 돈을 모아 집도 사고 싶고, 차도 몰고 싶다. 휴가 때마다 해외여행도 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돈을 모으느냐가 관건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다간 통장에 잔고 쌓일 일이 없다. 새내기 간호조무사 정수인(가명·22)씨도 사소한 지출습관 때문에 목돈을 모으지 못하고 있었다.

소득의 50%는 저축을 해야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소득의 50%는 저축을 해야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들이 새해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뭘까.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알바앱 알바콜이 성인남녀 1305명을 대상으로 새해 계획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21.9%가 저축·투자를 1위로 꼽았다. 특히 20~30대 직장인은 연애(9.0%)·결혼(11.6%)보다 저축과 투자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얼마를 저축하는 게 적당할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적정 저축비율은 소득의 50%다. 강릉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정수인(가명·22)씨는 어떨까.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조무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정씨는 하고 싶은 게 많다. 직장인 강릉과 본가인 춘천을 오갈 때 필요한 자동차도 사고 싶고, 해외 병원에서 근무도 해보고 싶다. 서른이 되기 전엔 예쁜 가정도 꾸리고 싶다. 하지만 지금처럼 돈을 모았다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기 힘들다. 왜일까. 하고 싶은 건 많은 데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정씨의 가계부를 들여다보자.

Q1 지출구조

정씨는 월 20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소비성지출로는 주거비(월세)로 40만원을, 교통비로 12만원, 통신비로 6만원, 문화생활비로 13만원을 쓴다. 용돈은 매달 20만원을 정해놓고 쓰고, 건강보험료도 12만원씩 납부하고 있다. 주말마다 본가에서 양손 가득 먹을거리를 싸오기 때문에 식비는 따로 들지 않는다. 

연간 비정기적으로 쓰는 돈은 약 288만원이다. 월 평균으로 계산하면 24만원 쓰는 셈이다. 경조사비로 들어가는 13만원을 제외하곤 대부분 옷을 사고(120만원), 머리를 하고(15만원), 여행이나 휴가(140만원)를 다녀오는 데 쓴다. 이렇게 쓰는 돈이 월급 200만원 중 127만원에 이른다.

비소비성 지출은 단조롭다. 월 30만원 규모의 적금이 전부다. 이렇게 지출을 하고 나면 매달 200만원 중 43만원이 남는데, 이 돈은 따로 관리를 하지 않고 통장에 그냥 방치해뒀다가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쓰곤 한다. 
     
Q2 문제점

언뜻 정씨의 가계부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월 127만원을 쓰고 있는 소비성지출도 과소비로 보기 어렵다. 문제는 그의 가계부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월소득의 15%에 해당하는 적금 30만원으론 할 수 있는 게 생각만큼 많지 않다.

정씨에게는 몇가지 목표가 있다. 위시리스트 1순위는 자동차다. 춘천 본가를 자주 오가다보니 하루라도 빨리 자동차를 갖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렇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지라 당장은 그럴 여력이 없어 “4년 안에 장만하겠다”는 계획만 세워 놓은 상태다.

대학원 진학 또는 해외 근무도 고려하고 있다. 속칭 가방끈을 길게 만들고 해외에서 근무한 경력을 쌓으면 지금보다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8년 안에 결혼할 계획도 있다. 정씨가 이 계획들을 차질 없이 수행하려면 중기 비상금 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정씨에겐 월 30만원의 적금과 43만원의 잉여자금이 전부다. 이마저도 부족해서 어떤 달은 마이너스가 된다. 지난해 12월이 그랬다. 치과 치료로 200만원이라는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해 4개월 할부로 계산하고 말았다. 당장 2월이면 매달 남던 43만원도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정씨의 경우 따로 상여금도 받지 않기 때문에 가계부에서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Q3 해결점

흔히들 자동차 구입은 월 30만원의 잉여자금이 생기느냐 마느냐의 차이라고 한다. 그만큼 부수적인 지출이 많이 나가서다. 정씨의 경우 차를 구입하는 것보다 아직은 돈을 모으는 게 먼저다. 그런 이유로 첫번째 목표였던 자동차 구입은 보류하기로 했다.

정씨에겐 미래를 준비할 플랜을 짜는 게 급선무다. 재무설계를 하면서 가장 먼저 손댄 건 비정기지출(24만원)이다. 옷을 사고, 머리를 하고, 여행을 가는 건 당장 급한 게 아니기 때문에  가계부에서 과감하게 지웠다. 정씨 통장에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길 때까지 잠시 미루기로 했다. 그럼에도 본격적인 실행은 5개월 후부터나 가능하다. 4개월 동안은 월 잉여자금(43만원)으로 카드 할부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5개월 이후 달라질 정씨의 가계부는 어떨까. 월 67만원(24만원+43만원)의 여유가 생긴 정씨는 일단 30만원이던 월 적금 규모를 40만원으로 늘렸다. 적금만으론 부족해 연금(20만원)과 적립식펀드(5만원)도 준비했다. 비정기지출은 비정기통장을 만들어 대처하기로 했다.

지난해 288만원의 비정기지출이 발생했지만 의료비 등 추가적인 변수 소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월 25만원씩, 300만원 규모로 계획을 세웠다. 주택청약통장(2만원)도 개설했다. 당장 내집을 마련할 계획은 없지만 주택청약통장은 그 자체만으로 재테크가 가능하기 때문에 갖고 있는 게 유리하다. 이렇게 새롭게 설계를 마친 정씨의 가계부엔 5만원의 여유자금과 전에 없던 미래와 여유가 생겼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crimsonnun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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