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백련산로 2.6㎞ 걸어보니, 공급 안 먹히고 정책 안 통했다
은평구 백련산로 2.6㎞ 걸어보니, 공급 안 먹히고 정책 안 통했다
  • 최아름 기자
  • 호수 400
  • 승인 2020.08.0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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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걷다 두번째 이야기 | 은평구
7ㆍ10 대책 발표 이전 가장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이 가장 컸던 곳은 은평구였다.[사진=연합뉴스] 
7ㆍ10 대책 발표 이전 가장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이 가장 컸던 곳은 은평구였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에도 부동산 시장은 꿈틀거렸다. 경기는 침체하는데 부동산 가격만 올랐다. 모든 예상을 뒤엎은 셈이었다.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까지 떨어지자 부동산 가격은 통제를 벗어난 것처럼 움직였다. 부동산 대책의 약발도 오래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야당의 주장처럼 공급이 상책上策일까. 그래서 더스쿠프(The SCOOP)가 걸어봤다. 서울에서 신축 빌라 거래가 가장 잘되는 곳 중 하나라는 은평구다. 은평구 중에서도 가장 부동산 거래가 많은 응암동을 찾아가 봤다. 주택 재개발이 이뤄진 은평로와 백련산로, 2.6㎞다.

7월 10일 또다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 가장 매매가 상승률이 높았던 서울 자치구는 강남이 아닌 은평구였다. KB부동산 리브온은 “7월 6일 은평구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0.75%로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710대책이 발표되자 국토교통부 홈페이지는 마비됐다. 이날 하루만 정책에 질문 댓글을 남긴 국민만 해도 40여명이었다. 이후에도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늘어나 지금은 90여개의 의견이 국토부 정책 게시글에 붙었다. 그만큼 정책을 향한 관심이 높았다는 방증이다.

7
10대책에 가장 빠르게 반응을 한 것도 은평구였다. 대책 발표 직후(7월 13일) 은평구의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크게 떨어진 0.17%를 기록했다. 가장 큰 하락폭이었다. 한주간 아파트 거래를 정리한 동향을 파악하는 일은 어쩌면 무의미할지 모른다. 한두 건의 거래로도 등락폭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은평구에 큰 변화가 있던 것만은 확실했다. 그곳이 궁금해졌다. 

지하철 3호선 녹번역에 내렸다. 은평구 응암동으로 향했다. 2019년 7월~2020년 6월 1년간 은평구의 11개동(289건) 중 평균 거래량(57건)이 가장 많았던 곳이 응암동이다. 단순 계산하면 은평구에서 발생하는 아파트 거래 10건 중 2건이 응암동에서 일어난 셈이다. 은평구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이보다 더 적절한 곳이 있을까. 그래서, 응암동을 걸어보기로 했다.

부동산 거래가 가장 활발한 곳이지만 응암동엔 지하철이 없다. 지하철 3호선 녹번역이나 응암역이 경계선에 걸려 있지만 행정구역상 응암동에 속하지는 않는다. 일단 녹번역 3번 출구로 나와 걸어보기로 했다. 지상으로 나가자마자 자주색 추락 방지망을 두른 공사 중인 아파트가 눈에 띄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상징하는 색이다.

응암1 주택재개발 구역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는 내년 900여 세대가 입주를 시작한다. 그 옆으로는 다른 아파트 단지(녹번역e편한세상캐슬)도 보였다. 6차선 도로인 은평로를 따라 계속 걸었다. 응암동 한곳에만 공인중개사사무소 200여곳(국가공간정보포털)이 있다. 도로에 나와 있는 부동산에는 ‘전
월세 매물 접수’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었다. 응암1 주택재개발 구역 바로 옆 응암2 주택재개발로 만들어진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이 지난 5월 말 입주를 시작해서였다. 

고개를 들어 단지의 크기를 확인했다. 언덕에 자리한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은 2500세대를 훌쩍 넘겼다. 초대단지였다. 은평로로 튀어나와 있는 아파트 상가의 창문에는 커다랗게 ‘상가 임대’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유일하게 영업을 하는 곳은 모두 부동산이었다. 대여섯 곳이 모두 문을 열고 있었다.

1년 전, 이 단지가 완공되지 않았을 때만 해도 84㎡(약 25평) 아파트 분양권은 9억원에 거래되곤 했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내년 이맘때가 되면 10억원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아파트의 분양권 가격은 올해 상반기 11억원으로 오르더니 6월이 되면서는 12억원까지 올랐다. 7월 현재 거래를 원하는 매물들은 모두 12억원 이상으로 시장에 나와 있다.

6개월마다 1억원씩 오른 이유를 단지 주변에서 찾아볼 순 없었다. 공급량이 2500여 세대나 됐으니 가격이 떨어지는 게 더 합리적이었다. ‘응암동에 공급이 한번에 풀렸다면 입주가 시작된 시점부터 가격이 조금 안정되지 않았을까.’ 궁금증을 품은 채 은평로와 백련산로가 맞닿은 곳까지 걸었다. 

은평구에서 가장 높은 산인 백련산의 고도는 288m다. 백련산으로부터 내려오는 산등성이는 2010년대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새로운 아파트로 채워지고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끊임없이 연결되는 이 길을 걸으면 나머지 응암동 일대가 내려다보일 것 같았다. 방향을 남쪽으로 틀었다. 백련산로를 오르기로 했다.

대단지 아파트 속속 생기는데

2차선 도로인 백련산로 초입에는 주민센터가 있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주민센터 옆으로는 주상복합 아파트 두동이 서 있었다. 각각 다른 이름을 가진 ‘나홀로 아파트’였다. 부동산을 미래 상승 가치로 따지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나홀로 아파트는 항상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법적으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는 게 의무도 아니고, 녹지 면적도 규정돼 있지 않아서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반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같은 면적의 나홀로 아파트를 사면 손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이유다. 이곳도 별반 다르지 않을까. 그렇다면 가격이 요동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파트 앞에 서서 스마트폰을 켰다. 이 아파트는 50세대를 간신히 넘길 정도다. 7월 거래된 전용면적 77㎡(약 23평) 매물은 4억4500만원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호가를 확인했다. 얼마 전 팔린 매물보다 1억원 이상 비싼 금액이 적혀 있었다. 정말 이래도 팔릴까. 정말 이 정도인데도 사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의문이 생겼다.

은평구 응암동은 최근 1년간 은평구 내에서 월평균 거래 건수가 가장 많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은평구 응암동은 최근 1년간 은평구 내에서 월평균 거래 건수가 가장 많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궁금증을 안고 계속 걸었다. 300세대 규모의 작은 아파트 두 단지가 눈앞에 보였다. 2013년 만들어진 녹번역센트레빌은 지난해 9월만 해도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6억원에서 7억원 정도의 가격에 팔렸다. 2020년 1월이 되자 6억원대 거래는 일어나지 않았다. 7월에는 결국 8억원대에 거래가 성사됐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아파트의 가격이 ‘억’ 하고 바뀐 셈이다. 그렇다고 이곳이 투자가 유망한 곳도 아니었다. 백련산로에는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았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슈퍼마켓과 교회가 대로에 있는 아담하게 살기 좋은, 조용한 동네였다.

길을 더 따라 걸었다. 촘촘하게 있던 주택가가 어느새 사라지고 아파트 단지와 신축 빌라가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응암11구역을 재개발한 아파트 단지의 한쪽에는 신축빌라 단지가 들어서 있었다. 잔여 세대를 분양하고 있다는 현수막이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재개발한 아파트 단지를 지나자 넓게 정비한 내리막 도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늘 없는 도로에 햇빛이 뜨거워 보였다. 빛만 뜨겁게 내리쬐었다. 백련산로부터 응암로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가파른 언덕길이었다. 내리막도로를 따라 양옆으로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았고 다른 한쪽에는 빌라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백련산로를 더 따라 걷다 보니 ‘서부선 경전철’의 민자적격성 통과를 알리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br>
백련산로를 더 따라 걷다 보니 ‘서부선 경전철’의 민자적격성 통과를 알리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백련산로를 그대로 따라 조금 더 걸었다. 백련산힐스테이트2차 아파트는 1000세대를 넘는 또 다른 응암동의 대단지 아파트다. 내년이면 준공된 지 10년이 되는 아파트 단지의 상가는 아케이드형으로 꾸며져 있었다. 문이 열린 공인중개사사무소로 들어가 봤다. 응암동에 대단지 아파트가 최근 입주를 시작했는데, 달라진 것은 없는 걸까.

“입주가 시작된 단지도 있는데 아파트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공인중개사는 “나오는 매물도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빌라는 혹시 있을까. 질문을 연달아 이어갔다. 중개사는 처음에는 “언제쯤 입주를 하느냐”고 묻더니 기자라고 밝히자 곧바로 “매물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긴 어려웠다. 백련산로에 새롭게 만들어진 신축 빌라 단지는 잔여 세대의 주인을 찾기 위해 현수막을 내걸어 놓기도 했다. 인터넷에도 해당 빌라의 매물이 여러 개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도 가격은 계속 오른다. 

신축 빌라 단지 인근 백련산힐스테이트2차 아파트의 최근 실거래가 역시 이상하게 움직였다. 올 초만 해도 6억원대였던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5월 7억8900만원이라는 가격에 팔렸고 다시 6월이 되면서 가격대가 7억~8억원 사이를 오갔다. 실거래가는 1억원이 우습다는 듯 움직였다. 반년이 채 지나기 전에 6억원대 매물에서 7억원대 거래가 서너 번만 이뤄져도 그것이 곧 시세가 되는 기현상이 발생한 셈이다. 또다른 공급이 이뤄진다고 해도 가격이 내려갈지 확신할 수 없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백련산로를 더 따라 걷다 보니 여러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서부선 경전철’의 민자 적격성 통과를 알리는 현수막이었다. 지난 6월 철도 개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백련산로의 끝인 충암초등학교 인근이 예비 역세권이 됐다. 높은 언덕을 오르내리며 인근 새절역이나 녹번역으로 가지 않아도, 서울 서남권으로 갈 수 있는 통로가 생기는 셈이었다.

서울 내에서도 불평등하게 배치돼 있던 철도교통이 조금씩 도심을 벗어나고 있었다. 불편한 교통을 감수해야 했던 사람들이 이제야 다른 서울 도심권 주민들처럼 인프라를 누릴 수 있게 된 걸까. 그래서 아파트 가격이 그렇게 오른 걸까.

그럼에도 ‘다른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원래 사는 곳은 역촌역 인근이라고 밝힌 50대 남성은 최근 오피스텔을 짓는 공사장이 늘어났다면서 말을 이었다. 

“서부선 경전철은 당연하고 수도권광역철도(GTX) A노선까지 연신내를 지나가니 이 노선을 따라 위성역이 생기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만들어지는 작은 공사 현장들은 대부분 주택 여러 개를 사들이고 작은 범위에서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을 잘 모르거나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말이다.” 재건축을 기다리고 투자에 뛰어드는 사람보다도, 보상 문제도 없고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받는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이런 사업자들은 조용히 모여있는 작은 주택을 매입하고 어느 순간 대지를 만들어 건물을 올린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들만 집을 팔고 이사를 나가는 거다. 나는 그렇게 나가고 싶지는 않다. 팔기 전까지는 내 집인데, 뭐하러 그런 사람들 손에 넘겨주나. 한번 나가면 돌아올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의 주거계획은 꿈꾸기 어렵다는 사람도 만났다. 은평구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대답한 30대는 앞으로의 주거 계획을 묻자 사실상 선택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세로 계속 살기로 했다. 그렇게 살고 싶어서는 아니고 남은 선택권이 그것밖에 없다. 집값이 정말 떨어져 주거나, 아니면 그나마 전셋값이라도 유지되는 걸 바랄 뿐이다. 대출을 있는 대로 끌어모을 수 있는 사람도 많지는 않다.”

백련산로의 끄트머리에 다다랐다. 은평구의 끝이기도 했다. 완만한 경사로 내리막이 이어지는 이곳에는 2028년이면 서부선 경전철이 운행을 시작한다. 30분 넘게 걸어온 백련산로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동산 거래기록과 부동산 정책에 기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새 아파트가 계속 지어지는데도 왜 가격은 오르는지’ ‘아파트뿐만이 아니라 빌라 값은 계속 오르는데 왜 매물은 없는지’ 등의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문제는 이게 은평구만의 얘기는 아니란 점이다. 공급도 능사가 아니고 정책도 통하지 않는다. 다른 방법이 필요한 건 아닐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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