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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지는 편의점

GS25가 4000원대 프리미엄 컵밥을 연이어 출시했다.[사진=GS25 제공]
GS25가 4000원대 프리미엄 컵밥을 연이어 출시했다.[사진=GS25 제공]

얼마 전 회사 근처 편의점에 들른 김수연(31)씨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점심으로 해결할 도시락을 고르던 중 ‘8900원’이라고 적힌 김밥을 발견해서다. 김밥인 듯 도시락인 듯 비싼 몸값 자랑하던 그 김밥은 최근 TV프로그램(편스토랑)에서 1등 메뉴로 선정돼 편의점에 출시된 ‘완도전복감태김밥’이었다. 

‘도대체 8900원짜리 김밥은 어떤 맛일까’ 궁금하긴 했지만 김씨는 부담스러운 가격에 불고기덮밥 도시락(광양식버섯불고기덮밥·3800원)과 청귤맛 사이다(롯데칠성사이다청귤·500mL·2000원) 한병을 집어 들었다. “동료들이 식당으로 밥 먹으러 가자는 걸 ‘볼일 있다’는 핑계를 대고 편의점에 왔는데, 그냥 함께 갈 걸 그랬다. 이 돈이나 그 돈이나 별 차이가 없다.” 


편의점 CU가 지난 5월 내놓은 ‘완도전복감태김밥(8900원)’은 편의점 역사상 가장 비싼 김밥이다. 완도 전복과 서산 감태 등 최고급 재료를 조합해 만든 제품이다. CU 측은 “비싼 가격에도 초도 물량 90% 이상이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GS25의 프리미엄 제품들도 판매량이 심상치 않다.

4000원대 프리미엄 컵밥이 특히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GS25가 5월 1일~6월 10일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즉석 컵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1% 늘었다. 주목할 만한 건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신장세다. 3000원대 컵밥 매출이 16.1% 늘어나는 동안 4000원대 프리미엄 제품은 51.5% 증가하며 전체 평균을 끌어올렸다. 


지난 4월 ‘공화춘유산슬덮밥(4500원)’ ‘유어스황제컵밥(4500원)’을 출시한 GS25는 이런 실적에 힘입어 ‘불고기브라더스덮밥(4500원·불고기브라더스 협업)’을 추가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매 끼니 메뉴를 고민해야 하는 고객들이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프리미엄 제품 관련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메뉴를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증가한 게 코로나19 때문만일까. 김경자 가톨릭대(소비자주거학) 교수는 “유통업체들의 전략적 수순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놨다. “시장을 뚫을 때 유통업체들은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한다. 하지만 유통채널의 파워가 생기면 프리미엄 제품을 추가한다.” 

무슨 말일까. 김 교수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편의점도 처음엔 24시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제품 위주였다. 그 과정에서 편의점은 상당한 파워를 적립해 나갔다. 편의점들은 아마도 ‘이제 프리미엄을 시도할 만한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코로나19는 여기에 불을 붙였을 뿐이다. 편의점의 프리미엄 제품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소비자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반짝 지갑을 열었지만, 편의점의 프리미엄 전략은 이제 시작이라는 거다. 지갑이 다시 쪼그라들면, 소비자의 부담만 커졌을지 모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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