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주의 알쏭달쏭 부동산 법정 | 반전세ㆍ부담부증여의 리스크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목적은 보유세 부담을 늘려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양도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시장에 매물이 풀리면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을 거란 의도에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반전세나 부담부증여를 통해 주택을 매매하지 않고도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 방법엔 아무런 부작용이 없을까. 

절세 목적으로 부담부증여를 활용할 경우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절세 목적으로 부담부증여를 활용할 경우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부동산 때문에 전국이 난리다. 청와대 비서관의 강남 아파트 보유 여부가 이슈가 됐다. 여당 의원이 TV토론을 마친 뒤 마이크가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집값 안 떨어진다”고 발언한 것도 파문을 일으켰다. 그만큼 ‘내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 아파트 값이 고삐 풀린 듯 치솟은 데다 전ㆍ월세 부담도 만만치 않은 탓이다. 22차례에 달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급등세를 잠재우진 못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최근의 대책 중 하나인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7ㆍ10대책)’은 시장에 영향을 미치긴 할 것이다. 7ㆍ10대책의 의도는 부동산 관련 세부담을 늘려 투기 수요를 잡고,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해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다. 최고 6.0%의 종합부동산세율을 적용하고, 취득세도 최고 12.0%까지 오른다. 다주택자라면 보유나 양도에 따른 세금 추가 부담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그럼 다주택자들이 모색할 수 있는 차선책은 뭐가 있을까. 세금 부담을 지고서라도 부동산을 보유하고 싶은 집주인이라면 전세를 반전세로 전환하는 걸 고려하고 있을 거다. 부동산을 남에게 팔지 않고 가족에게 증여하고 싶은 투자자의 경우 ‘부담부증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간단히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법률 리스크를 안고 있어서다. 이를 고려하고 나면 좋은 방법이 아닐 것이다. 각각의 방법에 따른 법적인 리스크를 한번 점검해보자. 

■반전세 괜찮나 = 반전세는 전세금의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고 보증금을 낮추는 걸 말한다. 집주인들이 이 방법을 고려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 봤자 이자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단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는 게 이득이란 계산이다. 

그렇다고 집주인 마음대로 월세를 받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 전환율(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환율은 월세로 얻는 연간 임대료 총액(월세×12개월)을 전세금에서 월세보증금을 뺀 금액으로 나눠 산출한다[※ 참고: 월세 전환율=연간 월세총액÷(전세금-월세보증금)]. 

비율이 높을수록 집주인에게 책정되는 임대료가 오르기 때문에 유리하다. 이에 따라 월세로 전환하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게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전환율 일정수준 초과 금지 조항이다.  

이는 반전세로 전환할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문제는 이 전환율의 기준이 ‘기준금리+3.5%포인트’라는 점이다. 현재 기준금리(0.5%)를 기준으로 하면 4.0%다.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전환하면 연간 40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만약 집주인이 이보다 높은 비율로 월세를 정하면 세입자는 초과분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반전세로 전환한다고 해서 임대수익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부담부증여 괜찮나 =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다주택자들이 주택 매도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정부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이를 가족들에게 증여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증여 과정에서 부담부증여를 활용하면 세 부담을 조금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담부증여란 자녀가 일정한 채무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하는 증여를 말한다. 쉽게 말해 집을 증여하면서 집에 들어있는 전세보증금이나 은행 대출 등을 함께 떠안긴다는 얘기다. 

채무도 함께 받은 탓에 자녀가 받은 순증여액(증여재산-부채)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식에게 10억원(전세보증금 3억원+대출 3억원) 집을 증여하면 보증금과 대출을 뺀 4억원에 대한 증여세만 내는 것이다.

얼핏 증여세를 낮추기에 최선책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가령 부모가 자녀에게 넘긴 채무는 일종의 거래이기 때문에 양도세를 내야 한다. 주택 수가 많은 다주택자라면 양도세 부담이 큰 만큼 절세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세로 살고 있는 임차인과의 보증금 반환 이슈도 까다롭다. 증여 계약의 효과는 제3자인 임차인에게까지 미치지 않는다. 부담부증여를 했음에도 임차인은 기존 임대인인 부모에게만 보증금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보증금을 둘러싼 임대차 갈등이 발생할 경우 복잡한 법적인 이슈를 따져야 할 상황이 온다.

당장 집을 팔 수 없다면 …

부담부증여를 절세 목적으로만 선택한다면 또 다른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바로 부동산실명법 위반 여부다. 이 법은 다음과 같은 설명이다. “조세 포탈, 법령상 제한 회피를 목적으로 소유 부동산을 단순히 타인 명의로만 형식적으로 이전하는 경우에는 설령 그 타인이 배우자라고 하더라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에 처해진다.”

국세청이 부유층의 편법적인 부 대물림을 추적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세 목적의 부담부증여는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관련 제도가 바뀌고 있는 만큼 부동산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이런 투자자에게 ‘반전세와 부담부증여’를 고려하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재테크는 어디까지나 적법한 절차와 범위 내에서만 모색해야 한다.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면 큰 화를 입게 될 공산이 크다. 

이동주 변호사 | 더스쿠프
djlee@zen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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