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본 QLED-OLED 논쟁

QLED TV의 ‘명칭’을 둘러싼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공방전이 유야무야 막을 내렸다. 양사 모두 공정위 신고를 취하하기로 하면서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든다. LG전자의 OLED가 스스로 빛을 내는 기술을 갖고 있든, 삼성전자의 QLED가 퀀텀닷으로 만들었든, 그게 소비자에게 얼마나 중요한 가치겠느냐다.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요인은 화질, 가격, 디자인 등으로 단순하다. 양사의 비방전이 볼썽사납게 보이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소송 취하에도 여진이 남은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프리미엄TV 논쟁’을 취재했다. 

QLED TV의 이름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치열한 비방전이 유야무야 일단락됐다.[사진=연합뉴스]
QLED TV의 이름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치열한 비방전이 유야무야 일단락됐다.[사진=연합뉴스]

국내 가전업계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둘도 없는 라이벌이다. TVㆍ냉장고ㆍ에어컨ㆍ세탁기ㆍ건조기 등 LG전자가 만들면 삼성전자도 만들고, 삼성전자가 하면 LG전자도 한다. 사업 영역이 대부분 겹치는 만큼 부딪히는 일도 많다. 때론 가벼운 설전이 법정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최근까지 두 회사가 가장 치열하게 격전을 벌인 곳은 TV시장이다. 그 중심엔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주력제품인 OLED TV와 QLED TV가 있다. “둘 중 어느 제품이 더 뛰어난가”란 논쟁은 이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묘한 신경전이 감돌았다. 두 회사는 팽팽한 자존심 대결을 넘어 날선 비방을 주고받았고,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할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선제공격은 LG전자가 날렸다. LG전자는 지난해 9월 “삼성전자의 광고는 소비자가 QLED TV를 자발광自發光(스스로 빛을 냄) 기술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면서 표시광고법 위반행위로 삼성전자를 신고했다. 삼성전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LG전자의 OLED TV 광고는 비방 광고로 공정거래를 위반했다”며 맞고발로 응수했다. 

극단으로 치닫던 양사의 TV전쟁은 예상외로 쉽게 일단락됐다. 지난 3일과 4일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신고를 취하하면서다. 우려가 해소됐으니 더 이상 분쟁을 이어갈 필요가 없다는 거였는데, 뒤끝이 후련하진 않다. 양사가 신고를 취하한 이유가 묘하게 엇갈린 탓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 측이 ‘QLED TV는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라는 점을 밝혀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우려가 해소됐다”고 취하 이유를 설명한 반면, 삼성전자는 “QLED TV 명칭을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입증됐다”면서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코로나19 여파로 시장상황이 나빠진 게 부담이 돼 소모전을 중단해야 했지만 그러면서도 자존심은 굽힐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시장상황이 나아지면 언제든 다시 논쟁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렇게까지 소모전을 펴는 이유가 뭘까. 단순히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중국 업체들이 LCD TV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리미엄TV 시장을 누가 주도하는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프리미엄TV 시장은 OLED TV와 QLED TV가 양분하고 있다. 양사는 공방전에서 승기를 잡으면 프리미엄TV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거란 얘기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중국의 TV 가격이 30만원대까지 떨어졌다”면서 “기존 LCD TV와 차별화된 TV가 있다는 걸 어필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신고를 취하하는 마지막까지도 신경전을 놓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뜻 OLED란 차별화된 제품을 갖고 있는 LG전자에 유리해 보이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 마음이 급한 건 되레 LG전자 쪽이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자발광 디스플레이인 OLED TV를 출시했지만 판매량에선 삼성전자의 QLED TV에 밀리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QLED TV의 명칭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도 LG전자로선 억울한 일이다. 업계에서 QLED를 퀀텀닷 소재를 입힌 자발광 디스플레이라는 뜻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QLED TV는 퀀텀닷 소재를 입힌 LCD TV로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TV 공방전의 핵심이 QLED TV가 자발광이냐 아니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야 OLED TV의 특장점인 자발광을 부각할 수 있다는 LG전자의 속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논쟁이 기술력을 중시하는 업계에서나 중요한 것이란 점이다. 소비자들이 봤을 땐 OLED이든 QLED이든 중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OLED TV든 QLED TV든 LCD TV에서 한 단계 나아간 프리미엄TV라는 점에서 크게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판단하는 두 TV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OLED TV는 얇은 프레임과 높은 명암비, 넓은 시야각이 장점인 반면, 수명이 짧다는 게 단점이다. QLED TV는 다채로운 색 표현이 가능하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을 갖췄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건 소비자들에겐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여기엔 ‘자발광’ ‘퀀텀닷’ 등 전문용어가 끼어들 틈이 없다. 소비자들에게 OLED TV와 QLED TV 중 어떤 제품에 더욱 진보된 기술이 담겨 있고, 개발 난이도가 높은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비방전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쩌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비방전은 프리미엄TV 시장의 패권을 쥐는 데 큰 영향이 없을지 모른다. 제품이 가진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하는 게 프리미엄TV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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