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만에 50여개, 자영업 법안 ‘재탕삼탕’은 고질병
두달 만에 50여개, 자영업 법안 ‘재탕삼탕’은 고질병
  • 이지원 기자
  • 호수 400
  • 승인 2020.08.11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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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자영업자 법안 분석해보니…

코로나19가 휩쓴 이태원 거리엔 ‘임대’가 나붙은 상가가 수두룩하다. 불야성이던 명동 골목의 가게들은 저녁 9시면 문을 닫는다. 회사 앞, 집 앞 거리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러자 21대 국회의원들은 “자영업자를 살리겠다”며 2개월여 만에 50여개에 달하는 법안을 내놨다. 과연 이들 법안은 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자영업자 법안을 분석해 봤다.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자영업자 법안이 21대 국회에 발의되고 있다.[사진=뉴시스]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자영업자 법안이 21대 국회에 발의되고 있다.[사진=뉴시스]

‘나홀로 사장님’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매출이 줄면서 직원 한명 고용하기 어려운 자영업자가 부쩍 늘었다는 거다. 용산구 보광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혜연(46)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업시간을 하루 3시간 줄이고 일하던 직원도 내보냈다”면서 “지금은 혼자서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장사를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7만3000명 감소했고(-11.3%),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1만8000명 증가했다(-11.3%). 7월 더위 속에서도 자영업 시장은 살얼음판이란 얘기다. 

이런 가운데 21대 국회가 시작됐다. 의안접수 첫날인 지난 6월 1일, 여야의 법안 발의 행렬이 이어졌다. 7월 24일 현재까지 발의된 법안은 모두 2367개, 자영업자 관련 법안은 52개였다. 발의 법안을 살펴보니, 상황이 상황인 만큼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대표적인 게 자영업자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6월 1일 추경호(미래통합당) 의원을 시작으로 민형배 의원, 전용기(이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골자는 비슷했다. 코로나19와 같은 ‘1급 감염병’ 발생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차임증감청구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일었지만, 임대인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던 한계를 풀어보겠다는 취지에서다. 

경영 상황이 악화한 영세자영업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법안도 잇따라 발의됐다. 이상직 의원, 김철민 의원, 김경만(이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완수(미래통합당) 의원 등은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개인사업자의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4800만원 미만에서 8000만~1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참고: 간이과세자는 세금계산서 발행 의무가 면제되고, 부가가치세율이 업종별로 2~4% 낮게 적용된다. 하지만 간이과세 기준금액이 20여년간 한번도 조정되지 않아 영세자영업자가 제대로 혜택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정부도 이런 목소리에 공감했다. 기획재정부는 7월 22일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에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800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국무회의 등 절차를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20년 만에 손보는 간이과세 기준 

문제는 이런 방법으로 벼랑 끝까지 몰린 자영업자를 살릴 수 있느냐다. 사실 자영업자의 위기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부터 지속돼 왔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시장이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운 시장’을 바로 잡을 법안마저 국회 문턱을 번번이 넘지 못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사진=뉴시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사진=뉴시스]

자영업자ㆍ소상공인의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는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꼽으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유통대기업은 초대형 복합쇼핑몰, 신종 유통점(SSMㆍ전문점) 등 ‘꼼수 업태’를 통해 규제를 피해 골목상권을 침탈해 왔다. 골목상권 자영업자에 막대한 피해가 간 후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게 유통대기업의 입지규제, 의무휴업 확대, 꼼수 출점 규제 등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21대 국회에선 벌써 6건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김정호(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의 경우,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 ▲ 전통상점가 보호범위 확대 ▲주무부처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동주(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복합쇼핑몰ㆍ백화점ㆍ면세점도 의무휴업ㆍ영업시간 제한 규제 대상에 포함 ▲지역협력개발서 불이행 시 영업정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여기서 ‘복합쇼핑몰 영업시간 규제’는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공동공약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도 문제는 있다. 그동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가 지지부진한 사이 유통시장이 급변했다는 점이다. 2012년 시작된 대형마트 의무휴업ㆍ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온라인 쇼핑시장이 커가는 가운데 오프라인 점포를 규제하는 건 시대착오적이지 않느냐는 거다. [※참고: 이런 맥락에서 20대 국회에선 볼 수 없던 온라인 쇼핑시장 관련 법안을 21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 7월 2일 김경만(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연매출 1000억원 이상 통신판매중개업자의 경우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도록 한 법안이다.] 

급변하는 유통시장

문제는 또 있다. 재탕삼탕 법안이 적지 않다는 거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대리점법 개정안을 보면, 대리점사업자단체 구성권ㆍ교섭권을 부여하고 대리점 본사의 정보공개서 등록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20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과 별반 차이가 없다.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도돌이표 법안 중 하나다. 가맹사업자단체의 협의 요구 시 가맹본부의 정당한 사유 없는 거절 금지, 위반 시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 근거 마련 등의 내용은 20대 국회 때부터 발의돼 온 내용이다. 급변하는 시대,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한 금배지들의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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